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서로의 나라와 문화를 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UN DAY..
아이들은 평소의 교복 입은 모습이 아닌 자기 나라 문화와 관련된 옷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어느 나라 전통의상은 이런 것이다’ 하고 보고 들은 건 있겠지만 내가 아는 친구가 변신한 모습은 서로에게도 무척 인상적이고 신기했으리라.
둘째 한복에서 눈을 못 떼던 영국인 체육 선생님은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하시며 연신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옷이 커지는 마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고 한복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여러 번 칭찬해 주셨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입 꼬리가 올라갔다.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일조한 거 같은 마음에..
퍼레이드가 끝난 후 아이들은 자유롭게 교내를 돌아다니며 학부모들이 준비한 각 나라별로 꾸며진 교실에 들어가서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에서 준비한 모형 여권을 들고 각 나라 방을 방문하면 나라 이름이나 국기, 상징적인 모양이 새겨진 스탬프를 찍을 수 있어 모으는 재미를 더했다.
각 나라 방에 방문하면 간단한 기념품도 받고 준비된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체험활동도 할 수 있었다.
그 나라 풍경이 담겨 있는 엽서를 받기도 하고, 나라 이름이 적혀있는 열쇠고리를 나눠 주기도 했다.
베트남 같은 경우는 상징적인 논라(원뿔형 야자잎 모자)를 나눠 줬는데 순식간에 동나버렸다. 우리나라도 태극무늬가 새겨진 부채를 나눠줬는데 더운 나라라 인기가 많았다.
일본은 종이 접기인 오리가미 체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나라 국기에 색칠하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주로 비슷한 무늬에 삼색으로 구분되는 나라들이 이런 체험을 하는 곳이 많았다.) 어떤 곳은 그 나라에 대한 간단한 퀴즈를 내고 맞추면 선물 주는 곳도 있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곳은 스페인이었는데 플라멩코 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서 정말 신나는 축제 현장 같았다.
이런 행사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다름을 경험하고 함께 어울려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이들이 함께할 미래는 보다 나은 세상이길.. 보다 평화로운 세상이길.. 바라는 전 세계 학부모들의 마음은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머나먼 자국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물건을 공수해오고 전통의상을 만들기까지 하며 준비했으리라..
(지금 지구촌 어느 곳에선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어 이 글을 쓰는 마음이 무척 무겁고 아프다. 둘째 학교에서 최근에 나라별 퍼레이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단 한 명인 러시아 학생은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서 자기 나라 이름표를 당당히 들고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길.. 진정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행사를 준비하며 각 나라별로 공연 준비도 열심히 했다.
UN Day 공연을 위해 우리나라 아이들은 태권무를 준비했다.
신나는 K POP 음악에 맞춰 태권도를 보여주고 간단한 격파 시범을 함께 보여주기로 했다.
태권도를 배운 경험 있는 아이들을 모집했는데, 검은 띠인 아이들이 많아서 금방 팀이 꾸려졌다.
싱가포르 오기 직전에 검은 띠를 딴 첫째도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부끄럼 많고 소극적인 첫째였기에 이 공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만으로도 너무 큰 용기였고 성장이었다. 혼자 키가 차이 나게 커서 많이 틔는데도 공연하겠다고 한 데는 영어를 못하는 답답함 속에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여러 날 태권도 도장에 모여 열심히 연습했다.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이 그저 대견했다.
드디어 다가온 UN DAY 공연 날..
각 나라 전통 춤을 추는 팀들도 있었고,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를 부르는 팀들도 있었다.
다른 나라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아이들은 다양한 나라 공연에 참여할 수도 있었는데, 둘째는 차이니즈 선생님의 권유로 차이니즈 댄스를 공연하게 되었다. 여러 나라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함께 연습해서 준비한 공연을 보고 있자니, 혼자 잘한다고 완성되는 무대가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협력으로 하나의 무대가 완성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아이들은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있구나 싶었다. 그게 바로 진정한 UN Day의 의미일 테고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일 게다.
단연 인기 만점이었던 우리나라 아이들의 공연..
아이들은 실수 없이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첫째는 공연 중간에 날라차기로 격파를 했는데 공연 이후 친구들이 멋지다며 다시 한번 더 보여 달라고 해서 여러 번 발차기를 해야 했다. 조용하던 아이가 날라차기를 했으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고 한다.
검은 띠를 매고 공연했는데 공연 이후 진짜 검은 띠냐 물어오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이지 ~ 한국인들은 다 '검은 띠'인걸로..이만큼 실력들이 되는 걸로 통일~~’
그럴 만큼 아이들이 낯선 나라에 와서 적응하며 지내는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고 이 멋진 공연으로 아이들 스스로 다시 부딪치고 도전해 나갈 용기를 얻었을 거라 믿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공연..
완벽하게 꾸며진 멋진 공연이 아니라도 조금 어설퍼도 모두가 함께 즐기고 하나 되어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 같은 공연이었다.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경험하며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세계 시민으로 함께할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고 배워가리라.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다. 아이들이 배워 이미 아는 진리를 어른들이 잊어먹지 않길.. 그래서 더 이상 지구촌에 슬픈 소식이 없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