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엄마와 요리사 아들

by 필이

지금은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대낮 12시 57분!


닫힌 방문 틈 사이로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들어온다.


배고픔은 냄새로 시작되는 걸까?


가만 있던 위가 꿈틀거린다.

배고프다며 아우성이다.

빨리 먹을 것을 내놓으란다.


기다려라.

위장아!


오늘은 울 아이가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있잖니.

기다릴 줄 알아야지.


위장을 살짝 달래놓고 다시 글을 쓴다.


씽크대 물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시간은 거슬러 화요일 오후.

치과를 다녀오던 길이다.


"엄마, 마트가자."


"어, 뭐 살 거 있어?"


"요리 해보고 싶은 게 있어."


"어, 알았어."


아이는 필요하다며


대패삼겹살

알이 굵은 쪽파

갖가지 소스

를 산다.


소스 종류가 참 많기도 하다.

엄마는 소스를 보며 놀란다.

세상이 언제 이렇게 바뀐 거지?


이렇게나 많은 소스가 세상에 있다니!

놀라움이다.


하긴.

시골 마트랑 시내 마트랑

그 종류나 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엄마는 아이가 어떤 요리를 할지

상상하려다 포기한다.


아는 요리가 없는 엄마다.

그래도 엄마는 즐겁다.

아이도 즐거운지 흥얼흥얼 노래한다.




아이가 밥 먹자고 부른다.


처음엔


"엄마, 밥 먹자."


하더니

두 번째는


"먹읍시다!!"


라고 한다.


밥 먹으라고 부를 땐 잽싸게 달려가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앗!

글을 쓰는 사이

세 번째 부름이다.


목소리가 약간 짜증이 섞일랑말랑.

얼른 달려간다.


휴우~

밥 먹고 설거지하고 돌아온 지금 시간

2시 27분!


오잉?

시간이 언제 이렇게?


아무튼,

다시 글은 이어진다.




울아이는

한 번씩 요리를 잘 한다.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유튜브 선생을 보며

뚝딱뚝딱!


지난 번에는

팽이버섯과 불닭소스만으로

기막히게 맛있는 한끼 밥 반찬을 만든다.


그러니

엄마는 아들의 요리가 무척 기대된다.


이번에는 어떤 요리일까?


"엄마, 밥 이 정도면 돼?"


아이가 사발에 밥을 담아온다.


"아니, 많아."


쪼로록


아이는 사발을 들고 주방에 다녀온다.


"그럼, 이 정도면 돼?"


"아니, 삼분의 일만 덜어줘."


다시 쪼로록

다시 주방에 다녀온다.


"그럼, 이 정도?"


"오케이."


"밥이 너무 적은데. 소스가 많이 들어가서 짜단 말이야. 덮밥을 해주려고 했더니. 엄마는 덮밥은 안되겠다."


"???"


잠시 후 이번에는 주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계란프라이 몇 개 먹을래? 한 개? 두 개?"


"한 개."


이리하여 완성된 밥은

짜쟈잔.







"엄마, 내일은 대패삼겹살 살짝 구워서 그 기름에 쪽파 볶고 기름을 꺼낸 다음 거기에 라면을 끓여줄게. 대패삼겹살 특별 라면이야."


오예~~!

내일 점심도 울 아들이 해준다.

오예~~!!!




요리 못하는 엄마를 둔 덕에

울 아이가 요리사가 된다.


역시

엄마는 약간 모자라야 해.

아핳하하핳하




오필리아처럼~

필이~^^*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