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복싱챔프는 왜 35년만에 금메달을 포기했을까?

Ⅱ.수오지심_ Integrity_ 1. 반성

by 릭스leexㅡ캐리컬처

35년 전의 잘못을 직접 바로 잡은 한 복싱챔프의 행보가 최근 화제다.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박시헌 선수가 그 주인공으로, 당시 복싱 라이트 미들급 결승전에서 경기에 지고도 홈 어드벤티지로 금메달을 훔쳤다는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가 35년 만에 상대선수를 찾아 금메달을 돌려줬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당시 상대 선수였던 존스 주니어(미국)가 관련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였다.


영상에서 존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 있는 자신의 체육관에 방문한 옛 상대를 만나 뜨겁게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박시헌은 통역을 맡은 자신의 아들을 통해 "내가 금메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다. 금메달은 당신의 것이다"라고 말하며 존스에게 금메달을 전달했다. 단순한 인터뷰 촬영으로 생각했던 존스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명예롭지 못한 금메달리스트라는 딱지를 단 박시헌의 올림픽 이후 삶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국내에서조차 비난에 시달렸고 올림픽이 끝난 지 2년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를 했다. 이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최근에야 복싱 코치로 겨우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차라리 정당하게 은메달을 받았다면 오히려 이후 삶이 더 편했을지도 몰랐다는 회한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든 편파판정의 수혜자가 되어 35년을 가책 속에 살았다는 고백은 꽤나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존스에게 금메달을 건네는 영상 속 박시헌의 얼굴은 참으로 편해 보였다.


2014년 소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결승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경기를 선보인 대한민국의 김연아를 제치고, 실수투성이에 이름도 생소했던 러시아 소트니코바에 금메달이 돌아갔다. 각국의 해설자들은 김연아의 금메달을 러시아가 강탈했다며 격앙했고,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특히 독일의 전설적 피겨 스타인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국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결과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고, 미국 피겨 전설 미셸 콴 역시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믿을 수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심판진 구성의 편향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심판진에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연맹 회장의 부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과거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던 심판도 포함되어 있어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졌다.




비단 스포츠계뿐일까? 우리의 일상, 특히 우리의 일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만 내면 된다는 극단적 결과주의가 팽배해진 지 오래다. 반칙, 규정준수 위반, 탈법, 불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룰브레이킹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양산돼도 '세상이 다 그런 것!'이라는 왜곡된 자본주의 논리가 횡행한다. 그 결과 얻은 알량한 결과물들은 고작 한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제쯤 알게 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가 아니라도 한 두 번쯤은 의도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무리 바른생활인간이라도 종종 룰브레이킹할 때의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실수든, 의도된 잘못이든, 룰브레킹이든 그 과정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피해를 입거나 고통을 받는 상황이 생겼다면 후회하고 자책한다. 아니 아무런 피해가 없더라도 내적 이상향이 선명한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내면에 빗대어 적어도 부끄러워할 줄 안다. 그 마음이야말로 수오지심, 양심이 하는 일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떳떳하지 못한 금메달을 받았던 두 주인공, 박시헌은 35년이라는 긴 시간을 자책하고 마침내 그 과오를 바로잡는 행동으로 해묵은 감정을 털어냈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올림픽이 끝나고 석연찮은 은퇴를 한 후 도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금메달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소트니코바 논란은 결코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았다. 피겨연맹의 채점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신뢰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이 두 사람의 남은 삶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잘못을 했다면 인정하고 반성하라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끝까지 남 탓, 환경탓 하며 자기 합리화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한 두 번의 실수쯤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 본인의 잘못이 분명한데도 끝까지 잡아떼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겐 관용을 베풀어선 안된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종종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즉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는가? 아니면 남 탓, 환경 탓으로 일관하며 나는 잘못없어 라는 말로 합리화하는가?


나를 보는 IQ는 5, 남을 보는 IQ는 5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타인의 잘못에는 엄격하고 나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 것이 사람이다. 그러지 말자. 잘못은 잘못이다. 나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고 그 죄값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 놓는다.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기쁜 일에 기뻐할 줄 알고, 부끄러운 일에 자책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인정했다면 지체 없이 사과하라

사과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걸음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하라. 그렇지만, 이라고 덧대지 말라. 이유는 언제든 댈 수 있다. 사과를 하는 시점이라면 그냥 사과만 하라. 상대방의 감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왜 미안한지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 하는 사과는 공허하다. 피해를 입힌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거나, 비슷한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시헌 선수가 존스에게 금메달을 되돌려준 것처럼,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라.


반복된 실수 방지를 위한 노력

한 번은 실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실력이거나 의도적인 것이다. 동일한 실수, 잘못이 반복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왜 그런 실수, 잘못이 발생했는지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주기적으로 되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말이나 행동은 습관에서 나온다. 습관은 여간해선 고치기 힘들다. 이미 루틴화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의 습성일 수도 있고 환경적 요인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잘못이라면 시스템 점검과 개선이 먼저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의지는 쓰레기다. 실수,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근본적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원을 없애거나 멀리하는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반성을 넘어 더 넓은 공동체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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