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놀라 나오는 아이도 아이지만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덩달아 얼마나 놀랐던지..
그런데.. 그 후로도 한참을 집 떠나가라 으악으악 외치고 말았다. 옆집에서 신고할까 걱정될 정도로..
화장실에서 시작된 비명소리가 그칠 수 없었던 그날의 사건은 이랬다.
♤ 용의자
이미 예전 글에 한번 등장했었던 가족 놀라게 하기 고수인 상습법임.반갑지도 않고 찾아오라고 초대한 적도 없었지만 함께 사는 듯 아닌 듯 늘 한 식구처럼 집에서 보는 사이.
♤ 사건 발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첫째에게 용의자가 불시에 찾아오면서 시작됨.
♤ 최초 비명 발생 원인
평소에도 집안 곳곳에서 불시에 출몰하는 용의자지만, 이번 사태는 평소와 달리 신체 접촉이 발생하여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었음. 누구라도 소리 지르지 않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됨.
♤ 사건 진행
편안하게 앉아 볼일 보던 첫째 어깨 위로 조금 무게가 느껴지는 용의자가 툭 떨어졌음. 처음엔 인지하지 못하다가 설마 뭐가 떨어졌겠어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용의자와 눈 맞춤을 하고 말았음. 평소 보던 크기보다 훨씬 커서 더 겁을 먹음.
당장 일어설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해 보니 용의자가 미동도 없이 똑바로 쳐다보며 왜 그러냐는 듯 눈 맞춤 시전. 용의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너무 놀라 최초 비명소리 발생. 그리고 급하게 후다닥 일어났더니 용의자가 발아래로 떨어졌음. 곧이어 발구르기에 따른 우당탕탕 소음 발생.
♤ 사건 해결
시끄러운 상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떡하니 바닥에 자리 잡은 거대한 용의자 발견. 확실히 평소에 보던 크기가 아니었음. 화장실 사용을 포기할 것이냐 용의자를 내 보낼 것이냐 결정이 어려웠음. 커다란 비닐봉지와 용의자를 봉지 안으로 유인할 막대 등을 들고 아이들과 합심해서 담아보려 시도함. 요리조리 팔딱여서 보통 어려운 시도가 아니었음. 연이은 비명소리 발생. 겨우 비닐봉지에 넣고 묶은 뒤 숨구멍을 내주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함. (죽이진 말라는 아이들의 의견 수용함.)
"아니 저렇게 큰 애가 어깨에 앉아 얼굴 바로 옆에서 나를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놀라냐고요"
"심지어 내가 비명을 질러도 어깨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만 봤어요. "
놀랄만했다.
용의자는 누구일까요? 아시겠죠?
네.. 맞아요. 바로 이 녀석입니다.
(Photo by 서소시; 오늘의 용의자 )
"아.. 싱가포르에 돌아온 걸 이렇게 실감 나게 해 주네요. "
싱가포르에 온 걸 환영해 ~~
(Photo by 서소시: 공원에서만난 청설모는 사건과 상관없는 이미지입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싱가포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