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전쟁

by 필이

집이 깨끗하다.

어쩐 일이지?


놀라는 것도 잠시!


과외 선생님이

보충수업 다녀가셨다는 것을

생각해낸다.


아침 저녁으로 쓸고 닦던 엄마가

이젠 대충 치우고 사는

털털이가 된다.


자나 깨나

머리카락이며 먼지를 훔치던 엄마가

이젠 대충 먼지랑 함께 사는

털팔이가 된다.


대충 벗어놓은 옷가지들이며

이곳저곳에 뒹구는 책들

모두가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겠지만

당분간은 이대로의 깨끗함을 만끽하자.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문제가 생기고 만다!


감기가 조금 괜찮아지니

믹스커피와 환상의 콤비를 자랑하는

에이스크래커가 먹고 싶다.


며칠째 우유에 생강청을 섞은

생강라떼만 마신 필이에게

보상으로 달콤한 커플을 선물할 것이다.


곧 먹게 될 보상에

엄마는 신이 난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믹스커피 점선을 따라 뜯은 후

컵에 붓는다.


이제 물이 끓으면

많이도 적게도 아닌

딱 맞는 적정량으로 물조절을 하면 된다.


티스푼으로 살짝 저은 뒤,

에이스크래커를 '퐁'하고 찍어먹으면~!

음~~~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에

콧노래가 흥얼흥얼 자동으로 나온다.


3일 단식 후,

처음 먹는 그 때와 같다.

감기로 며칠씩 못 먹었으니 당연하다.


어디보자!

에이스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어디 갔지?


없다.

과자가 없다.

상자째 사놓은 에이스크래커가

상자째 사라졌다.


손길이 닿는 곳,

눈길이 머무는 곳에

항상 있던 과자들도 하나도 없다.


범인은 분명!

울 아들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아니, 어쩌다가 과자까지 치운 걸까?

보통 과외 선생님이 오셔도

다른 건 치워도 과자는 제자리에 둔다.


선생님도 드시라고 아예

쟁반에 챙겨놓고

선생님 가실 때 드시라고

몇 개 챙겨드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것이

과자가 하나도 없다.


부루루루루

시간이 없다.

커피포트 물이 끓는다.


다급하게 아들을 찾는다.


"원아, 원아."


"어. 왜. 나 불렀어?"


방에서 나오는 아이에게

거두절미 본론을 이야기한다.


"여기 있던 에이스 어디 갔노? 다른 과자도 하나도 없고."


"아……."


아?

아니,

물도 끓고 엄마는 애타게 찾고 있건만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너무도 천천히 이동하는 아들.


"엄마, 과자 보이는 데 두지 말자. 보이는 데 두면 자꾸 먹게 되잖아."


"일단 에이스는 여기도."


아이가 들고 나오는 에이스를

상자째 얼른 낚아챈다.


뺏어가기라도 할까 봐

겁먹은 아이와 같다.


커피포트에 물을 다시 끓인다.

아무리 더워도 믹스커피는 따뜻해야 맛이다.


"엄마, 지금 방 치우면서 생각한 건데……."


아참,

아이는 지금

자기 방을 치운다고 야단이다.


엄마는 거실에서

믹스커피와 에이스를 먹을 예정이고!


그나저나,

다음 말이 무엇이길래

이리 뜸을 들이는 걸까?


"과자도 싹 다 버리는 게 어떻노?"


"뭐? 일부러 먹으려고 산 거를 왜 다 버려?"


아이의 다음 말을 듣기도 전에

엄마의 대답이 먼저 튀어나온다.


거의 본능 수준이다.


위험에 처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살 방법을 찾듯!


아이의 말에 엄마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엄마, 우리 건강하게 살아야지. 안 그렇나?"


"그건 맞지."


"건강하게 사는 게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어?"


"건강하지 않는 음식을 먹지 않는 거다."


어?

얼마 전에 어디선가 들은 말과 비슷하다.


무엇인가 할 때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이것을 음식에 대입하니

딱 맞는 말이 된다.


울 아이는 이런 말을

도대체 어디에서 듣는 건가?

엄마 할말 없어지게 말이다.


완전 KO당한 엄마는

'끽' 소리도 못하고 그저 눈만 흘긴다.


"그래도 사놓은 거는 다 먹고 생각하자. 돈 주고 산 거 버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한다면 하는 아이다.

우선 일보 후퇴다.


"엄마, 그러면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다. 과자 대신에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되잖아. 과자 먹고 싶을 때마다 오이나 파프리카, 이런 거 먹으면 몸에도 좋고 얼마나 좋노."


"그래서 과자 여기 있는 거 다 치운 거가? 과외 해도 과자는 놔뒀었잖아? 선생님도 챙겨주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 드렸나?"


"아니, 챙겨드렸다. 과외 할 때도 과자가 많으니깐 별로 안 좋다. 시선이 분산되고. 앞으로는 과외 할 때도 과자는 주지 말고. 아예 집에서 과자를 없애자!"


아들아,

개혁도 조금씩 해야 안 되겠나?

이건 너무 파격적이다.

완전히 없앤다니.

줄이는 것도 아니고.


아들아,

이건 아니지 않니?


"엄마, 그러면 지금 있는 것만 다 먹고 더이상 사지 말자."


휴우~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을 벌었다.


안심하는 것도 잠시!


아이는 오른손 손바닥을 펴서

어깨 높이만큼 들더니,


"나는 선언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방학이 끝날 때까지 과자를 먹지 않겠다. 선언! 특히 이런 과자!"


라고 외친다.

눈은 엄마를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또박또박 말한다.


'이런 과자'라고 할 때는

에이스를 꺼내서 손에 든다.


그것도 엄마 보라는 듯이

높이 들기까지 하고.


이것참 야단이다.

울 아이가 선언까지 했으니

이제 과자는 사라지겠구나!


아이는 몸을 생각해서

과자를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엄마가 돼서 야금야금 먹을 수도 없고.


이것참!

그것보다 앞으로 엄마가 과자를 먹을 때마다

폭풍 같은 잔소리를 퍼부울 것이 틀림없다.


아!

머리가 아파온다.

감기는 다 나아가는데 웬 두통이?


일단,

있는 것은 다 먹고 생각해보자!


아들아,

그래도 되지?


과자를 먹지 않겠다 선언한 아들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도 없다.


과자야, 안녕!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