시절민턴 vs 민턴시절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사실 좋아한다기보다는 숱한 실패 속에서 저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안 될 때는 죽어라 안 되고, 될 때는 가만히 둬도 거짓말처럼 되고. 참 환장할 노릇이지요? ...그때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시 절 인 연...을 떠올리면 됩니다.
시절인연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의 시기도 그 때가 있다는 말이지요.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도 없으며 넣었다가도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흐름에 따라 기어이 만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여러분에게도 있었겠지요?
저에게는 배드민턴이 그랬습니다. 시절인연으로 만난 배드민턴이기에 이제는 저의 모든 시간을 배드민턴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배드민턴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시간뿐 아니라 마음도 그렇습니다. 어디 마음뿐이겠습니까? 돈도 배드민턴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반응이 두가지로 나뉠 것 같긴 하네요. ‘어 나도 그런데?’ 아니면 ‘ 저 여자 미친거아니야?’일듯 합니다. 여러분은 전자인가요? 후자인가요? 전자든 후자든 상관없습니다. 시절의 인연이 무르익으면 언젠가 여러분도 배드민턴에 미칠 날이 올 것 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배드민턴에 미치는 날이 온다고? 미치면 안 좋은 거 아닌가? 뚱단지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 있게 그리고 털끝만큼의 의심도 없이 배드민턴에 미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제 진심은 배드민턴이면 좋겠지만. 종목에 관계없이 어떤 운동에든 미쳐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배드민턴이겠지만 그 누군가에는 수영이, 골프가, 달리기가, 자전거가 여러분을 환장하게 만드는 그날이 오길 진심으로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도 저처럼 시절운동을 만나 남은 인생이, 여러분의 삶이 누구보다 찬란하게 꽃피우길 기도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읽게 될 이 글은 배드민턴에 미쳐서 살아가는 지천명을 코앞에 둔 아줌마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뼈때리는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깨달음이 삶에서 겪는 문제와 너무도 똑 닮아 있기에 라켓을 한번도 쥐어보지 못한 사람도 무릎을 ‘탁’ 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희망사항 일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라켓들 힘이 없어서 배드민턴과 이별해야만 하는 시절도 오겠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시절민턴의 끝은 민턴이별임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이별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알기에...배드민턴과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 얻는 사람과 지혜와 체력을 바탕으로 다른 운동에도 짐심을 다할 것임을 알기에...(비록 그것이 숨쉬기 운동일지라도...^^)
이제 저와 함께 시절민턴 속으로 빠질 준비 되셨나요? 그 첫번째 이야기는 입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지시길 소망하며 '입턴'에 관한 글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