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탐험정신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by 필이

주위에 산책하는 분들이 많다.

산책하는 모습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부러워 한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딱딱한 땅에서 걷는 건 안된다고

스스로 선을 딱 그어 버리고서는,

부러워 한다.


그런데

산책 챌린지를 시작한단다.


산책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단톡방에 자신들이 한 산책을 인증하면서

서로 나누는 뭐 그런 것이란다.


산책길에

온갖 고민 그런 것도 버리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고 그런단다.


이런 멋진 의미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산책 자체를 좋아한다.


특히,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핑계가 먼저 떠오른다.

산책하러 다니기 힘들다는 핑계.


산골에 살 때는

집 밖에만 나가서 걸으면

그게 산책이 된다.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로 이사를 와버려

산책을 하려면 차를 타고 어디를 가야 할 판이다.


이런 핑계에 힘을 받고자 아이에게 묻는다.


"산책을 하고는 싶은데 차를 타고 어디 가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걸 날마다 어떻게 하겠어?"


산책을 하고는 싶으나

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싶은 것이다.

이 무슨 마음인 건지.


아이는 분명 내편이 되어주겠지?

평소에도 엄마 다리를 무척 걱정하는 아이니깐.

흐흫흐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속으로 웃는다.


"아파트 주변만 걸어도 되지 않아? 꼭 차를 타고 가야 해?"


오잉?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아이야,

왜 그래?

엄마는 지금 산책을 못할 핑계를 찾고 있는 거라고!

아파트 주변은 무슨!


"니가 다녔던 강변까지 가려고 해도 차를 타야 되잖아. 엄마는 거기까지 가는 게 더 힘든데. 아파트 주변은 좀……."


"왜? 엄마는 많이 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아파트만 한 바퀴 돌아도 될 걸? 작아도 엄마한테는 이정도가 딱 좋아. 무리하면 안돼."


아니아니

아이야~

여전히 엄마 다리를 걱정해주는구나!

그런데

아이야~

아무리 그래도 아파트 주변은 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파트, 이 삭막한 주변을 돌아서 뭐하느냐는 거지. 그래도 자연에서 걷고 해야 산책이지."


"아닌데? 산책로처럼 멋지게 해놓진 않았어도, 가볍게 한바퀴 걸을 수 있게 길 만들어 놨던데?"


"엉?"


몰랐다.

전혀!

날마다 차만 타고 다니느라,

아파트 주변은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파트 테두리로

산책로 비슷하게 해놓았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믿을 수 없다.

이 코딱지만한 아파트에 무슨!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겠지.


아이에게 말을 듣고도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늘 아침,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아니,

바람이 이끌었던 것인지

겉옷을 걸치고

핸드폰 하나만 달랑 들고 밖으로 나간다.


새소리

닭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을 즐긴다.


'역시 이른 아침 공기가 시원해…….'


시원한 바람을 콧구멍 가득 담는다.


그러다 문득

아이말이 생각난다.


'아파트 주변에 걷도록 해놓았다는 거지?'


늘 보던 길로 가본다.


아파트 들어오는 입구에

산책로 비슷하게 시작하는 길이 보인다.

그곳으로 가본다.


어?

진짜다!

진짜로 산책로가 있다.


이런이런

이걸 이제야 알다니.


출입구 쪽에서 끊기긴 했지만

아파트 테두리로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 있다.


세상에나

심지어 늘 다니며 보던 길이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었다니.


아니

산책로의 일부였다니.


그걸 여태 몰랐다.

이곳에 이사온지 2년이 지났건만

여태 몰랐다.


그나저나

울 아이는 어떻게 안 걸까?


엄마한테 말도 없이 이 산책로를 걸은 건가?


강변까지 가서 산책하는 건 안다.

한 번씩 말하기도 하고

강변에서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 주변을 탐험한 건 몰랐다.


그러고보면

울 아이는 탐혐을 좋아한다.


산골에 살 때도

마을 곳곳을 탐험하고 다닌다.


바위도 뛰어 넘고

물에 풍덩 빠지기도 하고

나무에 올라가다 떨어지기도 하고

흙을 파헤치기도 하고

온갖 나뭇가지며 돌들을 주워오고




고등학생이 되어

어린 시절의 탐험정신은 다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다.


허어참~!


산책 하나 시작하려는데

깨닫는 것들이 어찌 이리 많은지…….


산책!

참 좋은 챌린지다.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필이 마음을 이리도 사로잡았으니!


정작

챌린지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필이는

혼자 추억의 산책을 시작한다.


아이의 탐험정신을 일깨우면서!


하아~

좋구만!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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