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스무 번째 편지를 쓴다.
오늘은
기쁨으로 글을 쓸 수 있겠다.
참 이상하다.
바뀐 것은 없는데,
그 사이
터널을 다 빠져나온 것일까?
아니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다 깨면
근심 걱정 불안까지 겹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단순 이번 건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또 진행중인 것이 있기에
금액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큰 건이기에
더 깊고 어두운 터널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시 기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목스님 명상을 많이 듣게 된다.
싱잉볼이나 다른 명상 음악도
많이 듣는다.
일할 때는 계속 틀어놓고 지낼 정도란다.
때때로
말씀도 듣게 된다.
훈계하듯 하시는 말씀
깨달음을 주시는 말씀
괜찮다 위로해 주시는 말씀
오늘 아침에는
기도의 말씀을 많이 들었단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순히
명상 때문만은 아니다.
엄마는 땅굴을 파다가도
일어선다는 것을 안다.
주저 앉아 울부짖다가도
그 울음 끝에
툭툭 털고
그래 그까이꺼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는 스스로의 다짐처럼 일어난다.
잡초 같기도 하다.
밟힐수록 더 강해지는.
참 아프지만
이제 그만 밟아도 좋으련만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기에
이리도 아픔을 많이 주는 걸까.
어제 정목스님 말씀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어떤 시련도
사람에 대한 상처도
사기를 당해도
그것에 빠지지 말고
이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말씀이셨다.
'사기'라는 말이
크게 들리더구나.
무슨 깨달음을 그리 많이 주려고
이토록 당하고 또 당하는 걸까.
정목스님은 또 말씀하시더구나.
스스로를 어리석다 비난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호흡법을 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눈물이 나더구나.
엄마야 말로
스스로를 많이도 비난했지.
어리석다고 바보라고.
더 두려운 것은
또다시 되풀이 될까
또다시 같은 잘못을 하게 될까
에 대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좌절되는 것 몇 배이상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단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도 자신이 없다.
어떻게 하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믿기 전에 이치를 따질지
자신이 없다.
귀가 얇다
사람을 잘 믿는다
좋은 말로하면 순수하다
제대로 말하면 어리석다
이 모든 것이
엄마 자신인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쩌겠니.
이것저것 따지는 것은 못하는 엄마인걸.
따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엄마인걸.
사실
일을 시도하기도 전에
따지기부터 했다면
안되는 이유들이 너무 많다.
서도밴드만 해도 그렇다.
엄마가 뭔가를 할 때
이것저거 따지지 않아.
하고 싶은 마음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
그러니 가게 돼.
400km가 넘는 강원도까지도
당일로는 어림도 없는 경기도까지도
이것저것 따지면 못해.
단독 콘서트에
블친들 초대한 것도
클럽 전국 투어에
집들이 선물 매번 챙긴 것도
경희사이버대 공연에
아라리들을 모아서 함께 간 것도
모든 것이 그래
이것저것 따졌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멀어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안돼서
여유가 없어서
아무것도 되지가 않아.
그냥 할 뿐이야.
마음이 향하는 대로
심장이 시키는 대로
오늘 아침에 말이다.
리치아빠님 글을 읽었단다.
리치아빠님은
엄마 책 《빨간목욕탕》울
10월 19일에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필사하시는 분이란다.
날마다
문장을 찾고
그 문장에 관련한 글을 쓰고 계신단다.
엄마보다 백만 배는
훌륭하고 고마운 분이시다.
오늘 읽은 글이
그거더구나.
안할 핑계를 찾아대는 엄마가 나오는 부분.
그래 그렇더구나.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하면
안할 이유만 찾아대게 되더구나.
그러니
따지기 전에
이유가 올라오기 전에
시작해야 하는 것이야.
그러니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되고 마는 거다.
지금 너에게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알겠구나.
결국
머리로 판단하기 전에
마음이 움직이면 그대로 행해버리는 엄마.
이것은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면서도
결국
이렇듯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게도 된다는 것.
동전의 양면처럼
양날의 검처럼
이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인가보다.
뭔가 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기를 해야 할까?
그래.
신중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저것 필요없이
심장이 시키는 대로 사는 거지.
무엇을
그리 해야 하는지를
잘 분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이상하구나.
또다시 편지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아직도 터널 속이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젠
일어날 수 있겠다는 말을 하려다가
글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오늘은
엄마도 기쁜날이고
너도 기쁜날인데 말이다.
엄마는
좋아하는 동생이 대장으로 있는
산책방 첫 모임으로 서울에 가고
넌
친구들과 시내로 놀러간다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기로 했다.
시골이니 너희들은
놀러가는 것도 시외버스를 타야 하지.
엄마랑 너랑
시외버스 터미널
앞 식당에서
김밥을 사먹자고 했다.
이것도 기쁨이다.
우리가 같은 곳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소풍가는 것 같지 않니?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김밥을 싸서
소풍처럼 잘 다녔는데 말이다.
생각나니?
김밥도 싸고
피자랑 치킨도 사가지고
함양 상림 공원에 갔었던 거.
엄마 학교에 너를 잘 챙겨주던 누나랑
그렇게 같이 갔었잖아.
상림공원에 참 자주 갔었는데 말이다.
우리 참 놀러 많이 다녔는데.
그치? ^^
그래,
인생 뭐 있겠니.
우리 즐거운 일 많이 만들고 살자.
터널이 너무도 깊고 어두워
주저 앉아 울고만 싶지만
이젠 일어나자.
터널 안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우리 그렇게 살아보자.
그래 그러자.
너도 오늘 친구들과
좋은 추억 하나 또 만들고
엄마도
산친들과 즐거운 추억 만들고 오마.
우리 오늘은
기쁘기로 하는 날이다.
알았지?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시외버스 놓치면 안되니깐.
넌 벌써 일어나 씻고 있고
엄마는 이미 다 씻고
마스크팩까지 하고 있단다.
서도밴드 공연 직관갈 때처럼
들뜨고 있는 엄마다.
우리 더 기쁘고 기쁜날 만들자.
사랑한다.
예쁜 내새끼.
^^*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아침 7:09.
너와 함께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이리 기쁘다.
^^*
널 너무도 사랑하는
에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