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숨을 쉬지. 코는 놔뒀다가 뭐하랄고?

by 필이

킥판을 잡고 발차기 중이다. 발차기가 제자리걸음인 것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언니도 몸을 풀듯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으로 레인 끝에서 끝까지 간다. 수영 개인 강습 받는 78세 영희 언니도 킥판을 잡고 허리에 두르는 판을 하고는 레인 끝까지 발차기만으로 간다.


참, 신기하다. 어찌 저리도 발차기를 잘하는지. 더 신기한 건 도대체 숨을 안 쉬고 어떻게 레인 끝까지 가냐는 것이다. 필이는 발차기를 조금할 뿐인데도 금방 숨이 막힌다. 킥판을 잡고 머리를 들고 발차기를 한다. 이때, 입은 물속에 위치한다. 이것이 문제다. 입이 물속에 있으니 숨을 쉴 수 없다.


요양보호사 언니가 발차기만으로 레인 끝에 도착한다.


"언니는 숨을 안 쉬고 어떻게 끝까지 와요? 그것도 연습하면 돼요?“


"숨을 와 안 쉬노. 쉬야지.“


"네? 고개를 가만히 들고 있던데 언제 숨을 쉬어요?“


자유형을 할 때는 언니가 머리를 물에 넣었다가 팔 돌리기 할 때 고개를 같이 돌리면서 숨을 쉰다. 필이도 어정쩡하게 숨쉬기를 따라 하기도 한다. 그러니 자유형을 할 때 숨 쉬는 건 당연히 아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는가. 필이처럼 킥판을 잡고 고개를 그대로 들고 발만 움직이며 앞으로 간다. 그러니 언제 숨을 쉬느냐 말이다.


"언제 숨을 쉬기는? 발차기하면서 쉬지.“


"아니요. 고개를 안 움직이는데 언제 숨을 쉬느냐고요.“


"야가 참, 코 놔뒀다 뭐하랄고? 코로 숨 쉬면 되지.“


"네?“


아! 그렇구나! 코로 숨을 쉬면 되는구나! 아하핳하하. 어이없는 웃음이 터진다. 언니는 웃지도 않고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필이를 쳐다본다. 여태 수영을 할 때는 입으로 '음~ 파~' 하면서 쉬는 줄만 알았다. 코가 물 위에 그대로 있는데도 코로 숨을 쉴 생각조차 못한다. 필이는 바보일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니가 발차기한다고 거만 신경 쓴다고 안 그렇나. 그래도 웃긴다. 멀쩡한 코 놔두고 숨을 와 안 쉬노? ㅎㅎㅎㅎ”


이제서야 언니가 웃는다. 이상한 사람 쳐다보는 눈빛은 어느새 그 마음 다 안다는 자비로운 눈빛으로 변한다.


"그러게 말이에요. 아하하하하“


언니가 필이 마음을 위로하듯 말해줘서 고맙다~~~고 할랬더니 마지막 웃음이!

언니! 너무 크게 웃는 거 아니예요? 언니도 필이도 크게 웃는다. 배가 홀쭉해진다.


앗! 이것은 필이가 단식해서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어찌 코를 두고 입으로만 숨을 쉬려고 한 걸까? 코가 멀쩡히 물 밖에 있는데도 말이다. 입으로만 숨을 쉰다는 강박이라도 생긴 걸까? 아님, 언니 말대로 발차기만 신경 쓰느라 다른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걸까?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도 엉뚱한 것만 신경쓰느라 누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지금 바로 앞에 앉아 맛있게 치킨을 먹고 있는 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것과 같다. 건강한 아이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해대는 엄마가 되는 것과 똑같다.



맞는 비유인가?

배가 고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아무튼, 필이말은 있어도 누리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뭐 그런 말이다. 멀쩡한 코 놔두고 숨을 못 쉬고 헐떡거린 필이의 개똥철학이다.


끝이 왜 이렇지??

역시 배가 고프니 머리가 안 돌아간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