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소시 Sep 18. 2024

싱가포르에 교황님이 오셨다!

(아이 학교 밴드부가 미사에서 연주하다.)

"엄마~ 외할머니가 좋아하실 소식이 있어요!"


여름 방학 시작을 며칠 남긴 어느 날이었다.

"9월에 교황님이 싱가포르에 오신대요. 싱가포르 학교들 중 우리 밴드 뽑혀서 그때 연주한대요. "

"어머.. 싱가포르에 교황님이 오신다고? 미사 중에 연주하는 걸까? 외할머니께 얼른 알려드리자."


란치스코 교황님이 아시아. 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 일정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 오신다는 소식.. 그때 셔널 스타디움(국립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시는데 아이가 속해있는 학교 밴드부 그 미사에서 연주하게 되었다고..

가톨릭 신자이신 외할머니께 그 소식을 전하자  축복된 경험이 될 거라며 크게 기뻐하셨다.


큰 행사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클 터.. 기나긴 연습 여름 방학 전부터 시작되었다. 싱가포르 중학교 중 네 학교 밴드부, 약 150여 명이 모여 함께 연습하느라 방학도 없이 틈날 때마다 연습으로 바쁘게 보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아가기에 서로 다른 문화와 신념들이 공존하는 싱가포르!

그래서인지 이번 교황님의 싱가포르 순방 표어는 " UNITY (통일, 일치)HOPE( 희망)"라고 한다.


오래 살았는데도 매번 신선하게 다가오는 싱가포르의 모습이 있다. 운동하려고 공원에 나가보면 중국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태극권을 연마하느라 절도 있는 자세로 운동하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아침 시간 지하철을 타면 교복 입고 머리 위로 터번을 두른 채 등교하는 학생도 보이고, 히잡을 쓰고 온몸을 덮는 치마 형태의 교복을 입은 학생도 만날 수 있다. 거리에서 검은색 부르카를 입어 눈만 겨우 보이는 분들도 만날 수 있고 화려한 색감의 인도 전통의상 사리를 곱게 차려입은 분들도 많이 보인다. 같은 공간 속 참 다른 그림이다.


지도상에서 그 위치를 찾기도 어려운 작은 나라지만 정말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신기한 나라..

나라 구성원이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으로 다양하기에 공용으로 사용되는 언어도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그리고 인도 타밀어까지 네 가지 언어가 함께 사용된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영어와 함께 개개인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이어갈 수 있게 자신만의 모국어를 함께 배우는 나라..


차이나 타운의 거리를 걷다 보면 유명한  바로 옆으로 화려한 힌두교 사원이 보인다.  나라의 국경일도 인종의 문화와 종교에 따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에 맞춰 다양하게 정해져 있다.


이렇게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의 나라인만큼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가는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다.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 함께 어우러져 나아가려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싶다. 나 하나만 돋보이기보다 함께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훨씬 더 빛나는 법..


그런 면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 서로 맞춰가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나 합창은 더없이 좋은 보기이지 싶다.




며칠 전 학교에서 보내온 레터에는 여러 매체에서 공연 연습을 촬영하러 오는데 아이 얼굴이 나오는 것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물어왔다. 그리고 다음 날 뉴스에 몇몇 학생들의 인터뷰와 공연 연습 내용이 나왔다. 잠시 지나가는 화면에서 막내가 보였다.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맞춰가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 그 속에서 함께인 아이를 보면서  귀한 경험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교황님이 집전하신 미사는 내셔널 스타디움 (국립 경기장)에서 있었는데.. 5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 큰 행사였다.

(사진 출처; sky news 라이브 영상 중 캡쳐/ 싱가포르 내셔날 스타디움  )


아이는 테러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물도 담아갈 수 없다고 했다. 액체 성분에 염산 같은 위험한 성분이 있을까 걱정하는 거라고..

공항에서처럼 소지한 가방도 검색대에 통과시켜 다 검사하고 2시간 넘게 서서 기다려 입장했단다. 


( 사진 출처; sky news 라이브 영상 중 캡쳐/ 연주중인 학생들 )


공연팀은 가장 먼저 도착해 입장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악기를 챙겨 나와 학교에 다시 가져다 둬야 해서 그날 아이는 밤 11시가 넘어 돌아왔다.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다시 하기 어려운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즐거웠다 말하는 아이.. 

이 경험으로 아이는 어떤 UNITY (통일, 일치)와 HOPE( 희망)을 경험했을지..


황님 행사 관련 영상에 어떤 분이 남긴 멋진 글귀를 소개해본다.


Let's be united, love and have hope regardless of race, religion.

The universal language and religion is LO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