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돌아온다.
긴긴 여행 끝
집으로 돌아온 순간 느끼는 안도.
집은
떠날 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엉망이다.
시간에 쫓겼던가?
그랬던 것도 같다.
차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출발하기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며
마음이 초조했던 건 사실이다.
하던 걸 멈추고
그대로 떠날 수는 없던 걸까?
'얼음 땡' 놀이처럼
순간 얼음이 되어
그대로 떠날 수는 없던 걸까.
'그대로 멈춰라' 노래처럼
하는 것 모든 걸 두고
그대로 멈출 수는 없던 걸까.
일상을 떠나니
해놓고 가야 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글 발행이 그렇다.
연재하고 있는 글들.
최소 두 편씩 올리기로 약속한 글들.
브런치에 일주일치 글을
예약발행해놓고
블로그도 최소 하루 이틀은
글을 발행해놓고 가느라
시간에 쫓긴다.
여행지에서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쉽지 않다.
그러니
글이 쓰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글쓰기가 의무가 되어버려서?
여행지에서 느끼는 것들을
편안하게 담으며
글을 쓰니 좋다.
그것이 글이다.
의무로
당연히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지금의 여행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
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것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된다.
바다를 보며 일어나고
바다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날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뒹굴거리며 책도 읽고
뒹굴거리며 낮잠도 자고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그것이 여행이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유명하다는 걸 쫓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맞게
우리에게 맞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이것이 자유로운 영혼들의
자유로운 여행이다.
노을지는 바다를
그대로 품을 수 있고
밤바다의 파도에
인생을 즐기며
하고 싶은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얼마나 좋은가.
일찍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일찍 일어나
루틴을 해야 한다는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분이 꿀꿀하면 꿀꿀한 대로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자유롭게 걷고
자유롭게 어슬렁거리고
자유롭게 누리는 여행.
마음이 부자가 된 듯
편안하다.
이젠 현실로 돌아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어 잠들 거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어지러운 집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버릴 거 버리고
차곡차곡 다시 올려지는 박스와 책들!
삶이 다시 시작된다.
오늘은 쉬어야지
마음 먹는다.
점심을 먹고 와서
침대에 눕는다.
낮잠을 좀 자자.
아 그런데
마음이 편치가 않다.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일상에
오늘 미리 해놔야 할 것들이
마구 떠오르며 서로가 서로를 옭아맨다.
이것이구나!
현실이라는 것이.
잠깐의 휴식조차 편치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한 것.
이것이 현실이구나!
아무리 괜찮다고
오늘은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도
안된다.
마음이 불안으로 실타래를 만든다.
한 가닥 한 가닥
시작된 불안이 커다란 공이 된다.
차라리 일어나자.
무엇부터 해야 하지?
이건 일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현실.
퇴보되고 뒤처지는 것만 같은 불편한 현실.
긴 여행 끝에
또다시 찾아온 현실에 적응한다.
일상을 맞기 위한 현실이다 생각한다.
자!
시작해보자.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음~
빨래를 돌리고 있으니
청소부터 해볼까?
청소를 하다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을까?
그래,
뭔가 복잡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다.
시작해보자!
나의 현실아,
안녕.
우리 같이 잘 살아보자!
^^*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