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다 못해 반마다 꼭 있는 이름을 가지고 컸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같은 이름이라 OO1, OO2, OO3 중 한 명으로 1년을 보내기도 했더랬습니다.
길가다 누군가 제 이름을 불러서 돌아보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았구요.
아마 "OO아~~" 하고 사람 많이 모인 광장에서 외치면 몇 명은 돌아보지 않을까 싶을 만큼 평범하고 흔한 이름을 가지고 살면서,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만큼 독특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도 부러워했더랬습니다. 왠지 평범하지 않은 이름으로 살면 삶도 평범하지 않고 특별해질까 싶었나 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기에 드라마틱한 어떤 삶을 동경해 본 적도 많고,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떤 재미있고 대단한 행운이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꿈꿔도 봤지만..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또 감사한 일인지를요.
살아보니 평범하기가.. 남들처럼만 살기가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일어나는 무서운 사건사고 없이 오늘 하루도 가족 모두 무사히..
그저 밥 잘먹고 학교 잘 다녀오고 회사에서 큰 어려움 없이 하루 잘 보내고 오길.. 그런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며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작은 행운을 만나기도 하고, 좋은 사람도 만나 도움받고 도움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소소하게 살아가는 게 제일 큰 행복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어디서고 제 이름을 물어보면 예쁜 영어 이름을 지어 그리 불러 달라고 해볼까 싶다가도 그저 평범하고 발음도 어려운 제 이름을 알려줍니다. 오랜 시간 불려 오던 제 평범한 이름이 가장 저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틔지 않는 평범함을 이제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 지인이 한국 가서 제 이름 말하면 금방 찾을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BTS 지민도.. 진도.. 수백수천 명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답해줬습니다. 다양한 연령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구요.. (그녀는 아미입니다.)내 이름은 더 많을거라 말해줬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수백수천의 지민과 진이 있더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지민과 진은 온 우주를 통틀어 유일하다며.. 제게도 다정하고 따뜻한 한국 친구 OO인 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해줬습니다. 우린 모두 유일한 존재.. 알고 있지만 듣고 감동받은 이야기였답니다. 흔한 이름이지만 저는 온 우주 통틀어 저 한 명이 분명할 테죠.
참 감사하게도 저 역시 제 인생의 주인공은 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이란 거대한 무대 속에서 어느 노래 가사처럼 그저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 일지라도..
저만의 인생 무대에선 분명 제가 노력하고 가꾸고 애쓰며 살아온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그 여정 중 일부일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소소한 저와 제 아이들의 경험들을 쓰면서..
그냥 이런 이런 일들을 겪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너무 다른 문화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답이 없는 험난한 과정을 지나오며 얼마만큼의 성장을 경험했는지..
그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준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런 마음으로 제 가까운 지인분들께 주절주절 털어놓던 그 이야기들을 이곳에 남기며.. 어떤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글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 참 잘 견디고 묵묵히 걸어온 덕에 이만큼이나 와 있구나, 이렇게 성장하고 있구나 하고 아이들과 서로를 대견해하며 견뎌준 시간과 노력해준 마음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올리는 글 들 중에..
일곱 편의 글이 다음 포털 메인에 올라가고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니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읽을만한 글인가 자꾸 돌아보게도 되고.. 뉘신지 제 글을 올려주신 분들께 무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브런치 인기글에서 제 글을 발견했을 때는 숨고 싶은 마음일 때도 있었습니다.
평범한 우리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 가득했습니다. 제게는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O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는 알람이 뜨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에 이렇게 가슴 벅찬 응원이 있을까요..
왜 유튜버님들이 "구독과 좋아요~"를 그리 노래하시는지 그 마음이 완벽하게 이해가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제 글에 라이킷 눌러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엔 올린 글에 라이킷 알람이 울리고 조회수가 늘고, 구독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늘어나는 기쁨만 가득했습니다. 알지 못하는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힘내라~ 잘하고 있다~ 그렇게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 가슴 벅차고 감사했으니까요.
그런데 브런치에서 만난 기적은 또 있었습니다.
요즘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행복합니다.
외국에 살면서 한글로 된 글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날마다 좋은 글 읽는 행복에 빠져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시는 대단한 작가님들이 많이 계시다니..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으면서..
평범한 우리네 삶의 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사한 순간들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떤 글에선 제가 보이고, 다른 글에선 제 소중한 지인분이 보이고.. 우리 아이들도 보입니다.
만나보지 못한 낯선 분이 쓰신 글 속에서 제 삶이, 그리고 제가 아는 분들의 삶이 보이는 걸 경험하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과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그걸 이겨내시는 지혜들을 글에서 배우고 그렇게 또 이겨낼 용기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제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글이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이렇듯 글 쓰는 행복과 글 읽는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 브런치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잘 몰랐는데 나랑 코드가 잘 맞는 친구를 만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