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의 마이스타

셔틀콕의 꿈

by 천지애

코트 위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선수나 승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선수는 늘 교체되고 영원한 승자도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교체없이 일단 출연비율이 높아야 합니다. 코트 안밖에서 우리가 안세영보다 수시로 찾고 가장 많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단연 셔틀콕입니다. 네트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관중과 플레이어의 시선을 한껏 받고 있는 셔틀콕이 정오년 붉은 말의 해에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병오년 새해 코트 위의 진정한 마이스타 셔틀콕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5가지를 정5로 정리해서 말씀드려 볼께요.


첫째, 정견(正見)입니다. 셔틀콕이 우리에게 바라는 첫번째 소망은 "똑바로 바라 봐!"입니다. 셔틀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콕을 집는 순간부터 콕에 집중하고, 어디로 날아가고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길 원합니다. 보지 않고 칠 수는 없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치는지, 내가 친 콕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지 않는 선수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잘 본다는 것은 편견과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를 꿰뚫어 본다는 의미입니다. 편견이나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를 통해 통찰할 수 있는 혜안과 안목이 생겼을 때 우리는 꿈을 향해 비로소 날 수 있습니다.


둘째, 정타(正打)입니다. 셔틀콕이 우리에게 바라는 두번째 소망은 "제대로 쳐라!"입니다. 셔틀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시의적절하게 스트록을 구사하여 라켓을 제대로 쥐고 똑똑하게 쳐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코트 위에 나와 상대가 어디있는지 생각하고, 하이클리어와 드롭으로 상대를 바쁘게 만들어야 합니다. 헤어핀으로 공격기회를 만들고 강한 스매싱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합니다. 라켓을 들고 커트로 길목을 막고 드라이브 싸움에서는 상대에게 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신독(愼獨)과 시중(時中)을 생각하며 한타 한타를 제대로 쳐 낼 때 우리는 후회 없는 게임은 물론 미련 없는 삶도 꿈꾸게 될 테니까요.


셋째, 정사(正思)입니다. 셔틀콕이 우리에게 바라는 세번째 소망은 "생각을 바르게!"입니다. 셔틀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아 상대가 너무 센데?, 혹은 아 내가 왜 그렇게 쳤을까 등, 쓰잘데기 없는 불안이나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나간 실수에 자신을 책망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우울과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은 소중한 삶을 좀 먹습니다. 생각은 현실이 되고 이내 곧 삶이 됩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좋은 생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실천해 나갈 때 우리는 온전하게 꿈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넷째, 정어(正語)입니다. 셔틀콕이 우리에게 바라는 네번째 소망은 "말로 상처주지 말라!"입니다. 셔틀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잔소리와 충고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입니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마음을 베는 칼날이 되고, 그 칼날이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게 인생인듯합니다. 바르고 옳은 말이 정어(正語)가 아닙니다. 팩폭은 멘탈을 깨뜨릴 뿐입니다. 말은 마음을 전하는 화살촉입니다. 코트에 내리 꽂히는 콕처럼 심장에 콕 박히게 됩니다. 안그래도 힘든 우리네 인생에 필요한 것은 격려입니다. 말이 상대에게 힘이 될 때, 말은 비로소 생명력을 지닌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다섯째, 정진(正進)입니다. 셔틀콕이 우리에게 바라는 마지막 소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입니다. 셔틀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코트 위에 떨어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어도 콕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죽을 똥 살똥 노력했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내 콕을 다시 주워 우리는 게임을 이어가야 합니다. 아프고 힘들어도 한 걸음 더 내딛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꿋꿋하게 도전하는 자에게 옵니다. 기다리고 견디며 다시 준비하는 사람에게 복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 삶의 다양한 서브를 넣어야 합니다.


매일 집과 직장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너덜너덜해지는 내 삶이 쉴새없이 네트 사이를 오가는 셔틀콕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사실 셔틀콕은 그 자체로 거위의 꿈이지 않았을까요? 날지 못하던 거위를 코트 위에서 날게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꿈이고 온 우주입니다. 그러니 병오년 새해 정5를 품고 꿈을 향해 조용히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도 셔틀콕에게 한마디 하면서 새해를 희망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작고 흰 너를 보면 나의 모습이 보여. 그래도 난 슬프지 않아. 난 너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너가 날 때 나도 함께 날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줘. 그리고 언젠가는 너와 함께 코트 밖에서도 날아오를 거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바람둥이의 사랑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