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살린 손의 온기, 너라는 아이

by 필이

아침을 시작한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엄마는 파란수영장에 갔다가 바로 출근한다.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아이는 눈을 감는다.

고3의 수면부족을 조금이라도 채워보려는 듯이.

안타까움에 말없이 손 한 번 살짝 잡고는 차를 출발한다.


신호 대기로 멈춰선다.

아이를 살짝 본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어버이날이네."


혼잣말이다.

아침독서로 읽은 '엄마'라는 책의 여파로,

마음이 여전히 울렁거려 혼자 '툭'하고 튀어나온 말.


"감사합니다."


"자는 거 아니었어?"


"눈만 감고 있었어."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은 그 옛날의 필이를 데리고 온다.

엄마 앞에서 울부짖는 필이를.


아주 잠시지만,

그 옛날의 필이를 만나고 온다.

그리고 묻는다.


"뭐가 감사해?"


"잘 키워준 거."


"크기는 니가 잘 컸지. 대견해. 울 아들."


"크기는 니가 잘 커줬고, 낳기는 엄마가 잘했지"

라는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정말 잘 낳은 게 맞는 걸까.


"감사하다는 걸 보면 그래도 세상 사는 게 괜찮다는 말이네?"


"그렇지. 사는 게 낫지."


아이가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그 눈길을 피한다.


신호가 곧 바뀐다는 듯 앞만 바라본다.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본다.


"그래 맞아. 살아 있어야 좋은 세상이지.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무것도. 그런데 엄마는……."


다음 말을 할 수가 없다.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말이 심장을 조여온다.

심장을 쥐어짜 피눈물을 만든다.


아이가 가만히 손을 잡는다.

꼭 잡는다.


숨 한 번 삼키고 눈물 한 번 넘긴다.

그제서야 말이 되어 나온다.


"엄마는, 엄마한테 그러지 못했거든. 왜 낳았냐고, 이렇게나 힘든 세상에 왜 낳았냐고 막 그랬거든."


"그렇게 못되게 굴었으니 이렇게 눈물만 흘리지. 너무 못된딸이어서."


그 옛날의 필이는 왜 그랬을까.

힘든 순간마다 엄마를 원망한다.


왜 태어나게 했느냐고,

너무 힘들다고.


필이 가슴 속 깊이깊이 숨어 있는 우울이란 녀석이,

잠깐의 방심한 틈만 보이면 그 크기를 키워 필이를 집어삼킨다.


그럴 때마다 울부짖는다.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죽을 것만 같은 숨조임에 모든 화살을 엄마에게 쏘아댄다.


얼마나 아팠을까.


딸이,

막내딸이 쏘아대는 그 화살을 그대로 맞아야만 했던,

그대로 맞고 있어야만 했던,


울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아무말도 없이 껴안아주던

가만히 껴안아주던

있는 힘껏 껴안아주던


울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 옛날의 필이는 왜 그리 못된 딸이었을까.

왜.


고통이 눈을 가렸음이다.

아픔이 귀를 막았음이다.


그러니

이제야

이제서야


이리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피눈물도 되지 못할 어둠의 눈물을.

썩어 고름이 되어 흐르는 시커먼 눈물을.

"아침마다 '엄마'라는 책을 읽으니, 이거 참."


괜히 책 핑계를 댄다.


아이가 잡은 손을 꼭 쥔다.

아무말없이.

아이의 손을 통해 따듯함이 전해온다.


흘리다 흘리다 얼어버린 피눈물이,

얼어버려 깨지려는 심장이,

아이의 온기로 녹아든다.


아이의 온기가 엄마를 살린다.


어버이날 가장 큰 선물을 받는다.

바로 너라는 아이.

나에게 와준 고마운 너라는 아이.


고맙다.

엄마의 아들로 와줘서.

엄마 손 꼭 잡아주어서.


너의 온기로 엄마가 살아간다.

고맙다.

아이야. 나의 아이야.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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