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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한시사십구분 Mar 31. 2023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소셜미디어에는 나의 빛나는 모습만 있다. 그래서 괴리감을 느낀다.

난 왜 스스로를 칭찬하며 다독이지 못하는가. 내게 또다시 물어본다


쉽게 극복되지 않는 우울감과 무기력이 길어지면서 침대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핸드폰이 쉽게 손에 잡혔다.


내 엄지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음악, 팟캐스트, 그리고 유튜브에서

카메라 모양의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을 때,

아이콘을 꾹 누르고 삭제를 눌렀다.


질투가 난건 아니다.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해보이는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우울과 무기력에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누르던 인스타그램은 내게는 회복을 더디게 할 뿐이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상기해야 할 것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고르고 고른 끝에 공유된 한껏 정제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난 그랬다.

365일 중에서도 특별히 좋았던 날의 가장 좋았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가족과 행복한 모습, 

남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공유하지만 결국 내 자랑인 것들. 

내 계정엔 우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해맑은 또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내 게시물들에 친구와 지인들의 누르는 좋아요와 댓글은, 

그들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보내는 긍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 내가 인연을 유지하고 소통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그렇게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마음이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빛나는 부분만을 골라 만든 또다른 나와 

극도록 정제된 게시물들 통해 내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나와 지금의 나의 사이에서,

난 사실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느껴지는 괴리감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가 오직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에만 기반을 둔 헛 것일 수도 있다는 허무함,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내 취약함을 남김없이 드러내본다.


"사실, 요즘 제가 많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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