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의 사랑고백

배드민턴 4행시

by 천지애

"자기야,"


"왜?"


"자기 나 사랑해?"

"갑자기?


"대답해 봐 나 사랑해 안 사랑해?"


"사랑해."


"근데 왜 사랑해?"


"그냥."


"그래도 이유를 말해줘."


"4행시로 대답해 줄까?"


"응! 운 띄울께"


배!

신해도 친다. 인생은 배신의 연속인듯합니다. 살다보니 공평은 바라지도 않게 되네요. 불공평에 익숙해지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를 포함한 모든 일이 시간과 돈을 들인만큼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노력이 전부인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살아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운7기3이라는데 운이 전부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미련스럽게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이 나에게 돌아오겠지라며 헌신하다 헌신짝되더라구요. 불여시처럼 시간도 재고 돈도 따지고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을 들이고 공을 들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답답하다는는 둥 집착이라는 둥 자꾸 본전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도 가족도 관계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배드민턴만큼은 내가 들인 시간과 돈만큼 남더라구요. 사랑도 변하고 사람은 떠나도 운동은 남습니다. 배드민턴은 남는 장사입니다. 내 몸 어딘가에 쌓여 복리의 마법을 부리더라구요. 인생이 나를 배신해도 저는 오늘도 꿋꿋하게 배드민턴을 칩니다. 언젠가 나이들면 내가 배드민턴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배드민턴은 내몸에 남아 나를 지켜줄 테니까요.


드!

러울 때 더 친다. 구글에 배드민턴으로 검색하면 "Bad in badminton"이라는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배드민턴을 못친다는 의미인데 저는 민턴안에 온갖 안좋은 것들을 구겨넣을 수 있겠구나로 보이더라구요(직역 그대로 드럽게 못 칠 수록 더 쳐야하긴 합니다^^). 나쁜 감정,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데 배드민턴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셔틀콕을 바라보는 순간 근심걱정을 잊게 되는 마법을 다들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주인이 공을 던져주면 죽어라 뛰는 개처럼 저도 콕만 바라보고 콕만 생각하고 칩니다. 잊어야 살아지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으로 생활인으로 이 바쁘고 힘든 세상을 살면서 잊기 힘든 어려운 감정이나 자존심 스크래치 날 때가 왜 없겠어요. 다들 인생에 한두명 웬수나 한두가지 고민은 있으시지요? 그럴때 배드민턴 가방을 챙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스 좀 났다고 버릴 수 없는게 우리 인생이잖아요. 생활 기스는 고장이 아닙니다. 멘탈 기스는 당연한 것이니 그 때 더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면서 웃으면서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날은 할 것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던데, 기분 드러운 날은 오라는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더라구요. 그때가 배드민턴 칠 때입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속터지는 날, 저는 라켓부터 찾습니다. 셔틀콕이 웬수같은 그놈이나 지끈지끈한 그일이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때리다보면 또 살아지니까요.


민!

낯을 보기 위해 친다. 배드민턴을 치게 되면 성품이 빛날 때도 있고 성깔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도 있습니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 배드민턴 클럽과 다양한 모임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사람들의 및낯을 여과없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숨겨도 몸은 거짓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치는 모양새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고, 코트 안과 밖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로 인생의 깊이를 가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지금쯤 되면 철이 좀 들고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 실망하고 자책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인생은 좋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나느냐나 보다 X새끼 한명을 안 만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생의 길흉화복이 사람을 통해 오기 때문에 복은 바라지 않더라도 화는 피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거릅니다. 첫번째는 운동 안하는 사람을 피하세요. 맥주 3명에 마른 안주처럼 기본이 안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번째는 핑계대면서 운동하는 사람을 피하세요.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되고 요리조리 사람 환장하게 하는 사람은 거르시는게 좋습니다. 의리지키며 살기 어려운 스타일이니까요. 셋째, 코트 밖과 코트 안에서 이상신호를 감지했을 때 멀어지세요. 지금까지 갈고 닦은 여러분의 촉이 맞습니다.


턴!

닝포인트가 찾아온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치면 좋은 날이 오긴 오더라구요. 올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서는 늘 준비해야 합니다. 레슨도 좀 받아야 하고, 클럽생활도 좀 해야하고, 모임도 가려면 시간을 늘 쪼개 써야 하니까요. 일과 삶을 살아내고 그 와중에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서는 죽을 똥 살 똥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늘 도전해야 합니다. 변명하지 않고 덤덤하게 하기로 한 일을 끝까지 해내야 얻어지는게 승급입니다. 승급은 고스톱치다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배드민턴 급수로 실력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잘 친다고 다 승급하는 것은 아니고 승급했다고 그만큼 실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많은 승급 중에 A조 승급을 축하하고 A조 우승을 예우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에이조가 되기 위해 저 사람도 묵묵하게 저 시간을 견뎠구나를 알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와 도전을 통해 다져진 사람에게 반드시 턴닝포인트가 찾아오게 됩니다. 여러분도 경험하셨고 저도 경험했고 앞으로도 함께 더 많은 턴닝포인트를 발견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삶이 나를 속이고 인생이 나를 배신해도 치고, 기분 드러울 때 더치고, 치다보니 및낯도 보게 되고 좋은 사람들만 곁에 남더라. 그러다 보니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찾아왔어. 그런데 널 어떻게 안 사랑할 수가 있겠니?


"자기 나 사랑하는 거 찐이구나."


"응 앞으로도 너만을 사랑한다고 못하지만, 지금은 너만 사랑하고 그리고 이 사랑은 죽는 그날까지 기억할께!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한다. 이것만 기억하면 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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