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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Apr 16. 2022

공부하고 싶어? 그럼 이 시험을 통과해!

싱가포르 AEIS..

스핑크스는  "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2개가 되기도 하고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수수께끼를 사람들에게 묻고 그 답을 요구하여 틀린 답을 말하거나 못 맞히는 사람은 족족 잡아먹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수수께끼를 내는데 "두 자매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낳는데 둘은 누구인가?"라는 수수께끼이며 답은 낮과 밤이다.

 "오전에 컸다가 정오에는 다시 작아지고 오후에는 다시 커지다가 밤에 사라지는 것은?"이라는 수수께끼를 낸다. 답은 그림자

출처 ; 스핑크스 ㅡ 나무 위키

  

누구나 잘 아는 스핑크스 이야기..

길목을 지키고 앉아 지나가고 싶으면 수수께끼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는 스핑크스..

누구 하나 문제를 맞추고 살아 나온 이가 없었을 테니.. 모두들 그 문제가 수수께끼 인지도 몰랐을 테고..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니 답을 미리 준비해 가고 싶어도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그 길은 꼭 지나가야겠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감은 못 잡겠고.. 그 길을 건너왔다는 경험 있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었을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방법을 몰라 어려웠을까..


내게 AEIS(Admissions Exercise for International Students) 시험은 어쩌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는 것은 아니나, 시험 후 아이가 받은 점수가 몇 점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시험지를 가져 나올 수 없으니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합격 점수가 몇 점 받아야 합격 인지도 모르며, 몇 명이 합격한 건지도 알려주지 않는.. 온통 방법을 모르겠는 시험이었다.


아이의 수험 번호를 미뤄봐서 대충 지원인원은 짐작할 수 있으나.. 합격인지 불합격인지는 개인에게만 통보가 가고 몇 점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으니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이유를 모르겠는 시험이었다.




이 시험과의 첫 만남은 우리가 싱가포르에 오기 직전에 외국인의 로컬 학교로의 진학이 다 막히고 오로지 이 시험을 통해 합격한 사람만 가능하다는 걸 듣고 알게 된 거였다. (몇 달만 빨리 왔어도 조금 쉬웠을까 생각해보지만 영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으니 여전히 쉽진 않았을 거 같다.)


이 시험의 존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싱가포르 교육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야 뭐 얼마나 어렵겠어하고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초등 2학년인 둘째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 시험의 실체를 모른 체 아이를 달래 이 시험에 도전했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싱가포르 초등 1, 2학년 수준도 상당히 어려운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수학 문제도 그냥 정답이 맞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정확한 풀이과정을 요구한다.)


시험에 응시하고 시험을 치러 가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이렇게나 많은 학생들이 다 싱가포르 학교에 들어가려고 시험 치러 온 학생이라니.. 너무 많은 학생과 학부모수에 놀라기도 했고, 커다란 시험장은 너무도 크고 넓고 창고 같은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게 잘 나와서 나중에 아이는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험 치고 아이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솔직히 이 시험에 대한 충분한 준비나 이해가 부족했기도 했지만, 시험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몇 점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한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정말 답답했고 커다란 벽을 만난 것 같았다. 고생한 아이를 더 고생시킬 수 없었고 이 시험은 아닌 거 같아 마음을 접었었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되어 함께 시험 친 둘째의 친구는 한번 이 시험을 경험했으니 아예 이 시험을 준비해 준다는 학원에서 공부하며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번 시험에 합격하긴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온 친구고 영어 실력도 상당히 뛰어난 친구였기에 이제 막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와는 경우가 많이 달랐다. 그러니 더 도전하기 어려운 시험이구나 싶었다. 저런 실력의 친구도 두 번만에 합격하는 시험이라니..




그렇게 우리와는 먼 시험이다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막내가 다니던 로컬 사립학교에는 한국인 친구가 여러 명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학교에 온 막내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영어도 중국어도 너무 잘하고 학교 생활도 잘 적응한 상태라서 막내가 여러모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친구들도 엄마들도 정말 큰 도움을 주셔서 막내가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숙제도 다 못써오는 상황이었는데 매번 숙제도 알려주시고..) 친구들은 대부분 로컬 공립학교 입학을 지원했지만 안 된 경우라 공립학교로 옮겨가는 게 목표인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대부분 AEIS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 얼마나 똘똘하고 야무진 친구들이었는지 알기에 이 시험은 이런 친구들이 치는 거구나 싶었다. 친구들이 이 시험을 지원하고 합격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감히 이 시험을 다시 도전할 생각을 못했다. 막내가 학교생활 적응하고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바쁜데 시험 준비를 해보자는 건 욕심이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야무지고 잘하는 친구들도 한 번에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임을 보면서 더 마음을 접었었다.


