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보다 밥 많이 먹는 엄마. 그게 뭐!

by 필이

모처럼 저녁 외식을 한다. 울 아이는 몇 년째 저녁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다. 한 번씩 다른 걸 먹기는 하지만 기본이 샐러드다.


엄마가 저녁을 많이 먹어 허덕일 때마다 아이는 말한다.


"엄마도 저녁으로 나랑 같이 샐러드 먹어. 그럼 배도 편하고 좋아."


엄마는 몇 년째 거절 중이다. 밥은 생명이거늘! 쯧!


일 년에 몇 없는 평일 저녁 외식하는 날. 비도 오고 하니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 엄마는 원래도 국물을 좋아한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치킨은 포장하기로 하고, 엄마가 먹고 싶은 뜨끈한 국물로 저녁을 먹는다. 처음엔 저녁을 치킨으로 먹으려고 했던 것을 엄마의 힘으로 바꾸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드디어 저녁 먹으러 간다. 오랜만에 평일 저녁 외식이라 신난 엄마다. 오늘따라 신 메뉴 육개장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날씨 탓인가 보다.


육개장 12,000원

갈비탕 15,000원


가격이 좀 비싸다. 우리 기준에는 만 원이 넘어가면 무조건 비싸다. 마음먹고 외식해야 하는 메뉴에 들어간다. 오늘 저녁은 마음을 먹는다.


육개장을 시킨다. 오! 제법 잘 나온다. 개인 식판에 나누어서 각자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모든 그릇이 놋쇠로 만들어졌다. 수저마저도 놋쇠이다. 고급스러움을 더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식 같다. 일본에 가면 각자 이렇게 나누어서 주잖아. 각자 먹고 편하네."


"휴게소 고급 버전 같은데?"


"엉?"


엄마의 말에 바로 반박하는 아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했던가. 일본식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것 같던 식판이 휴게소 고급 버전으로 둔갑하는 건 순식간이다.


"맛있다."


"이 집 괜찮네."


"다음엔 갈비탕 먹어보자."


연신 감탄을 섞어가며 맛있게 먹는다. 결론은 돈값한다며 만족으로 마무리한다.


돌아오는 차 안.

무척이나 흡족한 엄마는 배불러 누워 있는 소가 되어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집 괜찮네. 또 가자."


"괜찮긴 한데, 양을 좀 줄이면 좋겠다. 양 좀 줄이고 값을 조금 더 싸게 하는 거지."


또다시 반박하는 아들.


"양을 줄인다고?"


아이의 논리는 계속된다.


"일반 여성이들이 먹기에는 양이 많잖아?"


"어? 엄마도 여성인데?"


밥이며 그 많은 국이며 반찬까지 싹쓸이한다. 정작 울 아이는 밥 1/3을 남긴다. 밥 양이 많긴 하다. 보통 밥그릇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놋쇠 밥공기에 밥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그러니 그 양이 제법 많다. 엄마는 이 많은 밥을 다 먹는다. 연신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도 다 먹어치운다.


"아니, 그렇긴 한데. 일반적인 여자분들에게는 양이 많은 거잖아. 밥도 많고 국은 또 얼마나 많아?"


"너, 이거 여남 차별 발언이다. 여자도 많이 먹을 수 있고 남자가 적게 먹을 수 있는 거지. 어? 거기서 여자랑 남자가 왜 나오냐? 어? 어?"


"아니, 엄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내한테도 양이 많다 이 말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다 못 먹고 남기는데 아깝잖아. 양을 줄이고 값을 좀 더 저렴하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거지."


맞는 말이다. 그래도 살짝 불편하다. 아이는 밥도 남겼지만 국물도 거의 다 남겼다. 건더기는 맛있다며 다 먹는다. 반면, 엄마는 밥도, 국도, 국물까지 모두 싹쓸이.


"엄마 배가 늘어졌나 봐. 양이 왜 이렇게 많아진 거야? 어?"


괜히 배가, 아니지. 위가 늘어진 탓을 한다.


돌아오는 차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부른 배가 소화가 다 되어 버린다. 그 핑계로 집에 돌아와 치킨 두 조각 먹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앗! 치킨은 작은 조각이다.

너무 놀라지 마시길!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엄마가 고3 아들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다는 거?

그것도 키도 훌쩍 큰 아이인데 말이다.


앗싸.

이겼다.

내가 울아이보다 밥 더 많이 먹는다.


이건.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임을!

으흐흐흐흐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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