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카타브라 다 이루어져라

by 필이

"필이님 발을 오리발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몸이 스티로폼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에 이어 이번에는 오리발이다. 좋다. 한 번 해보자!


레인 끝에 손을 올리고 주문을 외운다.


'내 발은 오리발이다. 내 발은 오리발이다.'


기분탓인지 잘 되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킥판을 타고 해보자.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한다.


'내 발은 오리발이다. 내 발은 오리발이다.'


여전히 주문을 외운다. 어라? 진짜 좀 잘 되는 것 같은데? 혼자 기분이 좋아라 하며 신나게 물살을 가른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레인 반도 가지 못하고 숨이 찬다. 그 자리에 서서 헥헥 거리며 숨을 쉰다. 이 모습만 보면 분명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질주한 선수가 분명하다.


다시 힘을 내서 발차기 출발! 한참 하고 있는데 옆 라인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발차기 삼매경에 빠진 필이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겨우 레인 끝에 다다른 필이는 또다시 100미터를 초스피드로 달리고 골인한 선수가 되어 숨을 몰아쉰다.


옆 레인에서 요양보호사 언니가 다가온다. 우리는 레인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사이 좋은 이웃이 되어 이야기 나눈다.


"인자 수영 잘 하네?"


"네? 제가 잘해요?"


"어, 보니깐 발차기가 되는데?"


"진짜요?"


'내 발이 오리발이다’


주문이 통한 건가? 이런 칭찬을 다 받다니!


"그라면 된다. 물에서 놀면 끝장을 본다. 안해서 몬하는 거지. 하면 된다. 끝에는 하게 돼있다."


"끝장을 본다고요? 물에서 놀기만 해도요?"


"하모, 되지. 몬한다 생각해서 안되는 거지. 하면 다 된다. 저 함 봐라."


언니가 말하는 곳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짝꿍 언니가 무중력 자전거 타기를 하고 있다. 어쩐 일인가 넘어지지도 않고 잘 탄다. 중급 레인, 물도 깊은 곳인데.


"내가 처음에만 안 넘어지구로 균형 잡아줬거든. 그란데 저거 함 봐라. 얼매나 잘 하노?"


진짜다. 짝꿍 언니는 안 보여서 깊은 물에는 못 간다고 했다. 사실은 가고 싶었던 걸까? 필이처럼? 조금의 빈틈만 있어도 얼른 중급 레인 깊은 물로 순간이동하는 필이처럼 짝꿍 언니도 사실은 깊은물에 가고 싶었던 걸까.


"안 빈다고 무섭다 안하나. 귀에 물 들어간다고 겁난다고. 귀에 물 들어가면 다 빠진다 안 했나. 저서도 귀에 물 드가지. 깊어서 드가나?"


언니는 필이가 있는 초급 레인을 가리킨다. 맞는 말이다. 귀에 코에 물 들어가는 건 깊은 물이나 얕은 물이나 마찬가지긴 하다.


"눈이 고장났지. 어데 다리가 고장났나? 다리는 멀쩡한데. 와 몬해? 쪼매 잡아줬는데 저레 재밌게 잘 안 노나? 몬한다 생각하면 평생 몬하는 거지. 저래 잘하는데 와 몬해?"


"진짜네요. 언니 너무 잘한다. 나보다 더 균형 잘 잡는데요?"


짝꿍 언니를 바라보며 필이도 신난다. 역시 요양보호사 언니는 다르다. 짝꿍언니가 눈이 안 보인다고 손 잡고 인사할 줄이나 알았지, 저렇게 깊은 물에 데리고 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균형잡아주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생각이 결국은 몸을 좌우하는 걸까.


'내 발이 오리발이다’


생각했을 뿐인데평소보다 발차기가 잘 된다. 짝꿍 언니는 안 보여서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저리도 재미있게 잘 한다. 결국은 생각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가.


우리를 할 수 있게도 할 수 없게도 하는 것이 바로 생각이라는 말인가. 필이도 사실, 짝꿍언니가 눈이 안 보이니 중급 레인은 아예 가지 못 한다고 생각했음이다.


그런데 요양 보호사 언니 생각은 다르다. 눈이 안 보이는 것뿐, 다리는 멀쩡하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언니가 갑자기 커보인다. 최근 다시 보게 된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포레스트 엄마 같다.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된다고 생각한 포레스트 엄마, 결국 포레스트가 보조장치를 떼고 달리 수 있게 만든 위대한 분. 요양보호사 언니가 위대해보인다.


그래서 혼자 유튜브 영상만 보고도 수영을 저렇게도 잘하는 건가?

다시 해보자!


'내 발은 오리발이다! 내 발은 오리발이다!'


주문을 외며 신나게 앞으로! 앞으로!


어푸어푸

비록 레인 반도 못 가고 숨을 헐떡이지만 이리 하면 된다. 된다 생각하고 하면 된다. 내발은 오리발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