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유

누구에게나 자유로울 권리는 있다.

by 꿈꾸는 카프카

'자유'(freedom, 自由) :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


어떤 키워드로 이야기의 처음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자유'란 단어로 이야기의 첫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풀어나가 보기로 했다.

'자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망하고 누리고 싶어 하는, 어찌 보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바로 '자유'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요즘과 같이 시대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경우에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부분 자유를 제한당하며 일상을 살아나가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요즘 들어 더욱이 많은 이들이 예전에 각자 자기가 누리던 그 '일상의 자유'를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자유는. 그런 의미에서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미 팬데믹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펜데믹과 같은 생활 속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자유란.

만약 어느 날 신이 내게 다가와 네가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단 한 가지의 가치를 선택해 그것을 잠시라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그때 바로 주저 않고 선택하고 싶은, 내 현생의 삶이 아니라 후생의 삶을 걸고서라도 다시 되찾고 싶은 그 무언가와도 같은 것이다.

초원.jpeg 자유는 저마다에게 각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난 얼마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자유라고 이야기하니 무언가 대단히 거창하고 특별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여기서 내가 갈망하는 자유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사소한, 보통의 일반 성인이라면 누구나가 대개 누리고 있을 만한 그런 것들을 말한다. 이를 테면 열심히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집에 엄마가 끓여놓은 뜨끈뜨끈한 김치찌개를 거리낌 없이 맛나게 한 그릇 비워낼 수 있는 것, 혹은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가 가야 할 목적지에 자유롭게 몸을 실을 수 있는 것. 아니면 어쩌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경우 단 몇 층 정도쯤은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것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누군가는 그렇다면 이런 기본적인 생활의 능력도 구사하지 못한다는 당신은 장애인인 것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장애인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범위의 장애를 갖고 있느냐의 여부도 판단되는 것일 뿐. 나는 나 스스로를 공식적 장애인이 아닌 '비공식적', '암묵적 장애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지 이미 오래다. 이 말은 내가 앞에서 열거한 것과 같은 일상의 기본 능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사람이라면 당연히 행해야 할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바깥세상에 나서는 게 무언가 불편해지거나 혹은 그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내게 어떠한 고통이 수반되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날 때 즈음만 해도, 나는 그것이 큰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 혹은 훗날 그것이 나를 마치 불구자와도 같은 삶을 살게 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 역시 추호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일은 실제로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난 겉모습만 멀쩡한 장애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불과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들과 별다를 거 없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내가 30대 후반이 된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물론 그 사이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 험난한 시간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벚꽃이 조금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요즈음. 벚꽃을 보러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관찰하게 된다. 동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 속에 삶을 향한 그들의 기대와 생기가 느껴진다. 저들은 알까. 지금 저들이 누리고 있는 이 지극한 일상의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소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내리는 비에 탐스럽던 벚꽃이 마냥 추워만 보인다. 이러다 벚꽃이 그냥 힘없이 떨어져 버리면 어쩌지... 내 조마조마한 마음이 이번에도 짧게 봄을 살다가 벚꽃의 생존 기한을 조금이라도 늘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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