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에세이] 나는 왜 태어났는가

by 필이

산책길에 질문을 던진다.

나에게!


한 걸음

나는 왜 태어났는가.

두걸음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왜



엄마 김옥순, 아빠 최성달

앞 마을 뒷 마을에 살던

엄마와 아빠가

하나됨의 언약을 맺는다.


결혼 생활이 행복했는가.


그것에 대한 답을

나는 모른다.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다만,

엄마의 한풀이로 미루어보면,

그리 행복했던 것 같진 않다.


아니,

아주 힘들었던 것 같다.


막내인 나만 아니었다면

세상을 달리 했든,

집을 떠났을 것이라고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잉태된다.


엄마 자궁 속에 집을 짓고

그 안에서 물놀이 하며 논다.

세상 모르고 논다.


과연 세상을 몰랐을까.


엄마는

혼자서 자식 셋을 키운다.

남보다 못한 남편을 감당하기 힘들다.


잉태된 넷째, 막내를 없애기로 결심한다.

차마 수술대에 눕지는 못한다.


짜디짠 간장을 들이킨다.

그래도 산다.

뒷산에서 구른다.

그래도 산다.


그리고

어떤 시도를 했는지 나는 모른다.


다 커버린 필이의 기억에는

이 두 가지만으로도

커다란 충격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엄마의 탯줄을

동아줄마냥

꼭 쥐고 태어난다.


울었을까.

세상에 태어남을 선포하듯

큰 소리로 울었을까.


모른다.


평생을

탄생의 의미를 묻는다.


나는

필이는

왜 태어났는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생명이었나.


축복받지 못한 탄생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아는가.


슬픔은 커지고 커져서

필이를 집어 삼킨다.


우울이라는 녀석을 데리고 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한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내가 있어야 할 그곳.

필이라는 씨앗으로

심겨지기 전의 내가 있던 그곳.


그곳으로 돌아가자!


달콤한 유혹이 손을 내민다.

손을 잡는다.


이 손을 잡으면

이 손만 잡는다면


나는

필이는

돌아간다.


나의 본향으로!


회오리바람 한 가운데 빠진다.


세상이 돈다.

사람들이 죽는다 아우성 친다.

살려달라 절규한다.


회오리바람 한 가운데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하늘이다.


'파란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파란 하늘이다.


세상은 도는데

세상은 죽는다 소란한데


필이는 고요하다.


고요함에 눈을 감는다.

파란하늘의 평화가

내게로 온다.


그리고

산다.

살아난다.


아직은 아니란다.

세상에 발 붙이고 살아야 한단다.

두 다리 버티고 살아내야 한단다.


질긴 목숨줄이다.


엄마가 운다.

나를 붙잡고 운다.


나를 살린 것은 엄마였던가.

엄마의 눈물이 나를 살렸던 건가.


아이러니다.


살려고 배 속에서 버둥거릴 땐

죽인다 하고

죽는다 눈을 감을 땐

살아라 한다


산다.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단단한 등껍질을 지고

살아가는 거북이처럼


두꺼운 껍질로 나를 가두고

살아간다.


스스로 탄생의 의미를

만들지 못한 필이는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만든다.


잘 죽자!

잘 죽자!


잘 죽기 위해 오늘을 살자!

오늘을 잘 사는 것이

내일 잘 죽는 것이다.


잘 죽자!

잘 죽자!


오필리아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왔을 때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음의 그림자를

외면하지는 않도록


그러기 위해 오늘을 살자!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자!!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를

필이를

지켜주고 있단다.


나를

필이를

사랑한단다.


지금도 예전에도

언제나 사랑한단다.


아빠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지막 가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필이를

사랑했단다.


지금도 지켜주고 있단다.


아빠는

엄마도 나도 지켜준단다.


나를

필이를

사랑한단다.


되었다!

이것이면 되었다!!


필이의 탄생은

축복받는다.


세상에 태어났음을

큰소리로 선포한다.


나는 이렇게 태어난다.


엄마 김옥순, 아빠 최성달!


앞 마을 처녀,

뒷 마을 총각이 만나

평생을 해로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필이가 잉태된다.


엄마의 배 속에서

신나게 수영한다.


큰 소리로 운다.

필이가 태어났음을 세상에 알린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