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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Apr 09. 2022

세계가 이곳에.. UN Day 1..

아이들이 싱가포르 국제학교를 다니며 처음 경험한 행사는 UN Day 행사였다.

 

“UN Day? 그날 뭐 하는 건데?”

UN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 서로 자기 나라 소개하고 공연하고 한대요.”

 

국제학교에서 경험하는 첫 행사라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 궁금했다.

안내문을 보니 지구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서로의 나라와 문화를 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행사라고 했다. 각 나라별로 교실을 꾸며 소개하고 간단한 전통 음식이나 기념품도 준비해 나눠주고 아이들은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공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 모두가 각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교내를 퍼레이드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게 많은 행사였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행사였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많이 부담스러웠던 건 우리나라를 대표해야 한다는 거였다. 모두가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을 잘 소개하고 싶었다.

 

한국 엄마들은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서로의 역할을 나눠 이 행사를 준비했다.

음식을 준비하고 행사 당일 음식을 나눠 주기로 한 팀과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교실을 꾸미고 준비하는 팀으로 나눠 열심히 의논하고 힘을 모아 준비해 나갔다. 나눠줄 기념품으로는 태극무늬가 들어간 부채를 준비했다.

(아이들 행사가 아니라 엄마들의 행사인가 싶을 만큼 일이 많았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 번 UN Day 행사를 경험하고 보니 이때의 행사가 가장 즐거웠고 행복했던 행사였다. 다음 해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서 행사 진행 자체가 달라져서 이렇게 멋진 행사는 다시 경험할 수 없었다. 함께 이 행사를 준비했던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무대에 올라 우리나라를 알릴 공연 팀도 모집했는데.. 이번 공연엔 태권도 댄스를 준비한다고 했다.

신나는 K POP 음악에 맞춰 태권도를 보여주고 간단한 격파 시범을 함께 보여주기로 했다.

태권도를 배운 경험 있는 아이들이 지원했는데, 싱가포르 오기 직전에 검은 띠를 딴 첫째가 이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다. 부끄럼 많고 소극적인 편인 첫째였기에 이 공연에 참여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아이들은 여러 날 태권도 도장에 모여 열심히 연습했다.


학교 메인 로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미니어처들이 장식되었다. 종이 인형에 자기 얼굴을 붙이고 전통의상으로 꾸며 장식했는데 자기 나라를 알리는 아이디어들이 멋지고 기발해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컸다. 나라별로 엄마들도 자기 나라를 알리기 위해 교실을 꾸미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UN Day 행사의 시작은 퍼레이드였다.

국제학교니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일 테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국제학교에 얼마나 다양한 나라가 있을까 싶었던 마음은 기우였다.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구나 놀랄 정도였다.


너무 더운 싱가포르.. 알파벳 순서로 입장하니 우리 아이들은 두꺼운 소재의 한복을 입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기다리느라 모두 물에 빠진 것처럼 흠뻑 젖었지만 오늘 하루 ‘우린 모두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서로 부채질을 해주며 잘 기다려줬다.


드디어 학생대표들이 유엔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국의 이름표를 들고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하고 재치 있는 모습들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신나는 경험이었다.


깜찍한 파라오로 변신한 이집트 팀, 모두가 뿔 달린 바이킹 모자를 쓰고 귀여운 바이킹으로 변신한 덴마크 팀, 화려한 용 장식을 들고 펜더 곰 인형을 안고 치파오를 입고 등장한 중국 팀, 커다란 국기로 온 몸을 감싸고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등장한 캐나다 팀, “TINTIN (틴틴, 탱탱, 땅땅으로도 불린다.) 속 캐릭터로 변신해 TINTIN의 모험에 나오는 빨간 로켓까지 직접 만들어서 들고 등장한 벨기에 팀..


커다란 유니언 잭을 들고 등장한 영국 팀은 참 다양했는데 임금이나 여왕, 왕자로 변신한 아이들도 있었고, 여왕 근위병이나 중세 기사, 영국 군인, 축구 선수 등 다양했다. 큰 아이들은 양복을 입고 영국 총리 가면을 쓰고 온 아이들도 있었다.  


