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기록을 시작하며...
30대 초반 원인 불명의 통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나는 한 번의 큰 수술 후에 또다른 병을 얻게 되어 십 년째 가까이 난치병 투병 중에 있다. 잠깐이면 지나가리라 믿었던 시련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오늘도 내 삶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지독한 절망 가운데 오늘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나를, 지금도 흘려보내고 있는 나를 끊임없이 반추한다. 나는 무엇으로 지금을 견뎌내야 할 것인가. 나는 얼마나 더 지금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끊임없는 질문과 고뇌만이 지금의 나를 살아있다고 믿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답없는 생각 속에 오늘을 견뎌내는 나를 위해, 어느날 문득 찾아온 불행 앞에 헤매이고 있는 어느 누군가를 위해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