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소시 Jun 30. 2024

갓 닮은 제주도.. 정자관 닮은 울릉도..

<해외에서 크는 아이들의 우리나라 탐방기 2>

비슷할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제주도 같지 않을까 하고.. 화산섬이니..

첫째가 갓 돌을 지났을 때부터 제주에서 6년 동안 살았기에 우리에겐 고향 같은 제주.. 그 제주처럼 울릉도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자연이 살아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이려니 했다.


당연히 자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섬은 맞지만 울릉도는 제주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달리다 보니 깎아지는 절벽이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런 만큼 떨어지는 낙석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 많아 일부 해안도로에는 터널처럼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


자연이 만든 터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도로도 있었는데 지나가면서 너무 신기해서 환호성이 절로 터졌다. 안전을 위해 한방향식 기다려가며 지나가야 했다.

( 사진 출처 : photo by 서소시 / 자연이 만든 터널 )


해안을 벗어나 조금만 섬 안쪽으로 들어가오르막길 내리막길이 S자 모양으로 끊임없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가파른 모양새가 강원도 산골짜기에 와 있는 듯 지대도 높고 가팔랐다. 달리는 내내 여기가 정말 섬인 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산길이었다. 

겨울이면 일기예보에서 울릉도에 눈이 많이 내릴 거라고 안내하던 게 문득 떠올랐는데, 와보니 왜 그런지 절로 이해가 됐다. 비구름인들 어찌 이 가파른 산세를 넘어갈 수 있었으랴.. 섬안에 이런 풍경이 숨어있다니..


제주도가 우아하고 멋스러운 조선시대 전통 처럼 가운데가 우뚝 솟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안 쪽으로 내려올수록 아름다운 평지와 해안가가 펼쳐져 있다면.. 울릉도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실내에서 착용하던 정자관을 똑 닮았다. 섬 가운데 부분도 높게 솟아 있고 해안 쪽으로도 가파른 절벽들이 늘어선 모습이 꼿꼿하고 기품 있는 정자관과 제법 비슷해 보였다. 정자관 은 울릉도..

( 사진 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 이미지 중 가운데 갓과 마지막 정자관이 보인다.)


그렇게 제주와 다른 모습이 더 신비롭게 다가온 울릉도였다. 아이들은 깊은 산골짜기 같은 안쪽 풍경을 보면서 킹콩 영화의 촬영지 같기도 하고 공룡이 뛰어나올 거 같다고 했다. 

산이 없는 평평한 섬 싱가포르에 살고 있으니 이런 깊은 산세가 섬 안에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는 아이들.. 그저 울릉도 내륙을 달렸을 뿐인데 자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올라가며 "와 ~~", 내려가며 "우와 ~~"를 반복했다.

(사진 출처: photo by 서소시/ 송곳을 닮은 송곳봉.. )
(사진 출처 ; photo by 서소시 / 송곳봉에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귀여운 고릴라 )


제일 신기했던 건, 한순간 바다에서부터 몰려오는 안개가 시야를 가리며 한 치 앞이 안 보이게 변하는 울릉도의 변신이었는데.. 마치 마술사가 보이지 않는 마법 망토를 펼치는 것처럼 순간 아름다운 자태를 감춰버리는 울릉도.. 왜 이 섬을 신비의 섬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바다 위 섬들도, 눈앞의 산들도 순간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안개라니.. 이런 안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도 무척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 사진 출처 : photo by 서소시 / 맑은 날 보이던 섬이 안개에 깜쪽같이 사라져버린 관음도)

해안도로를 달리며 잠시 신호에 대기 중일 때 맑은 공기를 쐬고 싶어 창문을 내렸더니.. 야옹야옹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맞아! 이 친구들이 바로 괭이갈매기들이야. 울음소리가 고양이 소리 같지?"

마침 창밖에 괭이갈매기가 앉아 있어 신기한 울음소리를 가까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출처 :photo by 서소시/ 괭이갈매기, 절벽에 보이는 하얀색들이 다 보금자리 위의 괭이 갈매기들이다.)

잠시 정차하고 반대편 절벽을 돌아보니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의 보금자리가 보였다. 깎아지는 절벽 위의 보금자리들을 보고 있자니.. 평지도 많이 없는 가파른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 섬을 지켜왔을 울릉도민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가파른 절벽 위에 보금자리를 짓고 가족을 지켜왔을 괭이갈매기들도 대단하게 보였다.


( 사진 출처 : photo by 서소시 / 울릉도 한 식당에서 만난 반가운 태극기와 독도)

울릉도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도 달랐다.

식당에서 만난 반가운 태극기와 듣기만 해도 뭔가 뭉클해지는 그 이름 독도..

아이들은 깃발을 한번 보고 버리기 아깝다며 챙겨 오고 싶어 했다.

내일 독도행 배를 타기로 했는데..

삼대가 덕을 쌓아야 입도할 수 있다는 독도에 갈 수 있을까..

독도와 아주 가까운 곳에 와 있구나 싶어 괜히 더 설레는 밤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