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파트너입니까?

사가지 챙기기

by 천지애

내 파트너는 혼복을 잘친다. 그래서 난 숟가락 얹듯이 그렇게 지내왔다. 급수가 낮을 때는 묻어가는게 가능할 때가 많다. 그런데 구력이 늘면서 급수가 높아지면 숟가락 얹기는 힘들어진다. 계속되는 랠리 속에서 누가 더 공략하기 쉬운 상대인지 상대팀의 헛점을 기가막히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숟가락 얹으려다 몰빵 당하기 십상이다. 대회를 100번쯤 나가게 되면 통달하게 될 줄 알았는데, 엊그제 92번째 대회를 치르고도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그 오리무중 속에서 이리 저리 얻어 터지며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신다면? 안물안궁이라도 혼복에 대해서 굳이 한 마디 하자면 파트너보다 내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 이게 무슨 말이지?라고 의문이 든다면 이 글을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파트너가 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되는 운동이 배드민턴 혼복이라는 의미이다. 스스로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게임을 이길 수 있다.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고 싶다면 다음 네가지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첫째, 철부지처럼 치고 있지는 않은가? 흔히 철딱서니 없는 사람을 우리는 철부지라고 한다. 철부지는 철을 모를 만큼 분별심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계절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생각해보라. 반대로 때로 철이 든 사람은 어떤가?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알고 때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혼복을 칠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때에 이렇게 치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끝낼 때인지, 빠질 때인지, 놓아야 할 때인지, 밀어야 할 때인지 아는 사람은 스트록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가 있다. 끝내줘야 하는 타이밍에 강한 푸시를 공간을 보고 때려줘야 하는 것이다. 빠질 때를 아는 사람이면 파트너랑 공간이 겹칠 일도 없지 않은가? 철들면 죽는다는데 그말이 맞을 수도 있을 것같다. 철 들면 죽이는 플레이 시작, 다 죽었어!


둘째, 샷부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먹부림도 멋부림도 아닌 샷부림? 먹부림과 멋부림을 코트위에서 하면 샷부림이 된다. 내가 잘하는 것이 먹부림에 가까운 샷부림이고 내 파트너가 잘하는 것이 멋부림에 가까운 샷부림이다. 그러다 70번정도 예탈을 했다. 죽기살기로 콕을 향해 돌진하면 깔끔하게 진다. 급수가 올라가면 상대편 코트 있는 선수들은 나보다 수비가 좋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쳐야한다. 그러니 함부로 덤비면 안된다. 그리고 이 콕이 내콕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내 파트너가 치는 게 더 나은 볼을 가로채듯 쳐버리면 빈공간이 너무 많이 생기되어 상대편에 유리한 랠리로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내 파트너는 나처럼 먹부림은 안하지만 자꾸 멋부림을 한다. 코트위에서 쓸데없이. 멋있게 안쳐도 되니 적어도 파트너를 위해 안정적으로 예측가능하게 좀 쳐줬으면 한다. 이미 넌 멋있으니까!


셋째, 다음을 생각하며 치고 있는가? 치는데 급급해서 일단 넘겨놓고 본다의 마인드로 치면 백전백패다. 다음을 생각한다는 것의 전제조건은 '네트를 넘어간 볼은 끝나지 않고 반드시 다시 넘어온다'이다. 다음을 생각할 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면 안된다. 생각에 사로잡혀 어정쩡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한 가지만 생각하면된다. 다시 네트를 넘어오는 볼이 나의 파트너에게 유리하게 올 수 있느냐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내가 아닌 나의 파트너에게 유리하게이다. 다시 넘어오는 볼을 나의 파트너가 수세에 몰리지 않고 칠 수 있도록 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을 생각하면서 치는 플레이어는 절대 조급할 수도 조급해서도 안된다. 내 파트너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볼이 넘어오도록 생각하면서 쳐야하는 것이다. 이 다음을 생각하는 순간 나와 파트너의 플레이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서로의 다음을 생각하느냐가 바로 파트너십의 포인트!


넷째, 맞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세상에 어디에도 나에게 꼭 맞는 파트너는 없다. 무조건 내가 맞춰야 한다. 맞추려면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인 것이다. 타인을 먼저 알고 나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知彼知己,百戰不殆;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不知彼,不知己,每戰必敗(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에서 유래된 것이다. 나를 알기 전에 나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한다. 알고 맞춰야 한다. 파트너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맞춰서 쳐야 하는 것이다. 강점은 더 강하게 약점은 커버하면서 맞춰서 쳐야한다. 그리고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파트너를 위해 무엇을 맞춰줄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 누구와도 잘 칠 수 있다. 세상 모두가 마이 파트너!


이 글은 나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긴 하지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이면 공감이 갈 대목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인생을 어느정도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배드민턴은 삶을 버텨내는 과정과 비슷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삶을 잘 버텨내려면 타이밍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하고, 욕심부리지 말아야 하며, 다음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변화고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어떤 파트너를 만나든 사(4)가지 없다는 소리 듣지 않으며 코트위에서도 삶에서도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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