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카키색 바지 빌려 줄 수 있어?"
"당근이지."
아이가 찾는 카키색 바지는 아이와 엄마의 커플룩이다. 약간 펑퍼짐한 듯하면서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이다. 이런 옷을 뭐라고 하던데 엄마는 잘 모른다. 단지 중성적인 이미지의 옷이라 좋다. 아이가 검정색으로 산 걸 보고 마음에 들어 카키색으로 구입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커플룩이 된다.
우리 집에는 커플룩이 많다.
울 아이는 패션에 센스가 있다. 패션의 완성이라며 액세서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도밴드 보컬, 서도님을 닮은 것도 같다. 체험단도 당첨이 되어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한다. 패션 센스 꽝인 엄마를 닮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가 산 옷을 엄마도 마음에 들어 추가로 살 때도 있지만 아예 살 때부터 커플룩으로 사는 것도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싶은 것이 있으면 아이가 말해준다.
"엄마, 무신사에서 이거 세일하는데 엄마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한 번 볼래?"
무신사라는 곳도 아이 덕분에 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데 패션의 성지쯤 되려나? 엄마는 지금도 잘 모른다. 엄마옷을 챙겨주는 아이 덕분에 엄마도 젊어진다.
"자, 여기……."
카키색 바지를 찾아다 아이에게 건네준다. 아니, 건네주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놀라고 만다. 아이가 검은색 반팔, 그것도 몸에 딱 붙고 팔길이가 짧은 옷을 입고는 양 어깨를 동그랗게 해서 서 있는 것이다. 보디빌딩 대회를 하듯이 배에 힘을 주고 양 어깨에 힘을 준 자세 말이다.
"우와, 너 아놀드 슈워제네거야? 언제 근육이 그렇게 된 거야?"
놀라고 만다. 역삼각형, 역삼각형 말이나 들었지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아주 먼 것이니 실제로 볼 일이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지금 본다. 울 아이 상체가 역삼각형이다. 그러니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어? 전설의 인물을!"
"봐라, 니 몸이 완전 역삼각형이네. 언제 그렇게 됐노? 요새 또 운동 시작하더니 바로 그렇게 되나? 신기하네."
아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저녁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다. 한 번씩 다른 걸 먹기도 하지만 주 메뉴가 닭가슴살인 건 변함이 없다. 지금 몇 년째 이러고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엄마인 나더러도 같이 닭가슴살 샐러드 먹자고 하는데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그걸 먹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만 같아 피한다. 아직은 먹는 것에 자유로운 게 좋은 엄마다.
유튜브를 찾아보며 운동을 시작하더니 자기 용돈을 모아다 철봉을 산다. 그것도 검색에 검색에 검색을 해서 좋은 걸로 구입한다.
산골 그 작은 집에 철봉을 두느라 엄마의 애착 흔들의자를 버리고 만다. 흔들의자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산골의 풍경이 그대로 엄마것이 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주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은가. 바로 아이가 하고 싶어할 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엄마의 교육은 달리 있지 않다. 아이가 하고 싶어할 때 할 수 있도록 배경을 깔아주는 것! 이것이 엄마의 교육방침이자 철학이다. 그러니 흔들의자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당연한 것이다.
잘했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날마다 운동 삼매경이다. 이사올 때도 나사 하나하나 다 풀어서 지퍼백에 종류별로 담아서 따로 챙길 정도다. 이사오고 나서 조립도 반나절이나 걸려서 한다.
닭가슴살 샐러드를 몇 년째 먹고 있는 것도 그렇고 고1 상반기에 운동을 잠깐 쉰 것외에는 여태 운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를 안 닮았다. 다행이다.
"이야, 바지까지 입으니 너 완전! 오늘 무슨 날이가? 여자 친구 만나나?"
"와그라노. 날은 무슨. 옷이 그렇게 보이는 옷이다. 배에 힘을 줘서 그렇고."
"그래도 기본 몸이 있으니깐 그래 되지. 그냥 배에 힘준다고 그래 되나? 울 아들 완전 몸짱이네. 몸짱. 대단하다. 운동을 그래 하더만."
"몸짱 될라면 멀었다. 운동 더 해야지."
조금 있으니 어디선가 음률이 퍼진다.
흥얼흥얼.
"어? 니 노래부르는 거가?"
"노래는 무슨."
학교 가는 길의 모습을 알지 않는가. 아이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듯 눈을 감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눈을 뜨고 있어도 뭔가 말을 걸기 힘든 아우라를 풍긴다. 지친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처럼 말이다. 그런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흥얼흥얼 기분이 좋은 듯 노래를 부른다. 무엇이 아이를 기쁘게 했을까. 엄마도 덩달아 신난다.
흥얼흥얼.
엄마가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니 코와 목의 울림으로 흥얼거리듯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다. 아이의 음률로 차 안이 온통 향기로 가득하다. 기쁨의 향기, 행복의 향기. 아름다운 아이의 노래가 기분좋게 울리는 아침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