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부정적인 게 없어. 다 된다. 안되면 그마이고. 그라니깐 마음 쓸 일이 없지. 세상 편타. 뭐 할라고 그래 신경쓰면서 사노. 이래도 한평생이고 저래도 한평생인데.”
짝꿍 언니와 요양보호사 언니는 거의 날마다 만나는 단짝이다. 그러다 보니 친해지는 건 한순간! 레인 끝에서 쉴 때 짬짬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니, 언니는 어떻게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수영을 이렇게 잘해요? 언제부터 수영한 거예요?”
요양보호사 언니는 처음에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영을 배웠단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 하는 것 보고 따라 하면서 배우고, 다른 사람들 배울 때 옆에서 주워듣고 배우기도 한단다. 어렵게 말했지만 한마디로 독학으로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처음엔 자유형만 좀 하는 것 같더니 요즘은 이상한 개구리 헤엄도 아니고 동작이 재밌어 보이는 수영까지 한다. 접영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런 동작이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영 실력 느는 게 바로바로 보인다.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짝궁 언니와 레인 끝에서 한참 수다삼매경이다. 물에 잘 뜨지도 않는다느니, 발차기를 아무리 해도 앞으로 가지를 않는다느니. “누가 누가 수영을 못하나” 내기라도 하듯 투정을 부린다. 요양보호사 언니가 우리에게로 온다. 그러니 앞뒤 다 잘라먹고 다짜고짜 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내가 뭐 하면 금방 잘 배운다.”
보통 이럴 때는 “잘하기는 뭐가 잘하노.” 이런 겸손한 척하는 반응을 하지 않나? 요양보호사 언니는 바로 자신이 뭐든 잘 배운다고 자랑이다.
“네? 언니 그렇게 보여요. 금방 잘 배우는 것 같아요. 우리는 와이리 안될까요?”
“안된다 안된다 하니깐 안되는 기지. 내는 부정적인 게 없다. 그냥 한다. 하다가 안되면 그마이고. 되면 좋고. 악착같이 잘할라고 하니깐 힘만 드는 거지. 그냥 물에서 놀다 간다~ 생각하고 하면 재밌고, 그라면 수영도 쪼매씩 늘고 그란다. 뭐할라고 그래 악착같이 할라 하노?”
“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잘하면 좋잖아요. 저거 봐요. 수영 잘하니깐 얼마나 멋있어요.”
다른 레인에서 춤추듯 수영하는 고수 언니들을 본다.
“니는 다리 아파가 왔다 안했나?”
“그렇죠. 여기서 왔다갔다 걸으려고 왔지요.”
“그라면 뭐할라고 욕심을 부리노? 왔다갔다 걷다가 수영 하고 싶어지면 하고, 하다가 힘들면 물에서 놀다 가고. 그라다보면 어느날 수영도 하게 되고 할낀데. 뭐할라고 남하는거 따라 그래 하노?”
“네? 그래도 수영 잘하는 거 보니깐.. 나도.. 하고 싶어가지고…….”
언니 말이 백번 천번 맞다. 다리가 아파서 물에서 걸으려고 온 것이다. 빨간목욕탕이 다시 탄생 될 때까지는 적어도 파란수영장에서 건강을 챙길 생각이다.
그것이 어느 순간, 수영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버린다. 남들 수영하는 걸 보면서 말이다. 내 마음속에 자라나는 욕심 덩어리. 남들 잘하는 모습만 보고 따라 하고픈 욕심이 덩어리 되어 내 몸을 더 무겁게 한다. 그러니 더 물에 뜨지 않고 발차기도 더 되지 않는다. 힘을 있는 대로 주게 되니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질수록 내 몸은 더더욱 가라앉는다. 내 속에 커져 버린 욕심 덩어리가 발을 묶어 버렸음이다.
“요거 야시 아이가 야시. 야시가 돼가지고 뭐만 하면 금방 따라 하데?”
“네? 요양보호사 언니가 야시예요?”
“하모, 어데 가도 야시맨치로 잘 한다. 뭐만 하면 뚝딱 배아가 금방 해삔다. 같이 시작해도 야는 금방 배운다.”
짝꿍 언니는 요양보호사 언니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검지손가락으로 요양보호사 언니 어깨를 찌른다.
“언니 눈이 나빠지기 전부터 아는 사이라 하더니 친한가보네요.”
“친하기는 뭣이 친하노. 야가 내 따라댕깄지. 야시 맨치로 따라 댕기면서 뭐만 하면 홀딱 홀딱 잘하데. 야시다 야시.”
짝꿍 언니의 야시 타령에 한참을 서서 웃고 떠든다.
“내는 부정적인 게 없다 아이가. 그라니깐 금방 배워지데. 열심히는 해. 열심히는 해도 안된다고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고, 잘 되면 좋은 기고. 그라니깐 더 잘된다. 해봐라. 니도. '착'을 버리면 된다. '착'. 잘해야지 하는 집착. 남들 하는 거 따라 하고 싶은 집착. 다 착이다 착. 이걸 버리면 다 잘된다. 알겠나?”
마음 수행을 하려고 정토회 온라인 불교대학에 입학한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정목스님의 명상 말씀을 듣는다.
지금 이순간 깨어 있기.
지금 이순간 행복하기.
지금 이순간 알아차리기.
마음 공부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수영장 레인 끝. 언니들과의 짧은 수다 속에서 깨치는 울림이 있다. 이것이 삶의 공부요. 마음 수행이다.
“부정적인 게 없어. 부정적인 게 있을 필요가 없어. 이래 살아도 저래 살아도 한평생인데. 뭐할라고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살끼고.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마이고. 내가 열심히 했으면 그거면 되는 기라. 그거만. 그래 살아봐라. 마음이 얼마나 편한 줄 모른다.”
언니의 말이 귓가에서 랩을 한다.
부정적인 게 없어.
부정적일 게 뭐가 있노.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월.
예~~!
그래.
안된다 안된다
부정적일 필요 없다.
파란수영장 처음 온 목적대로 걸으며 다리 운동 하다가 심심하면 발차기 좀 하다가 그래도 또 심심하면 발차기 좀 더 많이 하다가. 그래 이렇게 물에서 놀다 가면 언젠가는 수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잘된다 안된다.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했제!!!”
네. 언니.
언니의 가르침 잘 새겨놓을게요!
피부 이식하듯 피부 세포 하나하나에 언니의 말을 새겨서 넣자!
부정적인 게 없다.
그것이 수영 잘하는 비결임을!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