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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Aug 27. 2020

산타인생

등산vs인생

The mountain is nothing without people on it.

그랙차일드Greg Child(1957∽현재)  

  

그랙 차일드 알피니스트(alpinist)입니다. 알피니스트란 고산 등반가를 이르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산 타는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높고 험난한 유럽 알프스 산과 같은 산을 오르듯 모험적인 도전을 하는 등산가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런 산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산을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극한에 도전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입니다.


차일드는 20살 무렵 그 당시 가장 어려운 루트로 평가되었던 미국 요세미티의 퍼시픽 오션 월이라는 암벽을 정복하였습니다. 그 이후 히말라야의 험준한 봉우리들을 차례로 오르게 됩니다. 최연소 엘리트 등반가로서 쉬블링, 룹상 스파치어, 브로드피크, 가셔브룸 4 등정에 성공하게 됩니다. 가셔브룸 4봉은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해발 7,925m 봉우리로 티벳어로 “빛나는 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1986년 차일드 그랙이 세계 2번째로 등정에 성공하면서 지구상 5명에게만 허락된 곳일 만큼 험준한 봉우리입니다. 가셔브룸4를 북벽을 통해 정상에 오른 뒤 클라이밍지와 인터뷰에서 “거기에 있었고, 거기에 올랐다(Been there, done that)”는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Greg Child on summit Gasherbrum IV. Photo: www.mountainsoftravelphotos.com

그랙 차일드의 유명한 어록 중에 “The mountain is nothing without people on it.”도 있습니다. 이 문장은 “산은 인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번역이 되어서 알려졌는데 실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없으면 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가 더 적절한 표현같습니다. 산에 함께 오르는 “사람들”을 강조하는 뜻으로 그랙 차일드가 말했을거라고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뒷 문장을 보면 제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The mountain is nothing without people on it. Often you part expedition exasperated, but a year or two later you go back with the same partners knowing there's potential in this human relationship. 이 문장들이 차일드 그랙이 말한 어록의 전문입니다. 자신은 없지만 해석해 보면 이런 뜻인 듯합니다. “산에 (함께) 오르는 사람들이 없으면 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종종 다시는 안볼 것처럼 등반팀과 결별하지만 1-2년 후 이 인간 관계에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하게 된다” 문장 속 potential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신뢰, 팀웤, 믿음, 사랑, 우정 등 험준한 산을 오르며 서로를 보듬어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일 것입니다. 결국 함께 오르는 사람들이 없으면, 오를 수 없는 것이 산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산악영화에서 위험한 산을 다시 오를 때, 지지고 볶아댔던 웬수같은 옛사람들을 다시 수소문해서 찾는 장면이 꼭 나오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산을 오르는 것이나 사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산타인생입니다. 산 타듯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함께 오르는,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이 중요합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와 손발이 맞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알피니스트(alpinist)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셰르파(Sherpa)의 역할을 하며 함께 산을 오릅니다. 산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고, 오르는 내내, 정상에서 그리고 하산 후에도 함께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아내야 합니다. 우리도 인생이라는 긴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우정, 사랑, 신뢰,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 내려왔다고 하는 순간 다시 올라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헤어질 때 예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긴 인생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등정에 성공했다고 헌신짝 버리듯 무시하다가 한 방에 훅 갈 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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