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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Sep 15. 2024

아찔한 눈 맞춤..

(왜 갑자기 어깨에서 나타나냐고..)

"으아악~~ " 우당탕탕 ~~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화장실인가? 누가 화장실에 있니? 다친 거야? 넘어졌어?"

"엄마 ~~ 으아악 ~~~ "


예사롭지 않은 비명 소리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싱가포르로 돌아온 첫째였다.

느닷없이 들려온 비명소리에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진 건가 놀라 달려갔다.


"아.. 정말.. 너무해요.."

울먹이며 빛의 속도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첫째는 힘주어 닫힌 문을 한번 더 닫았다.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놀라 나오는 아이도 아이지만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덩달아 얼마나 놀랐던지..


그런데.. 그 후로도 한참을 집 떠나가라 으악으악 외치고 말았다. 옆집에서 신고할까 걱정될 정도로..

화장실에서 시작된 비명소리가 그칠 수 없었던 그날의 사건은 이랬다.


♤ 용의자

이미 예전 글에 한번 등장했었던 가족 놀라게 하기 고수인 상습법임. 반갑지도 않고 찾아오라고 초대한 적도 없었지만 함께 사는 듯 아닌 듯 늘 한 식구처럼 집에서 보는 사이.


♤ 사건 발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첫째에게 용의자가 불시에 찾아오면서 시작됨.


최초 비명 발생 원인

평소에도 집안 곳곳에서 불시에 출몰하는 용의자지만, 이번 사태는 평소와 달리 신체 접촉이 발생하여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었음. 누구라도 소리 지르지 않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됨.


♤ 사건 진행 

편안하게 앉아 볼일 보던 첫째 어깨 위로 조금 무게가 느껴지는 용의자가 툭 떨어졌음. 처음엔 인지하지 못하다가 설마 뭐가 떨어졌겠어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용의자와 눈 맞춤을 하고 말았음. 평소 보던 크기보다 훨씬 커서 더 겁을 먹음.


당장 일어설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해 보니 용의자가 미동도 없이 똑바로 쳐다보며 왜 그러냐는 듯 눈 맞춤 시전. 용의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너무 놀라 최초 비명소리 발생. 그리고 급하게 후다닥 일어났더니 용의자가 발아래로 떨어졌음. 곧이어 발구르기에 따른 우당탕탕 소음 발생.


♤ 사건 해결

시끄러운 상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떡하니 바닥에 자리 잡은 거대한 용의자 발견. 확실히 평소에 보던 크기가 아니었음. 화장실 사용을 포기할 것이냐 용의자를 내 보낼 것이냐 결정이 어려웠음. 커다란 비닐봉지와 용의자를 봉지 안으로 유인할 막대 등을 들고 아이들과 합심해서 담아보려 시도함. 요리조리 팔딱여서 보통 어려운 시도가 아니었음. 연이은 비명소리 발생. 겨우 비닐봉지에 넣고 묶은 뒤 숨구멍을 내주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함. (죽이진 말라는 아이들의 의견 수용함.)



"아니 저렇게 큰 애가 어깨에 앉아 얼굴 바로 옆에서 나를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놀라냐고요"

"심지어 내가 비명을 질러도 어깨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만 봤어요. "

놀랄만했다.



용의자는 누구일까요? 아시겠죠?

네.. 맞아요. 바로  녀석입니다.

(Photo by 서소시; 오늘의 용의자 )


"아.. 싱가포르에 돌아온 걸 이렇게 실감 나게 해 주네요. "

싱가포르에 온 걸 환영해 ~~







(Photo by 서소시: 공원에서 만난 청설모는 사건과 상관없는 이미지입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싱가포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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