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큰일이에요! 학교에서 요리 실기 평가를 한다는데요, 저랑 같은 조가 된 친구 K와 말레이시아 음식을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하죠? 친구가 고른 요리 먹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정말? 무슨 요린데?"
"치킨 렌당이란 요리인데 친구가 그게 쉽다고 그걸 하자고 했어요."
"그게 무슨 요리일까? 일단 포털 사이트에 물어보자."
"그래야겠죠?"
둘째 중학교에서 요리 실기평가로 <세계의 요리를 친구에게 소개하기> 란 주제로 세계 여러 나라 요리를 만들어 테스트한다는데.. 어느 나라를 할지 뽑기로 정했다고 한다.
둘째와 친구는 '말레이시아'를 뽑았다는데 친구가 추천한 게 말레이시아 요리 "치킨 렌당"이란 요리였다. 싱가포르에 오래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먹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싱가포르에 맛있는 음식이 워낙 많으니..
(사진출처 : 치킨 렌당 , rasamalaysia.com)
말레이시아 요리를 잘 모르기도 하고, 요리를 좀 더 잘하는 친구 K가 이 요리 아주 유명하고 만들기 쉽다며 리드하니 반박도 못한 모양인데.. 아이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먹어봤어야 만들기라도 하지..
나라를 정한 다음에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킹 도구와 요리 시간, 제공되는 재료, 추가로 구해야 하는 재료 등을 고려해서 아이들끼리 여러 요리를 리서치해보고 스스로 요리를 정한다는데 말레이시아 음식을 잘 모르니 잘 아는 싱가포르 친구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그 와중에 한국을 고른 친구들은 김치볶음밥을 한다고 했단다.
"아이구나~ 한국을 뽑았어야 했는데.."
안타까워하는 내게 둘째는 1시간 안에 요리를 만들어야 하고 요리하며 설거지까지 다 해서 뒷정리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며, 요리 잘하는 친구가 익숙한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구나..
포털사이트에 음식 이름을 검색하고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니.. 아주 유명한 요리였다. 비프 렌당도 있었다.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음식 50에 선정되기도 했단다. 인도네시아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는 거 보니 이 주변 지역에서 인기 있는 음식인가 보다. 싱가포르 음식이라고 알고 있던 음식(칠리크랩, 바쿠테, 사테, 락사, 나시 르막, 나시 고랭, 미고랭 등)이 알고 보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 방법을 설명해 줄려니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는..
"재료가 친구랑 검색한 것과 조금 달라요. 여기서 사용하는 로컬 재료로 해야 하니 이거 보면 안 될 거 같아요." 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선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조금 변형된 레시피로 설명해주고 있었나 보다.
먹어본 적 없는 모르는 요리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려니 설명을 봐도 답답했다.
설명만으로 저 요리를 정말 아이가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해 보지 않은 요리지만 이렇게 정보의 바다가 펼쳐진 포털사이트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가도... 이 정도 설명만으로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맛을 모르니..
그러다 문득 포털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싱가포르에서 처음 도전했던 만들기가 생각났다.
"우리 그때 호박 파기 검색해서 만들고 어땠는지 기억나지?"
"아~ 그때요.. 하하하~~ 망했죠!"
"그러고 보니 포털사이트는 기본만 가르쳐주던데.. "
정말 그랬다..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 하나..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경험한 대회.. 할로윈 호박 파기 대회였다.
이런 대회를 한다고? 할로윈 분장을 하고 사탕 얻으러 다닌 경험은 한국에서도 해 봤지만 호박 파기 대회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 신기했다. 희망하는 사람만 신청하는 대회였는데 아이들은 재밌어 보였는지 도전해보자고 했다.
싱가포르에 그렇게 큰 호박 파는 곳이 있나 싶었는데, 호박은 개인적으로 사도 되고 학교를 통해 주문해도 된다고했다. 그냥 학교에서 받기로 신청하고 기다렸다.
며칠 뒤 학교에서 호박이 도착했으니 찾아가라 했고 생각보다 큰 호박을 낑낑거리며 무겁게 들고 왔다.
온 가족이 모여 포털사이트에 <할로윈 호박 파는 방법>을 찾아봤다.
<할로윈 호박 파는 방법> 1. 호박에 원하는 디자인을 밑그림 그린다. 2. 호박 뚜껑을 조금 잘라낸다. 3. 호박씨와 속을 모두 긁어낸다. 4. 밑그림을 따라 조각도나 작은 칼로 조심해서 파낸다.
설명은 쉬워 보였다. 설명대로 차근차근 만들었다. 호박 속을 긁어내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팔이 빠져라 온 식구 힘을 모아 긁어내야 했다.
호박 표면도 생각보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해서 잘 안 파졌다. 설명만큼 쉽지 않았다. 손 다칠까 조심하며 온 가족이 한참을 씨름한 끝에 드디어 완성..
불 켜서 확인해보니 그럴듯했다. 처음치고 너무 잘 만들었다며 아이들은 환호했고 괜히 뿌듯했다.
우리가 아는 할로윈 호박다운 모양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애썼다며 박수를 쳤다.
(우리 가족이 힘 모아 만든 호박)
그런데..
학교로 만든 호박을 깨질세라 조심조심 들고 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마자..
다름 팀들의 호박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잘라낸 뚜껑 부분을 버리면 안 된다는 거였다. 다들 잘라낸 뚜껑 부분을 덮어서 왔는데 우리 호박만 속이 휑하니 들여다 보였다. '아~이건 설명에 없었는데..' 싶었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아~~ 이거 호박 파기 대회였지!!!'였다.
그냥 호박을 파서 우리가 아는 할로윈 호박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니었나 보다.. 물론 우리 같은 기본 모양도 많았지만 너무 다양하고 기발한 호박들을 보면서..
'아!~~ 포털사이트는 기본만 가르쳐주는구나!' 싶었다.
대회니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야 했던 거였다. 그걸 대회장에 가서 알게 되다니..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