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발급, 어른이 되는 아들

by 필이

띠링

문자 알림이다.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아들이다. 이 시간에? 분명 아이가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문자라니. 무슨 급한 일인가. 얼른 핸드폰을 연다.


엄마, 나 고대 1차 합격했어.^^


기쁨이 묻어난, 아니 묻은 정도가 아니다. 얼마나 기쁜지 웃는 이모티콘이 그대로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막연히 될 거라고 확신하는 것과 합격했다는 결과를 보는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다. 흔히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큰 차이다. 하늘과 땅은 먼 듯하지만 결국 하나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보다 차이가 더 큰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상상하는 엄마다. 그 정도로 기쁘다는 말이다.


축하해~^^


이모티콘을 남기고 다시 일을 한다.


띠링

또다시 울리는 문자 알림.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문자를 확인한다. '툭'치면 '톡'하고 바로 반응하는 반사신경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다.


엄마, 나 주민등록증 발급 받아야겠어.


면사무소에 가야 ……


답하려고 글을 치고 있는데 이번에는 전화가 온다. 아들이다.


"엄마, 나 면접보려면 신분증이 필요하거든? 신분증이 청소년증이나 주민등록증밖에 안된대."


"그거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텐데. 학생증으로 안된대?"


"안된대. 주민등록증 만들려는데 어디로 가야 되지?"


천체니 물리니 엄마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려운 것은 그렇게도 잘 알건만 이런 생활 속 지혜는 역시 엄마를 따라올 수 없지.


"면사무소 가야지."


"응, 면사무소 가는 건 아는데 면사무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어."


아하. 면사무소가 어딘지를 모른다는 말이었구나. 아하하하하. 그래도 엄마의 아는척은 계속 된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데, ㄷㅅ시장 알지? 시장 입구. 그 맞은 편에 있어. 니가 집으로 걸어가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바로."


"아, 어딘지 알 것 같다. 일단 면사무소 가볼게."


잠시 후에 다시 전화가 온다.


"엄마, 주민등록증에 사진이 필요하대. 지난 번 수능 수험표 사진으로 하면 될 것 같아. 집에 가서 사진 가지고 다시 올게."


"응, 그래. 필요하면 전화해."


사진이 필요하다. 살을 좀 더 빼서 찍겠다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다. 주민등록증을 이렇게 급하게 만들어야 할지 아이도 모르고 엄마도 몰랐다. 이래서 지인들이 고3엄마인데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간 큰 엄마라고 했나 보다. 아이에게 살짝 미안해지려고 한다.


한참만에 다시 전화가 온다.


"엄마, 이 사진으로 된대."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만 있으면 엄마도 퇴근시간이다.


"그럼 만들고 거기서 기다릴래? 엄마도 조금 있으면 마치니깐."


"아니야, 엄마. 내가 알아서 하고 갈게."


"어……."


좋다고 기다린다고 할 줄 알았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벌써 몇 번을 왔다갔다 하는가. 학교에서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면사무소에 가고, 사진을 가지러 집에 갔다가 다시 면사무소로 간 것이다. 마치고나면 다시 집으로 걸어와야 한다.


그것도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면사무소에 간 아이다. 자신의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이조차 혼자서 하고 스스로 걸어오겠다니. 마음이 요상해지는 건 당연한 건가.


"원아, 그럼 우리 오늘 파티할까? 너 1차 합격 축하 파티?"


"좋지."


"뭘로 할까?"


"오랜만에 교촌?"


그동안 새로 생긴 굽네치킨의 단골이 되었으니 그보다 전에 생긴 교촌치킨은 '오랜만'이 되는 것이다.


"교촌? 교촌에 뭐?"


"허니콤보."


"떡볶이도 살까? 같이 잘 먹었잖아."


"그래, 좋아."


바로 전화 주문을 하고 퇴근하며 치떡을 찾아서 집으로 간다. 집에 가자마자 축하한다고 안아줘야겠다 생각하며 신나는 발걸음, 아니 차걸음이다.


"원아, 축……?"


아니, 아이가 없다. 아이방에 불은 켜져있는데 아이가 없다. 화장실에도 옷방에도 아이는 없다.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한다.


"원아, 엄마 집에 왔는데. 니 아직 안 마쳤나?"


"어, 아직 좀 있어야 된대."


"그렇게나 많이 걸리나? 그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거 있어라."


"아니다. 엄마, 마치고 내가 알아서 갈게."


"어……."


아니, 이건 뭐지?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가더니 아이가 갑자기 커버리기라도 한 건가. 벌써 독립을 하는 건가.


기특하면서도 복잡한 마음. 요상하면서도 대견한 마음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한다. 서도밴드 공연에서 'sEODOo BAND'깃발 아래 모두가 하나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돌듯이 말이다.


그래, 아이 오는 동안 청소나 하자.


엄마는 청소를 시작한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청소가 끝나갈 때쯤 현관문이 열린다.


"이래 오래 걸리더나?"


"나도 처음인데 내 해주는 분도 처음인가 봐. 잉크가 계속 뭉치고 지문이 안 나와가지고. 결국 옆에 다른 분이 와서 해줬어. 잉크를 너무 많이 찍어서 그렇대."


"고생했다. 이제 지문도 찍었으니, 진짜 어른인 거네?"


"이거 임시 신분증이래. 주민등록증이랑 같은 거라고 잘 보관하래."


아이가 내민 것은 종이다. 손바닥보다 좀 작은 크기의 하얀 종이에 아이 사진이며 정보가 적혀있다. 나라에서 인증해준다는 도장까지 잘 박혀있다. 이것만 받아도 기분이 이상한데 진짜 주민등록증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엄마는 주민등록증 처음 만들었을 때 어땠더라?


기분이 이상하다. 아이가 정말로 어른이 된다. 곧 엄마품을 떠난다. 그래 떠나는 것이 맞다. 맞는 걸 아는데도 하루하루 그 날이 다가온다는 걸 이렇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주민등록증을 만들더니 갑자기 훌쩍 커버린 듯한 아들. 대견하면서도 이상한 이 기분은 당연한 것이겠지? 엄마부터 얼른 독립 연습을 해야겠다.


축하한다.

아들아!

어른이 되는 너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복한다.

예쁜내새끼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날

멋지게 파티를 해야겠다.

곧 다가올 독립을 위하여!

어른이 되는 아이를 축복하며!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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