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걸어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애써 크게 웃음 지어 보이는아이..
"오늘 좀 많이 피곤했어요."
긴 한숨을 내쉬는 찰나의 순간.. 잠시 스쳐 지나간 아이의 눈빛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로 표현하는 걸 조금 어려워했다.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지 스스로도 그 감정들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었다.그만큼 어렵고 복잡한 마음들이 있다는 걸 텐데 어떤 일이 있는 건지 잘 모르니 어떤 위로도 쉽게 건네기가 어려웠다.
어쩐 일인지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눈빛이라.. 그 슬퍼 보이는 눈빛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다가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했다.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말하던 아이는..
별일 아니니 놀라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행여 마음껏 쏟아내고 나면 속이시원해질까 싶어 가만가만히 손을 꼭 잡아주며 기다렸다.
잠시 우는 와중에도 엄마가 놀랄까 마음을 쓰며 어떤 일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그렇게 맘 편히 울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해 줄게 없어 잡고 있던 손만 더 꼭 잡아줬다.
잠시 그렇게서럽게 울던 아이는 이제 괜찮다며 집에 가자고 했다. 순간 마음이 그랬던 거라며 괜찮다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만 뜨거워지는 눈을 껌뻑여야 했다. 같이 울면 더 미안해할 걸 알기에..
힘들 땐 그렇게 소리 내서 엉엉 울고 털어내는 것도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렇게 돌아온 집.. 먼저 집에 와 있던 둘째에게 살짝 신호를 보냈다. 동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울었다고.. 그러니 조금만 배려해 달라고..
유쾌하고 싹싹한 편인 둘째는 평소와 다르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안에 있었다. 종종유쾌한 둘째가 엉뚱한 말로 막내를 웃게 만들기도 했었기에.. 엄마에겐 말하기 싫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는지 슬쩍 물어봐 줬으면 했는데.. 방안에만 있어서 해야 할 숙제가 많은가 보다 싶었다.
피곤하다며 일찍 잠든 막내를 보면서.. 아이의 힘듦을 헤아려보다 복잡한 생각들로 잠 못 이루고 다음날이 되었다.
새벽부터 등교준비하느라 바쁜 막내 책상 위로 작은 카드가 얼핏보였다. 둘째가 준비한 건가 싶었다. 힘들어 울었단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모양이었다.
막내가 보고 힘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 둔 거 같아서 고마우면서도 일단 모른 척했다.
(Photo by 서소시 ; 책상에 놓여 있던 둘째 마음)
그렇게 바쁜 아침을 보내고 아이들이 다 등교한 뒤 청소를 하다 보니.. 책상 위 둘째가 올려둔 카드 위에 "땡큐 "라고 쓰인 카드가 올려져 있었다.
' 어.. 아침에 이 카드도 있었었나?'
분명 카드 하나만 있었는데..
(Photo by 사소시 ; 두 아이의 대화..)
하교하는 둘째에게 궁금해서 물어봤다. 두 개의 카드 모두 네가 올려둔 거냐고..
" 어제 울었단 걸 제가 본 게 아니니.. 말하고 싶지 않을까 봐 일단 모르는 척해줘야 할거 같아서 가만있었어요. 그리고 기분 좋으라고 작은 걸 준비해 올려뒀죠."
그러면서 '땡큐 카드'는 못 봤다고 했다.
궁금하던 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다 모이고서야 그 조각들이맞춰졌다.
아침 일찍 등교하느라 누나가 준비해 준 카드를 열어보지 못했다는 막내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땡큐 카드를 올려뒀단다. 둘 다 서로의 마음을 바로 확인하고 알아채지 못했지만, 같이 맞춰진 마음은 세상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있었다. 엄마로선 눈물 나게 따뜻한 그림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을 같이 확인한 아이들은 누구랄 거 없이 서로 고마워했다.
둘째가 준비한카드 속엔 평소막내를 닮았다고 말해오던 캐릭터를 스티커 형태로 만든 게 들어 있었다. 보면 기분 좋아질 거 같아 만들었단다.
열 마디 말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거 같은 아이들만의 대화법..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는 아이들의 마음..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는 무엇보다 큰 힘을 가진 사랑의 응원이 있기에..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