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기준에 대한 필이의 불만

by 필이

중급 레인부터가 물이 깊다. 그말인즉, 초급 레인은 물이 낮다는 말이다. 그러니 초급에서는 일어설 수가 없다. 물이 허리도 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초급과 어린이가 같은 레인이라니. 초급자는 어린이 수준이라는 말일까? 정작 수영 잘하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데, 초급자와 어린이가 한 묶음으로 묶여 있단 말인가. 허우적대며 발차기하는 필이보다 수영을 잘하는 아이가 얼마나 많을까. 지난주 토요일에 만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유치원에 다닌다고 했으니 그 정도는 되었을 것 같다. 그 작은 아이가 얼마나 수영을 잘하던지. 어디서 배운 건 아니라고 한다. 언니들 따라 엄마와 함께 자주 수영장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수영을 한단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영장에 왔단다.


어쩌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얼마나 수영을 잘하겠는가. 뻣뻣한 필이보다 백만 배는 수영을 더 잘한다. 그런데도 초급이라고 이름지어진 레인에서 필이처럼 왕초보와 함께 수영을 해야 한다니. 프로급 아이 입장에서도 기분이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이 레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혼자서 끙끙댄다. 어린이 물높이에서 발차기를 해야 하는 설움을 이렇게라도 뿜어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서.


필이는 호심탐탐 중급 레인을 노린다. 사람이 거의 없거나, 늘 만나는 편한 분만 있거나, 지난번 오리발을 빌려주는 친절을 베풀어준 호식이 아저씨만 있으면 바로 중급 레인으로 넘어간다. 한마디로 중급 레인의 비어있는 틈을 노린다는 말이다.

중급 레인이 빌 틈은 잘 없다. 정말 어쩌다 한 번씩 틈이 생긴다. 그럴 때면 필이는 잽싸게 선을 넘는다. 어디서 그런 초인간적인 능력이 생겨나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마치, 작년 전주 조선팝 페스티벌 서도밴드 공연에 필이가 얼른 튀어 나가 서도님 손을 잡았던 그때처럼 말이다. 다시 생각해도 환희의 순간이다. 앗! 몰상식하게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서도님 손을 낚아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서도님이 강강술래 하자며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서 손을 내민 것이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며 옷이며 다 집어던지고 총알처럼 튀어 나가 서도님 손을 덥썩! 아하하하하.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헤에…….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인처럼 입을 벌리게 된다. 침은 안 흘리나 모르겠다.

이렇듯 한 번씩 필이의 초능력이 발휘될 때가 있다. 바로 중급자 레인에 틈이 생기는 그런 때.

지난주 토요일이다. 중급자 레인에 생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신나게 발차기를 한다. 역시 물이 깊으니 몸이 잘 뜬다며 혼자 신나게 발차기한다. 얼마나 했을까.


“어여, 발차기는 여서 해라.”


고개를 들어보니 발차기 쌤이다. 안전요인 언니. 오늘은 어쩐 일인지 수영복이 아닌 안전요원 옷을 입고 있다.

“네.”


억지웃음을 지으며 조금 아주아주 조금 창피한 마음으로 다시 선을 넘는다. 알고 보니 그 사이 중급 레인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언제 이렇게나 많아진 것이지?’


속으로 놀란다. 그 정도로 발차기를 열심히 했다는 말인가.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지는 것도 모를만큼! 필이에게 장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열심히 했으니 칭찬을. 자! 다시 발차기 연습이다. 에잇, 물이 허리도 안 오니 몸이 뜨지 않는다. 다시 투덜이 필이가 된다.


도대체 이 레인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인가. 어찌하여 초급과 어린이가 한 레인을 사용한단 말인가. 어찌하여 허리도 오지 않는 물에서 수영을 해야 한단 말인가.

뭐. 다른 사람들은 초보도 없이 중급으로 껑충 뛰어넘기라도 했단 말인가. 에잇.

당장 어른이 할 수 있는 초급 레인을 만들어 달라!

만들어 달라!


초급 어른도 부력의 힘으로 몸이 뜰 수 있게 보장하라! 보장하라!

속으로 외친다.


오늘도 필이는 다리를 펴지도 못한 채 열심히 발차기 연습한다. 언젠간 떳떳하게 저 선을 넘고 말테다! 혼자 각오하면서!




오필리아처럼~

필이~^^*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