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에서 공부하느라 홀로 지내고 있는 첫째.. 설 같은 명절 때면 홀로 외롭진 않을지 괜히 더 마음이 쓰였는데 혼자가 아니란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학교에선 설날을 맞아 학생들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통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해 줬단다. 첫째도 한국 체험관에 가서 도와줘야 해서 바쁠 거 같다는 거였다. 윷놀이 방법을 설명해 주고 놀이 진행도 도와주고, 같이 윷놀이도 했는데참여한 친구들이 재밌어했단다.
당시 첫째는 학교에서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들의 한국어 수준이 높아 많이 놀랐다는 첫째.. 좋은 일하며 우리나라도 알리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기회인 거 같다며 열심이었다.
학교에서 준비한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는데 선착순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줄 서러 가보겠다던 첫째는 곧 당황스럽다며연락이 왔다.
<만두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선착순으로 나눠준다고 해서 달려갔는데.. 만두피 같은 걸 줄 거란 예상과 달리 밀가루를 봉지채 줬단다.배추도한 통을 통째로 줬단다. 밀키트 같은 걸 주는 줄 알았다고.. 영국 대학교에서 이런 걸 챙겨 무료로 나눠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도 밀가루를 봉지채 주다니..
싱가포르에 오기 전,설날에할머니와 함께 만두를 빚어본 적이 있지만, 만두피 반죽을 해 본 적은 없었기에아무래도 만두는 못 만들어 먹을 거 같다고 했다.
간 돼지고기랑 두부 같은 재료는 그냥반찬으로해 먹겠다는 첫째 말에 진작 같이 만두도 만들어보고 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밀려왔다.같이 만들어 볼 용기도 내지 못했던 게 괜스레 미안했다.
그런데 잠시 뒤, 첫째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국 친구로부터자기 친구들과 같이 만두 만들건대 함께 만들겠냐는 연락을 받았다며, 재료 다 들고 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재료 받을 때 만났는데 같이 황당해했었다고.. 그 친구들도 만두피를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같이 해보자 했단다.
어머나~ 얼마나 잘된 일인가.. 친구들과 함께 만들 만두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뒤, 첫째가 보내온 사진에는 제법 먹음직스러운 만두가 가득했다.
( Photo by 서소시 ; 친구들과 만든 첫째의 만두)
"우와~~ 잘 만들었다! 멋지다!"
환호하는 내게 첫째는 만두피 두께가 고르지 않고 좀 두껍게 돼서 많이 터졌다고 했다. 먹을만했다는데.. 맛이 문제인가..
먼 타국에서 이렇게 멋진 경험을 잘 해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하고 대견했다.
( Photo by 서소시 ; 중국 친구가 고맙다며 만들어준 음식들 )
게다가 그 친구가 한국어 가르쳐주는 첫째에게 고맙다며 다른 음식도 만들어 줬다는데, 맛이 우리네 약밥 비슷했단다. 그 친구도 레시피보고 처음 만들어봤다며 준비해 줬다는데.. 열심히 지내준 덕분에 첫째가 머나먼 곳에서도 외롭지 않은 설을 보내고있는 거 같아 울컥했었다.
그래서였나보다.
아이들과 만두를 만들어 봐야겠다 마음먹은 게..
첫째보다 더 어릴 적에 싱가포르에 왔으니 설날에 할머니와 만두 만들던 기억이 아주 어렴풋이 있다는 둘째, 셋째와 만두 만들기에 도전했다. 한 종류만 할까 하다가 이왕 하는 거 고기만두, 김치만두 다 만들어 보자 했다.
(Photo by 서소시; 아이들과 만두 만들기 도전)
준비한 재료를 아이들이 다듬고 썰고 버무렸다.
간이 아무래도 자신 없었지만 싱거우면 간장 찍어 먹고, 짜면 떡국 떡이랑 같이 먹고, 매우면 물 마시자 하면서 으쌰으쌰 힘을 모았다. 귀찮아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이들이 더 신나했다. 유튜브도 찾아보고 제일 쉬워 보이는 방법으로 따라 하다 보니 만두를 빚었는데 꽃송이가 피어올랐다.
( Photo by 서소시; 만두를 빚었는데.. 만두꽃이 피었다)
아이들이 만든 만두..
맛은 역시나.. 김치 넣으면 더 짤 거 같아서 양념을 아낀 고기만두는 싱거웠고, 김치를 더 추가한 김치 만두는 매웠다. 그럼에도 다 맛있다는 아이들..
그러면 됐다! 만들고 먹을 아이들이 맛있다니..
부작용도 있었다. 만드느라 이미 눈으로 배불러 버렸다는 아이들.. 맛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라는 그 말을 믿어야 하나.. 나눠 먹을 만한 맛은 아니라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