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안녕!

by 초록글씨

아이들 등원시키고 산책이 하고 싶은 날이라 일부러 20여분 거리를 걸었다. 4월에 쨍하게 피어있던 꽃들이 조금 흐드러진 모양새다. 풍성한 초록잎이 바람에 흩날리던 모습이 멋있어 영상에 담기도 했는데, 오늘은 볼 수 없어 눈으로만 담고 목적지로 걸어갔다.


사실 동네 가까운 빵집이 있지만 함께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거라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 (고로 커피와 빵을 사기 위해 겸사겸사 산책도 필요했던 거다. 뭐 그런 거다 하하)


날씨도 좋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오늘 좋다'라는 말이 절로 스미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처음 도착한 곳은 미리 포장 주문했던 빵집이다.

몇 번 보았던 직원이 뜨끈한 빵 한 개는 방금 나와 포장지에 반만 열어 테이프 붙여 드리겠다며 상냥하게 말해 주었다. 직원의 환한 미소가 오늘따라 기분 좋게 했다. 그런 미소가 좋아 누군가에게도 나의 미소가 좋은 에너지로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게 빵집을 나와 커피숍에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목을 타고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맥주정도의 감흥은 아니었지만, 그 한 모금 참 시원하니 좋았다.

좋다 좋아 연발하는 그런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 그랬다.)


사사로운 것에 감사하고 좋은 마음을 써야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의 변화인지 나이 듦에 따른 생각인지 고민해 봤는데, 둘 다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얼굴에 없던 흔적들이 생겨나면서 모든 변화들은 보이지 않는 덩어리를 만든다.

마치. 없던 영혼의 생김새가 손으로 만지면 커지고 작아지는 모양새처럼. 이왕이면 예쁘게 다듬어져라!

영롱하면 더 좋고. 그래라!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니, 삶에 있어 그런 것들이 소중해졌다.


노을을 바라보는 일. 노을을 보면 잠시 고요해진다. 시끄럽던 몸과 머리는 안정을 취한다. 눈에 들어오는 석양만이 황홀해서 미칠 지경. 그래서 그 시간을 사랑하나 보다.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벚꽃을 맞이하러 나간다. 아이들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붓끝에 집중하여 글씨를 쓰는 것이 (처음 남편이 그거 왜 쓰는 거야? 진심 궁금해하더니 요즘은 전보다는 잘 쓰네라고 칭찬도 해주고) 재밌어 시간을 보내는 일. 지나간 시간이 되어버릴 오늘을 기록하는 일. 소중함을 찾고 이어가는 일. 그런 무용한 것들은 무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답안지도 없는 끝을 가는 여정은 쉼표도 필요하고 마침표도 필요하다. 효율성을 요구하는 일상에서 삶의 균형을 찾자!

숨 좀 쉬자.


삶을 살아가는 건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미완성인체로 살아내야만 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들이 고이고이 쌓여 결국 나라는 사람이 되고, 보이는 거겠지.

(언젠가 죽음으로 끝맺음하는 날이 오게 되니, 천천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삶을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말을 인상 깊게 듣고 새겼다.

초롱초롱한 눈을 해야 한다고.)


내가 숨 쉬고 내딛는 공간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 위해 오늘, 보이지 않는 내일에게 안녕해야지.

초롱초롱한 눈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



헤이, 안녕