그렇게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대부분의  한국 친구들이 합격해서 학교를 옮겨갔고 싱가포르 공립학교 가니 어떤 점이 좋더라 하는 이야기도 전해 듣게 되었다. 아이들답게 캔틴에서 종류별로 음식을 골라 사 먹을 수 있다던지.. 거기선 중국어 완전 잘한다 소릴 들었다던지.. 바이블 시험 안 쳐도 돼서 좋다던지..

그런 이야길 전해 들으며 막내에게 혹시 아쉽지 않게 우리도 시험 한번 쳐 볼까 물어봤었다. 막내의 노트를 보고 이렇게 잘 정리하고 풀이과정을 잘 따라 하는 거 보니 도전해 봐도 괜찮을 거 같다고 응원해주신 친구 맘의 말씀도 큰 힘이 되었다. 합격한 친구 맘의 도움도 정말 컸다.


그렇게 막내는 3학년 2월에 S-AEIS 시험을 치게 되었다. 수험번호로 미뤄 짐작해보니 2학년만 500명가량, 3학년만 400명가량 온 거 같았다. 이 인원 중 소수의 합격자만 2, 3학년에 배정되는데 몇 명이나 뽑는지 모르지만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합격일 거 같았다.


 시험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잔혹했다. 수능 시험도 아닌데 새벽 일찍부터 가서 오후 3;30분 넘어 끝났다. 수학 2가지 타입의 시험과 영어 시험을 OMR카드 형식의 답지까지 시간 안에 작성해야 하는 시험이었으니.. (4, 5학년 수준의 아이들은 WRITING 시험까지 준비해 시험 쳐야 한다. )

AEIS 시험 시간표 (2/3 학년)
사진 출처 ; Singapore MOE - 답지 양식


시험장 밖에서 기다리는 수많은 부모들에게도.. 저렇게 추운 시험장 안에서 긴장해 어려운 시험을 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너무 잔인한 시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만큼의 실력이 준비된 학생만 받겠다는 이 나라의 방침이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운 과정을 지나야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이리 까다롭나 싶었다.


다행히 결과는 합격이었다. 아이의 고생이 헛되지 않아 정말 감사했다.

합격 통보에 지정해준 학교로 가야 하고 다른 선택사항은 없다.


(지금은 이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도 더 많아졌고 어떤 선생님과 공부하면 합격한다는 소문도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이 시험을 치는 아이의 노력이다. 여러 아이들이 시험에 도전하고 합격한 경우를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정말 이 시험은 싱가포르 커리큘럼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이가 열심히 그 룰을 따르며 공부해야 가능한 시험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왜 이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지 힘들어하는 게 당연할 테고, 한 번에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니 아이들을 달래 가며 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엄마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나중에 둘째도 다시 한번 더 도전해 합격을 했다. 세 번의 시험으로 두 번의 합격이란 결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스핑크스의 두려운 길목처럼 느껴지는 큰 어려움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고 학교를 옮겨가니 수업을 잘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고 로컬 엄마들이 보기엔 무슨 일인가 당황스러운 상황일 거다. 이 과정을 모르니 그러지 싶다. 로컬 아이들도 이 시험을 치뤄야 한다면 몇 명이나 합격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가게 되었으니 그다음엔 꽃길만 가득할 거 같았지만 실상은 어렵고 까다로운 경쟁의 연속이었고 성적별로 모든 게 구분되는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참 쉽지 않은 싱가포르의 교육 현실이다. 어떤 친구 맘은 이럴 줄 알았으면 도전하지도 않았을 거라 하실 만큼 더 큰 산인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가 기다리고 있었다.


원하는 기준을 통과한 학생만 싱가포르 교육을 받을 자격을 준다는 AEIS..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학생인 우리 아이들이 치러 내기엔 너무 심한 기준을 요구하는 시험..

그럼에도 이 시험을 도전하는 학생 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시험에 도전 중인 아이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도전하고 있는 너를 많이 칭찬하고 대견하게 생각한다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너 자신을 믿고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을 발견하며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길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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