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에도 빨간목욕탕 마사지 열풍은 계속 된다

by 필이

"아나. 이거 얼굴에 발라라."


옆에 있는 83살 언니가 작은 목욕 대야를 내민다. 그 안에는 초등학생 6학년 여자 아이 주먹만하게 반죽된 천연 곡물 마사지 크림이 제 존재를 자랑하며 도도하게 앉아있다. 언니는 이미 얼굴과 온몸이 이 녀석으로 도배된 상태다. 나에게 대야를 건네주고는 언니는 빠른 손길로 마사지 크림을 피부 깊숙히 흡수시킨다. 얼굴 윤곽을 따라 회전을 하고 온몸의 굴곡을 따라 힘이 분배된다. 전문가 뺨치는 솜씨다.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언니 따라 얼굴에 천연 곡물 마사지 크림을 바른다. 피부가 좋다며 탱글탱글 웃는다.


여러 차례 다리 수술 후, 뻣뻣해지는 다리 재활치료를 위해 동네 목욕탕을 찾는다. 아침 5시. 목욕탕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목욕탕에 간다. 웬일인가. 벌써부터 사람들이 제법 있다. 알고보니 문이 열리기 5분 전에 이미 목욕탕을 찾는 몇십 년 된 단골들이다. 목욕탕은 오래 살아온 탓에 낡고 고장이 잦아 이미 3월 말 이후 운명을 달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곳이 탄생하는 모습부터 지켜봐온 긴 세월을 함께 한 언니들이 목욕탕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목욕탕을 찾는다. 목욕탕 식구다. 몇 달 함께 하면서 나도 목욕탕 식구로 인정받아 막내가 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80이 넘어도 모두 언니다.


신기한 건, 이른 아침 목욕탕을 오는 언니들은 80이 넘어도 나보다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50이 넘어 사회에서는 늙은이에 속하지만 이곳에는 언제나 막내. 그런데 막내인 나보다도 더 팔팔하다. 얼마나 잘 다니는지 언니들을 보며 날마다 놀란다. 언니들과 함께 하며 언니들의 삶을 나눈다. 모진 풍파, 시대의 고통은 언니들도 피할 수 없다. 여자라는 이유로 아파도 병원도 못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도 이젠 자신의 몸을 자신이 관리한다며 이른 아침 목욕탕을 찾는다. 수십 년째 지켜오는 아침 루틴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이어져온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가꿀 줄 아는 언니들을 보며 나도 언니들처럼 나를 소중하게 가꾸면서 늙으리라 다짐해본다.



이 글은 컨셉진 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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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000자 에세이를 사랑해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이번 연재는 오늘로

30화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1000자 에세이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30화가 아니라 29화임을 지금 발견!

30화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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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수: 998자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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