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쓰나들의 비둘기호 청춘여행, 그리고 주윤발 옵빠

by 필이

고등학생 때이다. 정확히 몇 학년 때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2학년쯤이 아닐까 아련하게 추측할뿐이다. 일곱 가쓰나들이 뭉쳤다. 친한 친구와 친구의 친구와 어찌 저찌 모이니 일곱이 된다. 작전을 짠다. 밤기차 타고 서울간다고 하면 허락을 안 해줄 것이니 친구 시골집에 간다는 거짓으로 허락을 받기로 한다. 딸 말보다 딸의 친구 말을 잘 믿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용하여-오! 죄송해요. 엄마-부모님들이 인정하는 친구가 서로 전화를 한다. 일곱 가쓰나들은 공식적인 외박을 허락받는다.


겨울밤이다. 부산역에서 만난 일곱 가쓰나들은 서울행 비둘기호에 몸을 싣는다. 기차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록초록한 비둘기호 의자에 앉아 생애 첫 서울 여행에 대한 들뜸으로 얼굴이 빨갛게 익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밤기차 여행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떨리지 않는가.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그 날의 떨림은 고스란히 간직한다. '서울'이라는 곳에 대한 로망과 밤기차가 주는 낭만,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어떤 감정들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수다 삼매경에 지쳐 잠들 때까지 일곱 가쓰나들은 서울가는 비둘기호에서 청춘을 태운다.


돌아오는 날도 비둘기호다.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한다. 다시 돌아온 부산역. 일곱 가쓰나들은 자연스럽게 주윤발 옵빠를 만나러 간다. 남포동에 가서 조조 영화를 본다. 그 시절에는 조조 영화에 대한 낭만이 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만 볼 수 있는 조조 영화. 지금처럼 영화가 다작으로 성행하던 시절이 아니다. 한 영화가 오래도록 영화관을 지킨다.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보기도 한다. 주윤발이 나오는 영화가 그러하다. 장국영, 유덕화 팬들도 있지만 역시 1등은 주윤발이다. 일곱 가쓰나들이 그 새벽에 함께 본 영화는 '첩혈쌍웅'. 아직도 제목이 선명한 것은 일곱 가쓰나들의 비둘기호 청춘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아침, 그 영화의 기억이 생생하다. 일곱 가쓰나들. 지금 잘 살고 있겠지?







제시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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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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