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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Aug 24. 2020

운동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마음으로 준비하기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Failing to prepare is preparing to fail.


제 나이 31살 때, 이 문장을 처음 들었습니다. 젊지 않은 나이에 공부라는 것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저의 마음에 너무나 와 닿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멋진 말은 누가 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처음 한 이 말은 존 우든John Wooden이라는 농구감독에 의해 더 유명해진 말입니다. 감독생활 41년 동안 905승 205패의 승률 81.5%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하고, 1승도 힘든 NBA 88연승의 불패의 신화를 쓴 존 우든이 자신의 성공 비결의 첫 번째로 꼽는 주문입니다.

이미 최고라고 인정받은 선수들을 만나는 존 우든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쳤을까요? 만나는 첫 날 양말을 바르게 신는 법을 손수 시범 보였습니다. 트레이너들에게 선수들의 오른발과 왼발의 크기를 정확하게 잰 후, 각자 발에 딱 맞는 농구화를 새로 나누어줍니다. 그리고 농구화 끈 매는 법도 가르칩니다. 연습이나 경기 중에 신발 끈이 풀리지 않게 하려면  끈을 구멍에 어떻게 끼워야 하는지, 매듭은 어떻게 짓는지를 바닥에 앉아 일일이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신발을 제대로 신고 있지 않으면 그 어떤 스텝도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위대한 결과도 그 시작은 마음을 담은 준비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매 경기에서 보여주신 분입니다.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출루머신 추신수 선수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더그아웃Dugout은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입니다. 야구장비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긴장을 푸는 대기 장소인 더그 아웃에서 장갑을 끼고, 헬멧을 쓰고, 방망이까지 들고 감독 옆에 앉아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언제든 대타로 뛸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라커 캐비닛을 열면 연습용과 실전용 장갑이 색깔별로 구분되어 정리되어 있다고 합니다. 추선수는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준비라고 말하며 좋은 결과는 준비와 정리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야구에 맞추고 마음을 담은 준비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52게임 연속 출루라는 기록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알게 되고,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삶의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내내 가슴을 떠나지 않는 말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스포츠는 절반이 준비입니다. 준비의 과정은 사소하고도 귀찮은 일이 대부분입니다. 실은 사소해 보일뿐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해 준비하면, 나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는 스승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배우든 간에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선물을 주고 듣기 좋은 말로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마음을 담은 준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참으로 몸치이면서 박치였습니다. 공부는 쫌(?)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영 소질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저는 토요일이 싫었습니다. 토요일이? 왜?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매주 토요일 무용 수업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잘하는데 음악만 나오면 그때부터 온몸이 얼어붙어서 한걸음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성실한 편이었던 저는 나름대로 이리저리 궁리해서 노력이라는 걸 해보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늘 매주 토요일 저는 좌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춤은 확실히 안 되는구나.’ 교대를 입학한 저는 불행하게도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때 또 깨달았습니다. ‘은 확실히 안 되는구나’. 저에게 쥐약은 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에게도 첫사랑이란 게 찾아왔고 실연의 아픔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사랑은 떠나고 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공허한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책상을 보니, 껌 종이가 있었습니다. 이브라는 껌을 아시나요? 마음 아픈 딸에게 남긴 엄마의 인생의 진리같은 메시지를 읽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글이라곤 써보신 적인 없는 어머니가 연필로 쓴 껌 종이 위 3줄이 너무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찍을 생각을 못했지만 아직도 그 3줄은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습니다.  

“지애야, 너무나 원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단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한 없이 사랑한다.”

읽는 순간 심장에서 퍽하고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왔습니다. 우는 게 티날까봐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었습니다. 그리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한 20분 그러고 났더니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었고 샤워를 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음악을 틀고 모니터 앞에서 나도 알 수 없는 몸부림을 치는 그런 요상한 일이 일주일 쯤 반복이 되었습니다. 몸도 가벼웠졌고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제 인생에 대한 고민이란 걸 해보았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걸 잘하게 되면 어쩌면 인생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렇게 저는 제 인생에서 제일 못하는 춤이란 것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에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또 깨달으면서, 춤이란 역시 나랑은 안맞아라고 포기하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댄스스포츠 학원에 등록한 첫 날부터 저는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미리 거울을 보고 워밍업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을 우리는 워밍업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춤배우기 좋은 상태로 몸을 데워두었습니다. 허둥지둥 댄스화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저는 준비부터 달랐습니다. 저의 가상한 노력을 아셨는지, 스승님은 학원생들 앞에서 늦깎이 몸치 제자를 칭찬해주었습니다. “준비하고 수업에 들어와라. 천선생처럼 몸을 데워놔야 레슨이 의미가 있지.”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에서 임용고사를 본 덕에 발령을 받지 못하고 기간제 강사를 하고 있었던 저에게 스승님의 말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저를 칭찬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는 없었던 같습니다. 늘 뒤쳐지는 제자에게 마음을 다해 가르쳐주신 덕분에 쥐약이었던 춤을 제대로 잡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으로 제 예상은 맞았습니다. 못하는 걸 잘하게 되면서 저의 삶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 흐른 후 저는 초등학생, 교사, 부모님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쳐왔습니다.

          

운동에 소질이 없는 저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레슨을 받습니다. 레슨을 받을 때 마다 저는 마음으로 준비를 합니다. 준비라는 것은 그 일에 대해서  마음을 두고 애정과 관심을 쏟을 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시키지 않아도 제일 먼저 가서, 청소를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았도 괜찮습니다. 청소를 하고 준비를 하면서 기도하듯 생각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 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선생님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는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저에게 마음을 담아 가르쳐주십니다. 남 다른 마음으로 준비하는 제자의 몸에서 나오는 간절한 소망을 어렴풋이 이해하시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매일 많은 제자들을 만납니다. 준비를 잘하는 예쁜 마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뭉클합니다.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인 줄넘기를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그 마음이 참 예쁩니다. 타지 않는 자전거를 잘 닦아두는 그 부지런함이 참 예쁩니다. 잘 깎아둔 연필이 가지런한 필통을 열어보면 그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나요? 잘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마음을 다해 준비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운동화부터 빨아 보는 게 어떨까요? ‘다치지 않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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