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록

생존을 위한 기록을 시작하며...

by 꿈꾸는 카프카

생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득히 먼 그때, 나는 언젠가 나에 관한 회고록을 쓰리라 다짐했었다. 생을 마감하기 전, 내 생이 얼마나 눈부시고 찬란했었는가를,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고귀함에 대해서, 나는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실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있는 힘을 다해 버둥대고 있는 중이다.

난 앞으로도 내가 처음에 꿈꿨던 그런 내용의 회고록을 결코 써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난, 나의 대단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생의 찬사가 담긴 회고록 대신, 여태껏 내 예상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온, 예기치 못한 사건의 연속이었던 내 생에 대해서, 그 이야기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담담히 풀어내 보려고 한다.

이건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뽐내고자 함도 아니며, 내 고난과 역경을 본보기로 해서 그 누군가를 어쭙잖게 위로하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이 글은 오늘을 마지막 날이라 여기며 가쁜 숨으로 겨우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내게 내가 보낼 수 있는 소소한 응원이며, 예의이자, 또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나의 내일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다.

이 글의 시작이 뭐가 될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언젠가 내가 이 생과 작별하게 되었을 때 이 글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평생을 불운하다고만 여기고 산 한 존재가 어떤 것을 소망하며 살아왔었는지를, 아마도 어느 누군가의 관심 영역에 들어가지 못할 나의 생과 죽음에 대해 남기는 작은 흔적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30대 초반 원인 불명의 통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나는 한 번의 큰 수술 후에 또다른 병을 얻게 되어 십 년째 가까이 난치병 투병 중에 있다. 잠깐이면 지나가리라 믿었던 시련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오늘도 내 삶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지독한 절망 가운데 오늘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나를, 지금도 흘려보내고 있는 나를 끊임없이 반추한다. 나는 무엇으로 지금을 견뎌내야 할 것인가. 나는 얼마나 더 지금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끊임없는 질문과 고뇌만이 지금의 나를 살아있다고 믿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답없는 생각 속에 오늘을 견뎌내는 나를 위해, 어느날 문득 찾아온 불행 앞에 헤매이고 있는 어느 누군가를 위해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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