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정이 있어 1박 2일 집을 비운다. 주말에 못하는 청소와 빨래를 늦은 시간에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며 열심히 청소를 한다. 방에 먼지는 닦아내고 빨래를 널 생각에 분주하다.
지금 시간 밤 10시 30분.
한참 청소 삼매경에 빠진다. 거실바닥을 닦은 청소포를 뒤집어서 현관 입구 먼지를 닦는다. 아픈 허리며 꼬리뼈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심해가며 청소삼매경이다.
"엄마, 청소 다 돼 가? 청소 다 하고 나 공부하는 거 도와줄 수 있어?"
"어? 어……."
여기서 잠깐!
울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은 바로바로 엄마인 내가 학생이 되는 것이다. 울 아이는 언제부턴가 헷갈리거나 복잡한 것이 있으면 나한테 설명을 해준다. 설명을 해주다보면 문제가 풀린다나?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울 아이가 고등학생으로 올라 가기 전, 그러니깐 중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에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지령을 받는다. 울 아이가 유일하게 과외를 받고 있는 영어 과외 선생님이다.
그날은 아이 공부, 앞으로 과외 지도 등 상담이 있는 날이다.
"어머님, 원이는 스스로 잘해서 그냥 하게 두시면 돼요. 단, 아이가 설명하는 걸 좋아하고 잘해요. 설명하는 건 아주 좋은 학습 방법이에요. 그러니 원이가 설명하고 싶어할 때는 어머님이 학생처럼 잘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다이소에 가면 화이트보드 작은 것도 팔거든요. 그걸 사주면 더 좋을 거예요."
크악!
이리하여 엄마는 아이 공부를 위해 학생이 된다. 고3이 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엄마가 해주는 것이 바로 이것, 아이가 원할 때 학생이 되는 것이다
"어, 근데 혹시 빨래 널 때 해도 될까? 빨래까지 다 널고 하면 너무 졸릴 것 같아서 말이야."
사실 벌써부터 졸리다.
선생님이 된 아이의 설명은 빨래를 다 널도록 끝나지 않는다. 문학과목에서 비문학 지문 4개가 헷갈린다면서 그걸 하나하나 다 엄마에게 설명한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엄마, 방금 내가 뭐라고 말했지?"
이렇게 묻지 않는다. 방금 설명한 단어를 묻는다. 그 단어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 젠장. 고등학생 시험 맞나? 어찌 이리 하나도 아는 게 없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요즘 고등학생 공부가 아주 어려워졌거나 엄마가 학창시절에 놀았거나. 아님 둘 다이거나.
푸하하하하
여기서 웃을 일이 아닌데. 아무튼 한 번씩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잘 해야 한다. 그래야 진도가 빨리 나가니깐.
이리하여 모든 수업이 끝난 시간은? 12시 30분. 그나마 마지막 지문은 '놀이'에 관한 재미난 지문이라며 웃어가면서 설명을 한다. 하하하하하.
그래도 고3 아이를 둔 엄마치고 이 정도면 양호한가? 같은 고3을 둔 지인은 나더러 간 큰 엄마라고 한다. 아이 공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고. 대학도 안 알아보고 아무것도 안한다며. 진짜 간 큰 엄마라고. 하하하하하
끝!
그날밤 설명 끝난 시간.
엄마는 바로 기절 (-.-)Zzz・・・・
울아이가 방에 불 다 꺼주고 나감 ( *・ω・)ノ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