백파이프 연주에 맞춰 킬트(Kilt)를 입고 등장한 스코틀랜드 팀, 빨간색 파란색 베레모를 쓰고 스트라이프 무늬의 셔츠를 입고 마린룩을 완성하고 나온 프랑스 팀, 알록달록 화려한 컬러의 사리를 입고 등장한 인도 팀, 전통의상인 화려한 무늬의 바틱(Batik)을 입고 접어서 만든 바틱 모자를 쓰고 등장한 인도네시아 팀, 모두가 녹색이 들어간 옷을 맞춰 입고 등장한 아일랜드 팀, 연두색과 흰색 국기 색깔의 같은 무늬 티셔츠를 맞춰 입고 등장한 이탈리아 팀..


기모노를 입고 전통신발인 게다나 조리를 신고 등장한 일본 팀, 고사리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등장한 뉴질랜드 팀, POLSKA 란 글씨와 흰 독수리가 그려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폴란드 팀,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의상과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 빨간색 앞치마를 입고 등장한 포르투갈 팀, 전통의상을 입고 화려한 머리장식인 코코쉬닉을 쓰고 나온 러시아 팀..


아름다운 꽃장식을 머리에 달고 화려한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스페인 팀, 파란색 긴치마에 흰색 블라우스, 노란색 앞치마로 된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한 스웨덴 팀, 싱가포르 항공 승무원복을 연상시키는 남색 바틱 재질로 된 의상과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싱가포르 팀, 국기가 그려진 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등장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팀, 커다란 성조기를 들고 카우보이로 변신해 등장한 미국 팀, 화려한 색의 아오자이를 입고 논라(원뿔형 야자잎 모자)를 쓰고 등장한 베트남 팀..


그 외에도 몇 나라가 더 있었고, 나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단 한 명의 학생이 자기 나라 이름표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며 씩씩하게 행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팀..

색색이 고운 한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행진하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정말 울컥하고 눈물이 올라왔다. 고학년 아이들이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오는데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아이들의 이 경험을 응원했다.

행진 후 만난 아이들은 심하게 땀에 절어서 힘들어 보였지만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나 전 세계 엄마들이 이 퍼레이드에 진심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저 전통의상들을 다 준비했을까 싶었고 구하지 못한 경우엔 직접 만들어서 준비한 마음과 정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정성이 너무 값지기에 왜 저런 의상으로 퍼레이드를 했는지 궁금해서 나중에 더 찾아보게 되었고, 의미를 알고 깜짝 놀랐던 나라가 많았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팀은 벨기에 팀이었다. 찰리 채플린인가 하고 봤던 귀여운 신사도 머리를 곱게 빗은 귀여운 꼬마도 “TINTIN (틴틴, 탱탱, 땅땅으로도 불린다.) 속 캐릭터였고, 모험에 나오는 빨간 로켓까지 직접 만들어서 들고 등장했는데 너무 멋졌다.

TINTIN과 함께 스머프(Smurfs)의 고향도 벨기에라고 한다, 2022년부터 벨기에 여권에 TINTIN과 스머프가 새겨진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또 다른 나라는 프랑스.. 프랑스의 상징이 베레모라는 점.. 모자 종류의 이름으로 알았던 베레모(Beret)는 그 말 자체가 프랑스어로 ‘모자’란 뜻이라 한다. 예술의 나라라 화가 모자를 쓰고 나왔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스트라이프 무늬 옷을 입고 나온 이유도 프랑스 해군이 하이트와 네이비로 된 스트라이프 무늬의 해군 복장을 채택해 유명해졌는데 채택 이유가 바다에 빠졌을 때 쉽게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마린룩..


이탈리아 팀이 입고 등장한 티셔츠 무늬는 2015년 밀라노 엑스포를 기념하고 알리기 위한 티셔츠였다.

고사리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온 뉴질랜드 팀, 그 옷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유명한 올블랙스 럭비팀 유니폼이었다.

POLSKA 란 글씨와 흰 독수리가 그려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폴란드 팀, POLSKA는 폴란드어로 폴란드란 뜻이고 폴란드는 영어식 표현이었다.


아일랜드 팀이 녹색 옷을 맞춰 입은 이유는, 아일랜드 수호성인 세인트 패트릭이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하는 ‘성 패트릭 데이’의 공식 색상이 녹색이기 때문이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축제라고 한다.



아이들의 퍼레이드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나라별 소개와 정보가 담길 수 있다니..

자기 나라를 알리려고 애쓰고 노력한 마음들이 모여 퍼레이드 하나에 세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그 뜻깊은 의미를 깊이 새길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라별 소개 코너와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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