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고마움이 되어

by 필이

아들아,

열두 번째 편지를 쓴다.


행복한 여행의 추억을 가득 안고

우린 일상으로 돌아왔다.


힘겨움도 없이

너도 엄마도 일상에 즐거워하고 있어.


적응이라는 말도 필요없지.


당연한 아침을 맞이하고

당연한 학교로 일터로 가고

당연한 저녁을 먹으며

당연한 밤을 맞는다.


이 당연함 속에

너도 엄마도 행복하다.


마음으로 더 연결되었기에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사랑을 품었기에

너도 엄마도 이리 행복한가 보다.


우리의 행복은

지금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존재 자체라고 생각한다.


'너'라는 존재 자체가

엄마에게는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너에게 엄마는 어떨까.


너에게도 엄마가

존재 자체로 행복이고 기쁨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글을 읽었단다.


딸을 떠나 보낸 이의 글

남편을 떠나 보낸 이의 글


엄마를 보내고 나서야

엄마를 더 사랑해버린 못난 딸이기에

이 분들의 글을 읽으며

엄마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차오르더구나.


겉잡을 수 없이 몰아닥치는 눈물에

닦을 수도 없더구나.


떠남은 이리도 가슴이 아프다.


다시 볼 수 없기에

그리워하다 그리움이 더 커져버리기에


그렇기에 이리도 아프다.


오늘 아침 편지는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너와

엄마의 엄마에게 갔을 때가 떠오른다.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가 오면

가루가 되어 엄마 곁에 있고 싶다

잠시나마 생각해버렸거든.


너를 두고 왜 이런!


어쩔 수가 없구나.


죽음은 이리도 가깝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하다고

늘 말하지.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말도 소용이 없구나.


슬프기만 하다.

눈물만 흐른다.


왜인지는 엄마도 잘 모르겠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을 열고

달문까지 아름다워 더 기뻤는데 말이다.


지금은 파란 하늘에

구름이 예쁘게도 떠다니는데 말이다.


어쩌다가 이리도 감상에 빠져서는

훌쩍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

수능이 끝나도 넌 졸업식까지

학교 생활 잘 하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생으로 마지막 축제도

잘 준비하고 싶다고 했지.


그리고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 제사에 함께 가자는 엄마 말에

좋다고도 했다.


축제 준비도 학교 마지막 생활도

잘 하고 싶다는 너이기에


평일 하루

또 외할머니 만나러 가자는

말이 주춤했던 엄마다.


그런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넌 당연하다는 듯 같이 가겠다고 하더구나.


고맙다. 아이야,


널,

외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잘 컸다고.

엄마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고 듬직하고 바른 아이로 자랐다고

엄마에게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다.


그 바람을 넌 알았던 게야.


어릴 때는 항상

외할머니 만나러 갔었다.

생각나니?


어린 너는 삼촌이나 사촌 형을 보면서

외할머니께 절을 했다.


금세 일어나려다

삼촌과 사촌 형을 보고는

다시 엎드리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절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외할머니와 정을 나눌 시간도 없이

그렇게나 빨리 가버린 외할머니이기에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없을텐데

넌 절을 했다.


이번 부산 여행 길에 찾은

외할머니에게도 넌 작은 쪽지를 남기고

절을 했다.


뭐라고 말했을까?

마음 속으로 넌

외할머니에게 무엇이라고 말했니?


절하는 널 보는데

덜컥 눈물이 쏟아지더구나.


참아내느라고 용을 써야 했다.

그래서인가 보다.


아들아,

엄마가 이 아침에 눈물바람인 것은

오늘 아침 찬 바람에 묻어있는

엄마냄새 때문인가 보다.


달문이 그리 아름답더니

그곳에서 엄마를 만났기 때문인가 보다.


어쩔 수 없구나.

찬바람 불 때 떠난 엄마라

찬바람 불 때면 너무도 그리워진다는 것을.


어쩔 수가 없구나.


오늘 아침 찬바람에

떤나 이를 그리워하는 사랑글에


엄마가 묻어있어서

엄마가 너무도 보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구나.


아들아.

오늘만 울게.

오늘만.


네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에는

다시 웃는 엄마가 될게.


사랑한다.

아들아,

예쁜 내새끼.

고마운 내새끼.


우리 오늘도 소중히 살자.


존재 자체로 사랑인 아들아,


엄마에게 와줘서

엄마를 선택해줘서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한없이 고마움이 쏟아지는 아침이다.


눈물은 결국

고마움이었던 걸까.


그리움이 고마움이 되어버렸음을!


오늘 편지는 너무도 이상하다.


밤에 쓰는 편지도 아닌데

어찌 이리도 마음이.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아침 10:35


하늘에 그리움을 띄우는 날에

널 사랑하는 엄마가

널 무지 사랑하는 엄마가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