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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Apr 14. 2022

브런치.. 도전하길 잘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보니..

" 엄마.. 이 시험 선택 과목을 골라야 한대요. 이 시험 칠 수 있을까요? "

" 저 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시험 치는 건가요? 공부하다 가면 어떡해요?"

" 학교에서 졸업할 때 열어볼 타임캡슐을 만든다고 몇 년 후 나에게 글을 쓰라고 했는데요.. 그때 제가 그 글을 읽어 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종종 질문을 해 왔다.

우리가 1년 후, 2년 후, 몇 년 후..

싱가포르에 계속 있을 수 있냐고..

지금 하고 있는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시험을 칠 수 있는 거냐고..

시험을 치고 난 다음 과정으로 연결해 공부할 수 있냐고..


언제나 갑자기 발령이 나면 바로 떠나야 하는 상황인지라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이러다 갑자기 가게 될지 몰라. 모르니 일단은 해봐야겠지."

이 말을 늘 달고 살았다. 아이들에게도.. 주변 지인분들에게도..

이런 불확실한 상황은 늘 뜬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우릴 불안하게 했고, 다음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 곳 싱가포르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떠나게 될 때 아쉽지 않도록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유학 온 것도 아니고, 여기서 공부 후 어떤 미래 플랜을 미리 짤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준비 없이 와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로컬 사립학교 , 공립학교, 국제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도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싱가포르에서 칠 만한 시험도 종류별로 다 치고 있다. 그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어떤 준비과정이 필요한지 늘 정보는 부족했고 아이들 고생이 많았다.


그간의 이야기들을 기록해두면 나중에 아이들에게 추억이 되겠지 싶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낯선 싱가포르에 와서 경험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지원하고 바로 합격 메일을 받았고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은 나를 설레게 했다.


아이들 이야기이니 처음 쓴 글들을 보여주고, 엄마가 너희들 어려웠던 이야기를 소재로 글 써도 될까 의견을 물어봤다. 이제는 제법 많이 자란 아이들인지라 공개하길 거부할 수도 있으니 싫으면 안 쓰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그 시절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우릴 지켜봐 주고 있었는지도 알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읽으며 옛 기억도 떠오르고 글 속의 인물들도 떠올라 오히려 반갑고 좋다고 해 주었다.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처음 여기 와서 고생한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니 '이 어린아이가 저 때 저렇게 힘들었었지..' 때로는 미안해서.. '이 아이가 저 어려운 상황을 묵묵히 견뎌줬구나..' 때로는 고마워서.. 아이들 꼬옥 안아주며 사과도 하고 고마움도 표현하고 했다.

글로 정리해보니.. 지금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걸어와준 아이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글이 가지는 힘은 실로 대단한 거 같았다. 아이들도 자기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저랬구나 하고 성장한 지금의 스스로에게 대견했으리라.

고생시킨 게 미안해진 나는 너희가  다양하게 고생 많이 한 덕분에 엄마 글 쓸게 많아졌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아이들은 오히려 기억 안 나면 말하라며 글쓰기를 응원해 주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덕에 아이들에게 마음 깊이 넣어뒀던 미안함을 꺼내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도 되었고,  잘 지내준 고마움을 표현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글을 올리다 보니..

우리 아이들 모습을 기억하는 오래된 지인들이 글 잘 읽고 있다고 연락을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예전에 들어본 이야기지만 글로 이렇게 읽으니 아이들 고생한 게 보여서 같이 울었다는 분들도 있고.. 아이들이 잘 버텨주고 애써준 게 기특하다 칭찬과 응원도 보내주셨다.

어릴 적 친구랑 통화하며 아이가 셋이라 이리 다양한 일이 많았음을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다. 힘든 일 정말 많았는데..

( 앞으로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할텐데.. 그 과정들이 힘이 되고 거름이 되어줄거라 믿어본다.)


싱가포르에 와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아이 친구 맘들은 그 시절 고생한 아이들 추억 소환 제대로 했다며 반가워해 주셨고, 정말 고생한 우리 아이들 꼬옥 한번 더 안아주고 대견하다 칭찬해주자는 마음을 전했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인 칭찬과 응원은 브런치 글을 더 열심히 쓰게 만들었다.

글 쓰는 즐거움이 이렇게 크다니..


그러던 어느 날.. 조회수가 갑자기 확 증가해서 무슨 일인가 하고 찾아보니..

" 다음"  검색창 여행 맛집 섹션에.. 내가 쓴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읽는 이가 많다 싶으니.. 사실 글 쓰는 게 조금 두렵기도 했다. 너무도 소소한 우리 아이들 이야기인지라..

사진 출처 ; daum


그리고 그 후로도 두 번 더 내 글이 올라왔다.

사진 출처 ; daum


어떤 알고리즘으로 올라오는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과 내가 경험한 싱가포르에서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정보가 될 수도 있고 도전할 용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에게 엉터리 정보면 안되니 글쓰는 게  조금은 두렵지만..

처음 마음으로 쭉 써 보려고 한다.


떨리는 도전이었지만..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

우리 아이들이 묵묵히 걸어온 그 과정을 보물상자처럼 담아주고 있을테니..

걸어가다 지치고 힘든 날.. 지금 가는 이 길이 맞을까 고민스러운 날..

하나씩 꺼내 다시 읽어보면.. 잠시 쉬었다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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