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티로폼이다.대형 스티로폼

by 필이

발차기 연습만 삼일째.

레인 끝에 두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살짝 걸치고 온몸에 힘을 뺀 뒤, 오직 코어에만 힘을 주면 엉덩이가 올라가면서 몸이 뜬다. 그러면 다리를 쭈욱 뻗어 한발 한발 아래 위 아래 위 가볍게 움직이면 발차기 완성. 와우.


이론만으로는, 필이는 이미 수영선수다. 하하하하하. 분명 가르쳐준 대로 한다. 코어에 힘을 꽉! 준다. 그리고 다리를 아래 위, 아래 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고 생각했으나 어찌 된 일이지 엉덩이를 자꾸 가라앉는다. 어깨며 다리며 온몸에 힘은 있는 대로 들어간다.


요양보호사하는 언니는 유튜브와 귀동냥 눈동냥으로 배워 수영을 한다. 자세가 좋다며 나를 가르쳐주는 언니가 칭찬한다. 나는?


"허어참, 코어에 힘을 줘야지. 코어에. 다른 데는 힘 주지 말고. 코어에 힘들 주라고. 코어에. 코어에 힘을 주면 엉덩이가 이래 올라가는데 와 자꾸 다른 데다 힘을 주노?"


그러게 말이에요. 전 분명 코어에만 힘을 줬는데 어떻게 된 게 엉덩이는 더 가라앉고 어깨며 다리며 아픈 걸까요? 전 분명 코어에만 힘을 줬는데 말이에요. ㅎㅎㅎ


발차기를 가르쳐준 언니는 마지막까지 코어에만 힘을 주라고 다른 거 하지 말고 발차기만 하라고 강조하고는 물에서 나간다. 남겨진 나는 다시 코어에'만' 힘을 주며 열심히 발차기를 한다.


뭔 연습을 그렇게나 했다고 조금만 해도 숨을 헐떡거리며 쉰다. 더위에 지친 강아지처럼 혀를 쏙 내밀고는 허파에 산소를 공급한다고 헥헥 거린다. 누가 보면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리기한 사람이라 생각할 터이다.


요양보호사 언니가 레인 끝으로 온다. 언니의 자세를 자세히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내도 코어에 힘준다고 하는데도 와이래 가라앉을까요?"


울먹이기 일보 직전~까지는 아니지만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왜이리 운동신경이 없나 싶기도 하고 다리가 뻣뻣해서 잘 안 되는 건가 핑계도 대면서. ㅠㅠ


"언니, 어떻게 하면 언니처럼 물에 뜰까요? 코어에 분명 힘을 주는데도 자꾸 가라앉아요."


"내 몸이 스티로폼이다 생각해. 커다란 스티로폼이라고. 그러면 물에 둥둥 뜬다."



오잉?


당장 내 키만한, 아니 내 키보다 더 큰 스티로폼이 된다. 물에 둥둥 뜬다. 코어에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있으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요, 무릉도원이다. 하하하. 자! 앞으로 쭉쭉쭉쭉 나가보자. 앗싸~ 나는 스티로폼이다. 물에 동동 뜨는 스티로폼!


"꼬로로로록"


상상은 상상일뿐! 스티로폼이 된 필이가 물에 꼬로록 가라앉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스티로폼이 되어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이게 뭔 소리??!!


상상은 상상일뿐! 그래도 혹시 아는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있지 않은가. 발표하는 것도 이미지로 트레이닝 하듯 '내 몸은 스티로폼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필이 몸이 둥둥 뜨게 될지!


"나는 스티로폼이다. 대형 스티로폼!"


물에 둥둥 뜨는 그 날까지! 필이는 스티로폼이 된다. 웃기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