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 춤 알아?

by 필이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철역.

3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인다.


고속버스 터미널역이라 그런가.

갈아타러 가는 길이 볼거리로 가득하다.


한눈 팔지 않고

오직 3호선 타는 곳으로 향한다.

버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이런.

필이 발이 그만 딱! 하고 멈추고 만다.

발에 껌딱지가 붙은 것마냥 그대로 멈춘다.


필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바로 크룩스 슬리퍼를 파는 가게.


한눈에 봐도 짝퉁이다.

당연한 건가?


진품을 이렇게

길가 통로 매대에다가

놓고 팔지는 않을 테니.


색색깔 기본 슬리퍼에

다양한 액세서리가 붙어 있다.


화려하다.

귀엽다.


'일할 때 신는 슬리퍼가 닳았는데 하나 살까?'


액세서리가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할 때만 신는데 뭐 어때?'


어쩌다 신어 본 세 개를 다 구입하고 만다.

취한 게 틀림없다.

하하하하하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한다.


"엄마, 왔어?"


"엉."


아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는

봉투 안에 든 걸 꺼내기 바쁘다.


"이거 봐라. 이거 한 개 얼마겠노?"


"한 개에 만 원이다. 만 원. 서울이 진짜 살기 좋다. 이래 싸게 팔고."


"내가 안 있나. 지하철을 갈아탈라고....."


아들이 대답할 사이도 주지 않는다.

생각할 틈도 안 준다.


짝퉁 크룩스 슬리퍼 세 개를

사게 된 이야기에 바쁘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의 첫마디는?


"하나를 사도 좋은 걸 사는 게 낫지. 싼 거 세 개나 사서 뭐 하랄고."


"아니, 그래도 싸니깐 샀지. 언제 또 살 수 있겠노. 일할 때 맨날 신는데. 서울이 진짜 살기 좋네. 이렇게 싸게 팔고."


울 아들이 좋아(?)하는 서울을

찬양하는 것으로

아이 마음을 돌리려 애쓴다.


아들은 검열을 하듯

까만 슬리퍼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굽이 높은데?"


"그렇제? 근데 발은 되게 편하더라고. 엄마가 높은 거 안 신는데 이건 편해가지고 샀다."


왜 진땀이 나려고 하지?

나지도 않는 진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것만 같다.


이번에는 아들이 신발을 신는다.


"이거 봐라. 이거 발목 삐겠구만."


아들은 발목 삐는 시늉을 한다.

옆으로 삐끗삐끗한다


"어. 진짜네? 우짜노?"


얼굴이 구겨진다.


마치 몇 년 전

심하게 발목을 삐었던

그때의 아픔이 몰려오는 듯하다.


결국

인대 수술을 했던 그때의 통증이

지금 발목에 전해지는 것만 같다.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아들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까만 슬리퍼는 그대로 신고서.

좌우로 흐느적 흐느적.


연체 동물이

좌우로 흔들거리는 것만 같다.


앞으로 걷고 싶은데,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좌우로만 흔들거리는 모습.


그런 연체동물과 꼭 닮았다.


"니 그게 뭐고? 푸하하하하. 진짜 웃긴다."


엄마의 웃음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꿋꿋하게 연체동물 댄스를 계속 춘다.


"엄마, 나루토 춤 알아?"


아들은 팔을 좌 우로 흔들더니

이번에는 다리를 좌우로 흔든다.


"이것봐, 이렇게 되는 거야."


춤은 춤인데

어찌 발목이 자꾸 접질러지는

이상한 춤이다.


앗!

연체동물은 발목이

접질러지지는 않겠군.


가만,

연체동물이 발목이 있었던가?


혼자 상상하며 웃는다.


아들은 입으로

뭐라뭐라 흥얼거리면서

계속 춤을 춘다.


흐느적흐느적

연체동물 댄스를!


"푸하하하하"


웃음이 그칠 줄을 모른다.


엄마의 웃음이 좋은지

아이는 더 신나게 춤춘다.


아들은 온몸으로

엄마 발목 삘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나 리얼하게 보여주다니!


웃는다.

크게 웃는다.


"서울까지 다시 가서 물릴 수도 없고, 신긴 신는데 조심해서 신어야 된다. 알았제? 이것봐라. 이거. 이렇게 된다. 이렇게."


아들은 여전히 나루토 춤을 추며

발목이 잘 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거참.


웃기다.

웃긴데

뭔가 찡~ 해오는 이건 또 뭐지?


엄마가 워낙

잘 넘어지고

잘 삐고

잘 다치니

아들이 엄마 걱정이 먼저다.


이것참.


아들아,

엄마 이제 뛰지도 못해.

천천히 걸으며 조심할테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너의 연체동물 댄스, 아니아니,

나루토춤 참말로 웃긴다.


절대 안 잊어버리겠다.


이 신발 신을 때마다

너의 춤이 생각나서

저절로 조심하게 되겠다.

ㅋㅋㅋㅋㅋ


온몸으로 표현해준 마음,

잘 기억할게.


그래도 웃긴 건 웃긴 거다.

나루토춤? 연체동물 댄스!

ㅎㅎㅎㅎㅎ




이해를 돕기 위한

나루토춤


https://youtu.be/fOytCU-RQzo


울 아이가 까만 슬리퍼를 신고

이 춤을 추며

엄마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는 이 말씀!

ㅋㅋㅋㅋㅋㅋ


상상해보라!


고3 무쓰마가

저 까만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입는 츄리닝바람으로

이 춤을 추는 모습을~!


다시 생각해도

넘나 웃긴

실컷 웃는데

뭔가 찡~ 해오는 것이!

( ´-`)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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