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 너와 함께!

by 필이

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간

모처럼 하늘에 별이 떴다.


가을 장마라 싶을 정도로

요 며칠 지리하게 비가 내린다.


그때문인지 아침 이른 시간은

안개 아니면 구름 속이다.


별을 보지 못한지

여러날이다.


오늘 아침도

아무런 기대도 없이 나간다.

역시나 어둡다.


인증 사진을 담기 위해

폰을 켠다.


차~~알칵!


앗!

별이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별들이

폰 속에 들어온다.


야간모드로 잡은 하늘에

별이 가득이다.


신난다.

여기도 저기도


앗!

이건 달?


이번 추석에 보름달도 못봤건만

이렇게 달을 맞이한다.


신난다.


3배줌 5배줌 10배줌 30배줌!


30배줌부터는

달이 빛이 아니라 달로 존재한다.

신기하다.


좀 더!

50배 80배 100배!


우와~

100배줌은 좀 뭐랄까?

옴폭 파인 듯한 달의 표면이 다 보인다.

신기하다.


한참

별을 담는다. 달을 담는다.

야단이다.


이른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어둠 속에서

혼자 들떴다.

혼자 신났다.


하늘에 뜬 별이

하늘에 뜬 달이

온통 내것인양 신난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림자가 움직인다.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누군가보다 생각한다.


돌아볼 생각조차 없다.


별을 담아야 하기에

달을 담아야 하기에


움직이는 그림자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


"역시! 엄마, 여깄었어."


어?

많이 듣던 목소린데?

울 아들 목소리?

그럴리가!

지금 시간에!


짧은 순간 스치는 생각들과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파트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등진 그림자가

다가온다.


어슬렁거리듯

여유로운 발걸음이다.


있을 거라고 예상한 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한 장소에


예상한 대로!

있을 때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발걸음에 묻어있다.


반가움과 역시나하는 마음이

모두 담긴 발걸음!


엄마는 아직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시간에?

여기에?


이 시간에

함께 깨어있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가 밤을 새고

엄마는 이른 아침을 열고

그러면서 크로스하듯

시간이 겹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듯

이 시간에 함께 깨어있던 적은 없다.


더군다나

이곳에?


엄마의 이른 아침

어슬렁거리는 이곳에?


여전히 낯선 엄마는

멀뚱멀뚱 아이를 쳐다본다.


바로 옆에 와서야

진짜 아들임을 확인하고

놀라워한다.


"엄마 때문에 잠 깬 거야?"


조용히 나온다고 하지만

소란스러웠을테다.


일어나 커튼을 걷고

물도 마시고

살짝 열린 아이 방문도 닫는다.


살살 한다고 하지만

새벽의 조용함에

엄마의 모든 동작은

시끄러운 한낮의 소음과 같을 것이다.


작은 미안함마저 든다.


"아니, 잘만큼 잤어. 어제 9시도 안돼서 잤잖아."


"다니느라 피곤한 거지. 한 번도 안 깼나 보던데? 엄마가 문 살짝 열어둔 그대로던데?"


"중간에 깨긴 했는데 나가지는 않았어. 깼다가 바로 또 잤어."


"많이 피곤했나 보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나왔어?"


"일어나니깐 엄마가 없던데? 그래서 여기 있을 줄 알았지."


역시다.

마지막 말을 할 때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흐믓해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기분이 이상하다.


누가 알아준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을

누가 알아준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묵묵히 혼자 해오던 일을

누군가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기분이랄까.


새벽,

이른 아침,

혼자 깨어 어슬렁거리며

하루를 시작하던 엄마를

이 아이는 알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알고 있었던 게 당연하다.


그 언젠가는

엄마가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무수한 날들 중에

그 언젠가는


별을 만난 이야기

달을 담은 이야기

새가 술래잡기 하던 이야기

사랑꽃이야기

달맞이꽃이야기

안개 이야기

구름 이야기

.

.

.

새벽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단 한 번도

그것에 맞장구치며

답해주었던 기억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답을 바라며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


스치듯

혼잣말하듯

했던 말들을

이 아이는 귀담아 듣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에 담았던 것이다.


이 아침

이 새벽

묘한 기분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가 잠 속에 빠졌을 때

엄마는 깨어 새벽과 나눈 것을

이 아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


아이가 알아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쁜 것인가.


심장에서 생긴 작은 하트가

점점 커져 이 새벽을 다 채운다.


