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기 안 되나? 그기? 허어 참!

by 필이

중급 레인에 오리발 아저씨 혼자다. 앗싸. 당장 중급 레인으로 건너간다. 어른 키 물높이라 좋다. 물이 가슴까지 닿으니 좋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으니 좋다. 몸이 둥둥 뜨겠지? 혼자 좋아한다. 몸을 점프하듯 앞으로 살짝 내밀면서 발로 레인 벽을 찬다.


앞으로 쓔~욱!

오예!


잠시 후,

꼬로로록!


이게 뭔가? 앞으로 조금 나가더니 그대로 가라앉는다. 슬프다.


슬픔은 잠시, 다시 필이 눈에 보이는 저것은? 그렇다. 지난번 달착륙 무중력 놀이하던 바로 그것이다. 기다란 막대 모양 스티로폼! 늦게 도착한 덕분에 발차기 쌤도 없다. 필이 컨디션도 별로다. 그 핑계로 오늘은 놀기로 결심한다. 발차기는 수영장 앞 강에 던져 놓는다. 마음껏 놀아보자!

혼자 신이 난다. 막대 스티로폼 두 개를 가지고 온다. 다리 사이에 끼운다.


뽕!

몸이 물 위로 뽕! 하고 올라온다. 역시 물에 잘 뜨는군!


좋아하는 것도 잠시,

꼬로로록!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은 필이를 사랑한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꾸 같이 놀자며 물속으로 잡아당긴다. 틀림없다.


물아! 조금만 있다가 놀자! 필이 이것 좀 성공하고 그러고 놀자!


혼자 물을 달랜다고 야단이다. 에효 어딜 가나 이놈에 인기는! 혼자 놀기의 진수다. 이번에는 막대 스티로폼 하나만 다리 사이에 끼운다. 흔들흔들 위태롭긴 하지만 고꾸라지지는 않는다.


오예! 균형 잡았다!


이 정도면 빠른 성장이 아닌가? 물 서너 번밖에 먹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아주 잘 하고 있다. 혼자 자축하며 균형을 잡는다. 제법 균형을 잡고 선다. 이젠 앞으로 나갈 차례다. 열심히 팔과 다리를 휘젓는다. 아니, 빠른 걸음을 걷듯 앞뒤로 왔다갔다 열심히 흔든다.


제자리걸음이다. 아무리 해도 앞으로 나가지가 않는다. 어허 참. 이상하네. 발차기도 아니건만 왜 걷는 것마저 이리도 전진이 안 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요양보호사 언니가 중급 레인으로 넘어온다. 레인 밖에 놔두었던 막대 스티로폼을 가지고 온다.


"이기 재밌나?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여 끼우면 되나?"


다리 사이에 막대 스티로폼을 끼우며 말한다.


"네, 그냥 이렇게 끼우면 돼요."


아는 걸 가르쳐준다는 기쁨에 신이 난다.


"어? 언니는 안 넘어지네요? 바로 서져요?"


"그라면 바로 서지. 이기 안 되나?"


그렇구나. 바로 되는 사람이 있구나.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언니가 팔과 다리를 흔든다.


"아니, 언니 발이 땅바닥에 닿으면 안 돼요. 그냥 둥둥 떠서 걸어야 해요. 보니깐 그렇게 하더라고요. 둥둥 떠서 걷고, 다음에 다리를 한 발씩 디디면서 걷고."


"그래?"


짧게 대답한 언니는 바로 걷는다. 물 위에 떠서 무중력 상태로 바로 걷는다. 언니는 이번에도 한 번에 된다. 심지어 전진도 한다. 뭐지? 언니를 따라 한다. 아무리 해도 제자리걸음이다.


"그기 안 되나? 그기? 이래이래 하면 되는데!"


"이것도 발차기를 잘해야 되는 걸까요?"


"이기 무신 발차기랑 상관이 있노. 기냥 이래이래 하면 되지."


언니는 답답하다는 듯 한심하다는 듯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필이를 바라본다. 필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할 수 있냐는 듯 사람이 아니라는 듯 언니를 바라본다.


"이기 보니깐, 자전거 타기랑 똑같네. 허벅지 여를 힘을 줘가지고 자전거 페달 밟듯이 쫙쫙쫙쫙. 그라면 앞으로 간다."


아하. 자전거 페달 밟듯이!

필이도 자전거는 탈 수 있다. 아니, 예전에는 많이 탔다. 그러니 이것쯤이야!


엥? 분명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왜 제자리지? 용을 쓴다. 제자리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이놈에 사투는 뭣이 시도 때도 없이 벌이는 건가. 나 이것 참.


안간힘을 쓴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하나 둘 하나 둘.

자전거 페달!

하나 둘 하나 둘.

자전거 페달!


어허 참,

이상하네.

이것 참.

요상하네.


언니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필이를 쳐다본다. 필이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본다. 사실은 부러운 눈빛이다. 너무나도 부럽다는 눈빛.


요양보호사 언니도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고 한다. 유튜브 영상 보며 다른 사람 하는 것 보며 혼자 터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잘하다니!


가만. 혹시 수영은 타고 나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유가 된다. 필이가 이렇게나 물을 많이 마시는 이유가 충분히 된다. 아하하하. 필이는 혼자 이유를 찾았다며 좋아한다.


물아!

이제 나 좀 그만 좋아해라.

혼자 물을 달래며 다시 무중력 놀이에 빠진다. 자전거를 타며 전진하는 상상을 하며.




오필리아처럼~

필이~^^*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