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소시 Feb 22. 2024

만나고 싶지 않아!

반갑지 않은 너..

" 잠시만~~ 잠시 나가도 될까? 여기 너무 답답해! 시원한 바람도 쐬고 따뜻햇빛느끼고.. 그럼 너무 좋겠는데.. "

 

" 아냐 아냐.. 그냥 그곳에 있어. 네가 나오면.. 사실 솔직히.. 네가 반갑지 않아!"


" 너무해! 나도 너인걸.. 네 맘도 이해는 되는데.. 나도 너야!"


꽁꽁 묻어두었던 아픈 기억들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온다. 털어내고 비워내지 못했던 상처받은 기억들을 묻어뒀더니 응어리져 여기저기 돌부리가 되었다. 그 돌부리에 살짝 걸렸을 뿐인데 벌러덩 나자빠져 버렸다. 이때인가 보다 하고 봉인된 기억들이 나 여기 있소 하며 쏟아져 나온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아프기만 한 기억들..


살면서 안 힘든 사람이 있을까..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여러 고비들을 겪으며 상처투성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 할 것 없이 외롭고 저마다의 아픔이 있는 걸..

이런 말들을 위로랍시고 되뇌이면서..

직면할 용기도 훌훌 털어버릴 씩씩함도 없기에.. 방법을 몰라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는데..

그리고는 잊은 듯.. 일어나지 않은 일인 듯 그렇게 나를 속이며 살았는데.. 가끔씩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불쑥불쑥 봉인해 두었 마음 한켠의 출입구 버튼이 눌러진다.


누르고 덮어두었던 시간이 오래기에 희미해질 만도 할 텐데.. 한번 열린 문으로 삐져나오는 기억들은 눌려있던 힘만큼의 반작용으로 더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인지 더 아프기만 하다.

" 그것 봐.. 아파! 너무 아파!! 그냥 거기 있어 주면 안 될까? 아직 널 만나면 너무 힘들어.. "


" 있지.. 난 저 안에서 숨도 못 쉬고 내 존재를 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한참을 웅크리고 있어.. 이렇게 덮어둔다고 내가 갑자기 다른 모습이 되거나 희미해지진 않아..

많이 다쳐서 생긴 상처는 그냥 덮어두면 나을 수 없단다. 약도 발라주고 호호 아프지 말라고 불어도 주고.. 괜찮은지 자꾸 살펴봐줘야 해.. 그래야 단단한 딱지도 생기나을 기회를 가진다고.. 그냥 덮어만 뒀는데 어떻게 나아?

내가 옅어지고 작아지려면.. 저 안에 숨어서는 불가능해.. "


아픈 기억들을 봉인할 때마다.. 생각했었다.

이 상처들을 덮어두면.. 아무도 모르게 꽁꽁 싸매고 모르는 척 외면하면 저절로 잊어질까 하고.. 시간이란 마법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던데..


그런데.. 그런데..

그저 덮어만 두었던 아픈 기억들은 아주 가끔 불시에 만나는데도 생생하게 되살아나 나를 마구 찔러댄다. 시간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가 보다.


" 너도 그 안에서 여전히 많이 아프구나.. 그런데 아직은 너를 만나 많이 아팠냐고.. 지금은 어떠냐고 호호 불어줄 힘이 없어.. 그냥 네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프거든.. "


내 안에 꽁꽁 숨긴 아픈 너를..

언젠가는 마주하고서 단단한 딱지가 생길 수 있게 약도 발라주고 괜찮다고 안아줘야 할 텐데.. 외면하기는 방법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또 도망가기를 택하게 돼..


" 조금만 더 시간을 주렴..

대신 숨어 있는 너에게 창을 하나 만들어 줄게.. 아주아주 조그마한 걸로.. 바람도 들어가고 햇빛도 들어가게..

아픈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지금 당장 좋아질 거란 약속은 못하지만.. 너를 만나러 갈게.. 어느 날에.. "


" 그리고 아픈 너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숨어서 웅크리고 있게 해서 미안해..

내 안에 따뜻함이 가득 채워지는 어느 날에 너를 만나면 구겨진 옷 멋들어지게 다려내듯이.. 그렇게 활짝 펴지게 해 줄게.. "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놀라지 마시길..

상처받은 아픈 기억들을 훌훌 털어내지 못하고 그저 덮어두는 편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아픈 기억들이 불쑥 터져 나온 날.. 그 아픔과 대면할 용기는 없지만.. 여전히 아픈 마음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그저 덮어두고 외면한다고 나아지진 않네요.. 숨어 있어야만 했던 아픈 마음에게 따뜻함 하나 선물하러 가야겠습니다.. 반창고 하나 챙겨 들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갈까요.. 행복해지는 음악을 들을까요.. 충전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Photo by Milada Vigerova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