"아, 춥다. 엄마는 안 추워?"


"가만히 서 있어서 그렇다. 움직이면 괜찮아질 거다."


발길 닿는 대로

어슬렁거리던 길을

아이와 함께 걷는다.


"오늘이 이렇게 추운 거야? 계속 이렇게 추웠어?"


새벽

이 시간은 엄마의 시간이라는 듯

그러니 엄마가 당연히 안다는 듯

아이가 묻는다.


아!

찡~~~해오는 이것이 뭐지?


이 물음이 무엇이라고

이렇게나 기쁘지?


엄마가 해오던 것들이

이른 시간 하루를 열던 것들이

혼자만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아이에게는 새벽 이 모습이

엄마 모습으로 각인된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엄마의 시간

엄마의 공간이라는 듯

아이가 묻는다.


"아니, 오늘 유난히 더 춥네. 이젠 가을이 깊어졌나 봐. 옷 정리 해야 할래나?"


엄마는 아는척한다.

이 새벽에 대해 다 안다는 듯

자랑스럽다는 듯

엄마 목소리에도 기쁨이 가득이다.


"팔을 이렇게 움직여 봐. 그러면 덜 춥지 않을까?"


아들도 엄마도 반팔티셔츠 차림이다.

심지어 종아리도 다 나온 짧은 옷차림이다.


엄마는 실내복으로 입는 원피스에 반팔티셔츠

아이는 어제 입은 칠부바지에 반팔티셔츠


다리는 춥지 않은 듯

팔만 춥다는 듯

팔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들도 엄마도

달밤에 체조

아니다.

달 새벽에 체조를 한다.


"이건 아기 동백이야. 진짜 천천히 피나 봐. 꽃망울 맺힌지 꽤 됐거든? 아직 아기 동백이야. 엄마가 자주 보는 달맞이꽃 보러 갈래?"


아들과 엄마는

팔을 흔들며 도로 중앙선을 밟으며 걷는다.


시골 새벽길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아들과 엄마가 주인공 되어 함께 걷는다.


"달맞이꽃이 다 졌네. 여기 여기 폈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나중에 다시 와봐야겠다."


"여기가 해돋이 맛집이야. 여기에서 해뜨는 사진 찍었더니 엄청 잘 나오는 거야. 저쪽은 산도 가리고 건물도 가리는데 여긴 아무것도 가리는 게 없어. 해뜰 때 여기서 사진 찍으면 잘 나와."


"배룡나무가 꽃이 다 졌다. 저 나무 꽃 많이 폈을 때, 저기 있지? 옆에 소나무랑 손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야. 엄마, 사랑 단편 소설 쓰고 싶게 만든 나무야."


"저기 있지? 불빛 나오는 저기? 저기서 고양이가 나왔었잖아. 요새는 통 안 보인다. 고양이 주려고 멸치 봉다리째 차에 갖다 뒀더니. 이젠 안 보인다. 낮이 돼야 보일라나."


엄마는 쉴새없이 떠든다.

이 새벽

이 공간을 아이에게 다 알려주려는 모양이다.


"별자리 알면 좋을텐데……. 니 어릴 때 별 좋아해가지고 별자리 책도 사고 그랬잖아. 별은 많은데 이름을 아는 게 없다."


엄마는 다시 하늘을 담으며

별을 담는다.


"별자리 보여주는 게 있는데……."


"어? 별자리를 보여준다고? 안그래도 별 사진 이렇게 찍을 때마다 별자리 알면 좋겠다 생각한다. 엄마도 가르쳐도."


아이가 폰을 만지작만지작!


"아, 이거다. 이거!"


아이가 폰을 하늘에 갖다 댄다.

폰 속에 별자리가 그려진다.


"우와! 진짜 별자리가 다 보이네?"


신기하다.

놀랍다.


이제는 도로 한 복판에 서서

별자리를 찾는다고 난리다.


아이도 엄마도

새벽별과 함께 한다.


"아, 춥다. 가만히 서서 있었더니 더 춥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듯

팔짱을 꼭 낀 채 종종 걸음이다.


"집에 가면 이불 속에 들어가야겠다."


"그래, 좀 더 자라."


이 새벽

아들과 엄마는

소중한 추억하나 더한다.


별 하나하나마다

행복이 매달린다.


달은 제 얼굴처럼

동그란 웃음을 짓는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