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도 아니고
이 더운 여름날,
무슨 대청소를 하느냔 말이다.
앗!
다행이 엄마는 아니고 아들이야기다.
지금 울 아들은
자기 방을 치운다고 야단이다.
버릴 거라면서
이것저것 가지고 나와
알아서 분리배출하고 버린다.
어떤 것은 엄마하라며 주고 간다.
귀여운 인형인데 버리기 아깝다면서
이거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생각하란다.
이렇게 말하면서
버리지도 못하게 하는 인형이
엄마 방에는 이미 두 개나 있다.
지금은 꼭 안고 자는
반려인형이 되었지만
식구를 더 늘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엄마, 이거 만져봐라. 폭신하제? 요래요래 만지면 부드럽다. 방에다 놔두고 다른 인형이랑 같이 안고 자라."
이녀석아,
이미 두 개의 반려인형
안고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는 엄마말은 듣지도 않고
인형을 엄마 손에 쥐어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웃는 얼굴을 가진 고양이 인형이다.
손바닥만한 것이 귀엽다.
양쪽 귀가 색깔이 다른 것이
포인트인가?
원래 고양이는 양쪽 귀 색깔이 다른가?
새삼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면 어떤가.
살아 있는 고양이도 아니고,
고양이 인형인 것을.
이 녀석 꼬리까지 부드러운 것이
왠지 엄마의 최애 자리를 차지할 것만 같다.
안된다.
이미 엄마에게는
두 개의 반려인형이 있다.
하나는 강아지, 하나는 중이.
강아지 인형은 어디서 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아이가 준 선물이라며
버리지도 못하게 한다.
중이는 아이가 만든 인형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땐가?
아이 학교에서 만들어온 것이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의 의미를 가진 중이.
이 녀석은 안고 자기에 딱 좋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폭 안기는 게
잠도 잘 온다.
어쩌다 강아지까지
안고 자게 된 건지 도통 기억에 없다.
음~
그래도 고양이는 없으니깐
데려다 놓을까?
어느새 아이에게 세뇌 당한
엄마는 아이가 주고 간 인형을
부드럽다며 안고 있다.
이 더운 여름날에,
배에 안고서 이 글을 쓴다.
엄마가 숨을 쉴 때마다
고양이도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숨을 쉰다.
꼭 살아있는 고양이 같다.
귀여운 녀석!
이럴 줄 알고 울 아이가
엄마에게 주고 간 것인가?
이것참!
울 아이는 엄마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엄청나게 많은 레고 블럭도 다 버리거나
아이가 있는 집에 나눔을 하고도
여태 생존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아이언맨 시리즈에다가
아이가 스스로 만든 창작 작품 몇 개!
이것은 절대 버리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만들었던 추억이 있는 것이란다.
그러고 보면,
산골에 살 때 울아이가 주워다 놓은
나뭇가지며 돌멩이들이 생각난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 할 때부터
나뭇가지나 돌멩이들을
가지고 논다.
그러다
어느날부터는 어린이집
다녀올 때마다 나뭇가지며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 오는 것이다.
"엄마, 이건 추억이 있는 소중한 거야."
그러면서
절대로 버리지를 못하게 한다.
아무리 집이 시골집이라도
날마다 주워오는 나뭇가지며 돌멩이를
어떻게 다 보관하겠는가.
아이 모르게 살짝살짝 버리는
신기술을 터득하게 된 엄마다.
아이가 고등학생 1학년이 되어
아파트로 이사나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버릴 수 있게 된다.
그마저도 아이는
"내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건데……."
라며 아쉬워한다.
아마 이 아파트로 이사오지 않고
계속 산골에 살았다면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미니멀라이프로 살아야 해. 다 버리고 싶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한때 미리멀 삶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관련 책을 두세 권 읽은 엄마가
'미니멀라이프'를 부르짖으며
다 갖다 버린다.
그리고
다시 사모으며 후회한다.
한참을 청소하고 정리하던 아들이 잠잠하다.
"마음 같아서는 다 버리고 싶은데 아직은 안 되겠다. 수능도 남았고."
아이가 버리고 싶은 것은
공부에 관련한 것이었을까?
졸업할 때 책을 찢어 태우며
캠프파이어를 했듯이,
울 아이도 그렇게
책들을 다 버리고 싶은 걸까?
갑자기 마음이 찡~해진다.
자기주도학습으로 자기 관리하며
잘 하는 아이지만
어찌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없겠는가.
뜬금없이 '미니멀라이프'를 부르짖으며
다 버리고 싶었던 것은
공부에 치였던 학창시절이었을까.
.
.
.
아이가 주고 간
고양이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내년에 아이가 떠나고 나면
왠지 더 찾게 될 것만 같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