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라 여유 있게 파란수영장을 간다. 아차! 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11시가 넘어버린다. 수영장은 빨간목욕탕과 다르다는 걸 잊어버린 게다. 수영장은 청소시간이 있어 11시 5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출입금지다. 발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수영을 하는 것은 물 건너가버린다.
'안 되겠네. 샤워라고 하고 와야겠다.'
늘 가던 구석 자리로 가서 막 샤워를 시작하려는데 발차기 쌤이 들어온다.
'윽, 늦게 왔다고 혼나겠다.'
발차기쌤이 보지 못하도록 벽 쪽으로 돌아선다.
'아니, 와 이쪽으로 오노? 빈자리가 천진데 와 이리로 오노. 와.'
발차기 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있는 바로 뒤쪽 샤워부스에 짐을 푼다.
"와 인제 오노? 일찍 와가 연습 안 하고."
"네, 늑장 부리다가 그만……."
끝말을 흐리며 살짝 웃는 작전! 이 성공하는가 싶은 순간, 시끌시끌 소리와 함께 언니들이 샤워장으로 들어온다.
"야~! 속이 시원하다. 시원해. ㅋㅋㅋㅋ. 여자라고 우습게 보다 큰코다쳤다. 그자?"
언니들이 서로를 보며 이야기하다 발차기 쌤을 향해 멈춰 선다.
"맞제? 여자라고 우습게 보다가 큰코다쳤지. 맞제? 하하하하하."
"그래, 내 안 한다 카는데 기어이 하자 하더만. 내가 여자라고 우습게 본 거지. 하하하하."
발차기 쌤은 들어오는 언니들과 함께 뒤쪽 샤워장으로 사라진다. 뒤쪽에서는 언니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샤워 후 탈의실에서도 언니들의 시원한 웃음은 계속된다. 이젠 이야기도 본격적이다. 서로를 막아 세운 샤워부스 칸막이도 없으니 이야기가 더 쉽다. 당연히 필이에게도 더 잘 들린다.
"내가 2대 1로 이긴 거지. 지금 뭐 때매 졌는가 분석한다고 난리다. 하하하하하. 낼로 여자라고 우습게 봐가지고. 하하하하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자분 두 명이서 발차기 쌤에게 수영 시합을 하자고 한다. 발차기 쌤이 안 하겠다고 한다. 남자 두 분은 계속하자고 한다.
"아무래도 제가 여잔데 어떻게 이기겠습니꺼."
발차기 쌤의 이 말이 자극제가 된 것인지 남자분들은 더 불타서 시합을 하자고 한다. 발차기 쌤은 어쩔 수 없이 시합에 응한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 알겠지만 발차기 쌤의 승리! 그것도 남자분들은 2명, 발차기 쌤은 혼자. 2대 1의 경기에서 승리를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지나면서 보니깐 한 레인에 나란히 시합하는 것 같더니 그거였는가 보네요?"
필이도 아는척하며 거든다.
"맞다. 안 한다는데 기어이 하자고 안 하나. 낼로 우습게 봐가지고. ㅎㅎㅎㅎㅎ."
"남자분들이 여기 처음 오신 분들이세요?"
"아니, 주말마다 온다. 자주 오는 사람들이다. 철인 3종경기 하는 사람들이거든."
"네? 철인 3종 경기요? 그럼 수영을 잘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리고 여기에 다니는 분들이면 언니가 수영 잘하는 거 알 텐데요?"
"그라니깐 낼로 우습게 본 거지. 여자라고."
호기심이 발동한 필이에게 연신 이야기를 해주는 발차기 쌤의 얼굴에는 승리에 찬 기쁨으로 빛이 난다. 그 빛이 탈의장 안을 기쁨으로 채운다.
"내 알아봤다. 철인 3종 경기해도 수영을 제대로 안 배운 기다. 자유형 하는데 얼굴을 들더라고. 얼굴을 들고 이라면 저항이 생기가 앞으로 안 나가. 내가 그거 보고 딱 지겠다 했지. 어데 여자라고 우습게 보노. 기본도 못 배워가지고. 하하하하하."
샤워실에서부터 함께 이야기하던 언니다. 언니는 지금 수영을 하듯 팔로 물살을 가른다. 고개를 든 채로. 언니의 친절한 설명으로 어떤 상황인지 그려진다.
다른 시간대에 오는 언니인지 필이가 잘 모르는 언니다. 그래도 무슨 상관인가. 승리의 기쁨은 우리 모두를 취하게 하는데.
"그라이 기본이 중요한 기다. 발차기. 내가 와 발차기를 강조하는지 알겠제?"
"네?"
갑자기 이야기가 왜 이리 흐르는 건가. 필이도 같이 승리의 기쁨에 흠뻑 취해 헤롱헤롱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차기 쌤의 발차기가 '훅!'하고 들어온다.
"기본이 중요하다고. 기본이! 저 아저씨들 철인 3종 경기도 나가고 수영도 잘하는 분들이야. 그래도 나한테 와 졌노? 기본이 안 된 거다. 기본이."
"맞다. 처음부터 기본을 잘 배워야 되제. 나중에는 고치지도 몬해."
아니, 옆에 언니까지 합세하여 2대 1로 저에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발차기 쌤의 수영 시합에 의하면 1인 약자가 이겨야 하는 건데.
"그라니깐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발차기를 해라 이 말이다. 발차기!"
발차기 쌤은 중요한 가르침을 하사하듯 필이를 향해 말한다.
"발차기 힘들어도 이것만 잘 되면 그다음은 쉽다. 오늘도 안 하고. 발차기, 많이 해야 돼. 많이."
"네. 발차기!"
졌다. 완패다. 오늘따라 수영을 하지도 않았으니 할 말이 없다. 필이는 한쪽 손을 올리며 '경례'하며 보고 하듯 큰 소리로 대답한다.
발차기 연습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며.
이번에는 행복한 완패의 기쁨에 빠진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