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친구 돌침대, 찰떡궁합 돌침대

by 필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에 자주 간다. 언제나 내편인 외할머니가 너무 좋다. 겨울밤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외할머니가 깎아주는 생고구마를 먹으며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잠든다. 이런 추억 때문인지 유난히 온돌을 좋아한다.


바닥이 따끈따끈해야 잠을 잘 잔다. 주택에 살 때는 그나마 아랫목 비슷하게 바닥에 온기가 있어 좋다. 하지만 아파트는 다르다. 아파트는 전체적인 공기는 따뜻한데 바닥이 그닥 따뜻한 느낌이 없다. 바닥까지 따뜻해지려면 공기는 뜨거워 숨이 막힌다. 온돌 체질인 건지 바닥이 뜨겁고 코는 약간 시린 상태가 좋다.


침대를 산다. 온돌을 대신할만한 돌침대다. 맥반석이 데워지며 따끈한 바닥을 만든다.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흥얼 나온다. 온도를 높이니 어릴 적, 외할머니 집 아랫목에 누워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생고구마를 깎아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외할머니는 안 계시지만, 따뜻한 바닥만으로도 추억 여행하기엔 충분하다.


돌침대를 들이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진다. 등이 뜨끈뜨끈하니 잠도 잘 온다. 아파트가 시설이 좋은 건지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방 안 공기가 춥지 않다. 사람 온기에 돌침대 온기가 합쳐져 온화한 느낌마저 든다. 좋아하는 온도가 된다. 조금 더 공기가 차가워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난방비 절약은 덤이다. 전기도 많이 들지 않으니 1석 3조가 되는 건가?


허리 수술, 다리 수술까지 한 상태라 침대는 필수품이다. 매트리스가 있는 침대는 적응이 안된다. 오히려 푹신함에 허리가 더 아프다. 역시 바닥은 딱딱해야 한다. 딱딱하고 뜨끈뜨끈한 바닥을 자랑하는 돌침대가 최고다. 온돌체질인 나에게 돌침대는 찰떡궁합이다.


돌침대의 최대 단점은 이동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 번 정착하면 움직일 수가 없다. 이사갈 때도 비용이 더 든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좋은 돌침대다. 벌써 함께 한지 십 년도 훌쩍 넘는다. 이 녀석도 나이가 들어 가끔씩 온도 조절이 삐꺽거린다. 그래도 좋은 단짝친구다. 오늘도 따뜻함에 마음을 녹인다.




제시어: 침대

타자수: 998자

오필리아처럼~

필이~ ^^*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