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3년 동안 한국을 못 갔었기에그동안 보고 싶은 가족도 만날 수 없었다.한동안은 가족들이 싱가포르에 오고 싶어도 거주 비자가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했었기에 올 수도 없었다.
타국에 살고 있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절감했던 시간이었다.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게.. 당연했던 그 일이 새삼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다.비행기표만 사면 언제든 갈 수 있던 곳이었는데..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험을 하고 보니 더 소중해졌다.그러고 보면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당연하다 여겼던 일상이 결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많이 경험하게 된 거 같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늘 벅차오르는 그리움이고 고마움이다.보고 싶은 가족들,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그리웠던 애틋함을 나눌 수 있는 시간.. 쑥스러워 잘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고마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 또 지치고 버거운 해외 생활에 위로가 되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며 다시 힘낼 수 있게 충전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다.
고향은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일 년 내내 여름인 싱가포르에 살다 겨울에 한국 가려면 사실 난감한 부분이 많았다.
무더운 날씨에서만 살다가 한겨울 추위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겁부터 났기 때문이다. 두꺼운 겨울 옷을 사야 하는데 충분히 따뜻하면서 적당한 가격의 옷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여러 곳을 돌아다녀 봐도 이 정도 두께면 가서 많이 추울 텐데 싶은 얇은 옷뿐이었다. 무더운 싱가포르에 겨울 옷이 많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일 테지만..
게다가 매해 크고 있는 성장기아이들이라 너무 비싼 옷을 사기도 부담스러웠다.
(여름옷과 겨울옷의 가격 차이는 상당히 컸다. 늘 여름옷만 사다가 겨울옷 가격을 3년 만에 자세히 봤더니 너무 비싸서 많이 놀랐다.)
가기 전에 독감 예방 주사도 맞아야 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한국 가려고 주사까지 맞아야 하냐며 힘들어했다. 그럴만한 게 아이들도 코로나 백신을 3차 부스터 샷까지 다 맞아야 하는 싱가포르라"주사는 제발 그만요!~" 하는 상황이었다.한국은 많이 추워서 매해 겨울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했더니..
"그럼 겨울엔 가지 말아야 하나요?" 하며 슬퍼했다.
"겨울에 꼭 가야 하는데.."
아이들에게도 한국 갈 때 들고 갈 짐도 챙기고 뭐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둘째가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와서 열심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준비물이라며..
뭐가 그리 중요한 건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이런이런.. 푸하하 웃고 말았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의논하며 채워나간 메모장은 이렇게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한국 가기 전 준비물. by 서소시)
많기도 하다.
"할머니가 서운해하실까요?"걱정하면서..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도 맛있고 그립지만.. 한국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이렇게나 많단다. 매끼 아주 바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