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아들고3엄마] 넓은 바다, 항해를 시작할!

by 필이

엄마 나 7시 반에 깨워 줘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로부터

문자가 도착해있습니다.


가만보니

카톡도 도착해있습니다.


내용은 똑같습니다.


아무래도

복불을 한 모양입니다.


어제도

많이 늦게 잔 모양입니다.


어제가 아니라

아마도

오늘 새벽에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평소 잠자는 시간

새벽 1시~2시


평소 일어나는 시간

6시 30분!


어제는 7시에

깨워달라고 합니다.


몇 시에 잤냐고 물으니

3시라고 합니다.


아이가 잠들고 조금 있다

엄마는 깨어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늦은

7시 30분에 깨워달라고 합니다.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혹시라도

더 늦게 잠든 것일까 걱정입니다.


"오늘은 몇 시에 잔 거야?"


"4시!"


대답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입니다.


눈은 감은 채

미지근한 물 한 모금을 마십니다.


눈을 감은 채

샤인머스켓을 먹습니다.


눈을 감은 채

오물오물


그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엄마라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 잠을 자 줄 수도 없고

대신 대입 원서를 써줄 수도 없고


이것참 난감합니다.


"엄마, 엄마가 어제 봐준 대로 수정했어. 문장도 자르고 좀 더 쉬운 말로 바꾸고. 고마워."


엄마의 마음을 들은 것인지

묻지도 않은 말을 합니다.


역시 기특한 아이입니다.


어제 저녁입니다.


"엄마, 이것만 좀 봐줄 수 있어? 인쇄해서 줄게. 잠깐만."


아이가 내민 것은 카이스트

원서 접수를 위한 자소서!


총 4가지 질문이 있고

그것에 답하는 형식의 글입니다.


A4 3장입니다.

글씨가 너무 작아

읽는 것에 애를 먹습니다.


졸린 눈을 부릅뜨며

아이의 글을 읽습니다.


1번 2번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아이가 필이랑 거리가 먼

이과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나 모를 수가 있을까요?


필이가 봐줄 수 있는 것은

전체 문맥과 오탈자,

띄어쓰기 정도입니다.


이것 조차

맞는지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이리도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한지

이게 고등학생 수준이 맞는 것일까요?


"엄마, 나 대한민국 고3이야. 우리나라 고3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언젠가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모두 천재인 게 분명합니다.


아님,

엄마가 너무 무식하거나!


그나마

3번과 4번은 조금 알겠습니다.


이 또한

단어 자체는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자신이 해온 것과

카이스트에 가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아주 조금

이해가 되는 엄마입니다.


긴 문장 나누기

빼도 좋을 말

쉬운 말로 바꾸면 좋겠는 것

등 최대한 피드백을 합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엄마는 지쳐 기절합니다.


아이는 제 방으로 들어가

남은 작업을 합니다.


독서에 관련한 글도 쓰고

다른 대학 원서까지도

마무리하겠다고 합니다.


그것을 마친 시간이

새벽 4시였나 봅니다.


아이는 잠들고

엄마는 깨어난 시간


새벽 4시!


아이의 글을 읽으며

많이 놀란 엄마입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전문적인 것으로

어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가 해온 것을 보니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협회장을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단순한 동아리가 아닙니다.


과학 실험 관련 동아리를

스스로 만들어서 운영을 합니다.


학교에서 운영되는

전 동아리를 관리합니다.


단순히 관리하는 게 아니라

동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를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한 것입니다.


학교에 의견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활동하는 동아리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체 예산부터 활동까지를 다

우리 아이가 관리했다고 합니다.


이걸로 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무슨 상이니

장학금이니 많이 받아오니

엄마는 그려려니 했던 것을

아이의 글을 통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 알게 됩니다.


동아리마다 폴더를 만들어 관리한 흔적! 노트북에 남아 있어서 담아봄.


최근 동아리는 사라지고 대입원서가!


지금은 카이 자소서가 한가득!


물론 자소서에

과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만나는 아이는

언제나 어리게만 보이던

'엄마 눈에 아이'가 아닙니다.


이만큼이나 자란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질만큼

이렇게나 자란 것입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언제 이렇게나 컸나

신기하기도 합니다.


곧!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엄마 곁을 떠나

홀로 당당히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의 독립을

응원하는 엄마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길에

당당히 서서 걸어갈 우리 아이를!

잘했다 토닥이는 엄마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엄마도 독립을 준비합니다.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웃으며 아이의 독립을 응원하도록

엄마부터 독립을 준비합니다.


대한민국 고3!

말로만 듣던 고3 엄마!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그저 얻은 호칭 같습니다.


아이 혼자

아이 스스로

고3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고3엄마는 묵묵히 아이의 뒤를 지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단단한 엄마가 됩니다!


넓은 바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멋진 배를 타고

아이는 항해를 시작합니다.


엄마는 이 자리에서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잘 다녀오라고!

아니

잘 가라고!


너의 세상으로!


엄마 품을 떠나

이젠 너의 세상으로!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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